일회용컵 사용 단속 긍정적 효과
법령, 제도 보완할 점도 많아
알바 설거지 부담 등 부작용도 있어
종이컵 꼼수 활용 등은 점검해야

환경부가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를 강화한 지 한달이 지났다. 서슴없이 일회용컵을 사용하던 소비자들도 이제 다회용컵 사용에 적응해가는 모습이다. 사실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은 1994년부터 법적으로 금지돼 왔다. 하지만 감시의 눈이 없던 탓에 일회용컵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다행스럽게도 규제를 강화하고는 있지만 허점도 적지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일회용품컵 사용규제 한달의 모습을 취재했다.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컵 사용이 금지됐지만, 종이컵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다.[사진=연합뉴스]
매장 내에서 플라스틱컵 사용이 금지됐지만, 종이컵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있다.[사진=연합뉴스]

“매장에서 드시고 가면 머그잔에 드려도 될까요?” 요즘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마다 듣는 말이다. 정부가 8월 2일 커피전문점과 프랜차이즈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단속을 강화하면서 달라진 모습이다.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자원순환연대가 단속 시행 한달여가 흐른 8월 21~22일 수도권 커피전문점을 실태 조사한 결과, 1052개 업체 중 634개(60.1%) 업체가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들 매장에서 사용한 1만2847개의 컵 중 다회용컵의 비중은 81.4%(1만461개)로 가장 많았다.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13.1%(1683개), 일회용 종이컵은 5.5%(703개)였다.

하지만 현장에선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일회용컵 대신 유리잔과 머그잔을 사용하면서 직원들의 설거지 부담이 급증했다. 커피전문점 직원들 사이에선 ‘설거지옥(설거지+지옥)’이란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다. “테이크아웃하겠다”고 해놓고선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는 고객도 직원들에게 골칫거리다. 매장 안에서 일회용컵을 사용하다 적발될 경우, 사업주에게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과태료는 매장 면적에 따라 최초 적발시 5만~50만원(면적 33m² 미만~333m²), 3회 적발시 30만~200만원에 이른다.

여의도의 한 커피전문점 직원 김정훈(27)씨는 “나가서 드시겠다고 해서 일회용컵에 제공했는데, 자리에 앉을 경우 난감하다”면서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여러 정황을 고려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하지만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에게도 과태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비자의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대학생 오나영(26)씨는 “잠깐 실내에 앉았다가 갈 건 데도 유리잔에 주는 건 비효율적이다”면서 “결국 남은 음료는 다시 플라스틱컵에 옮겨주는데 이중사용이나 다름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취지는 좋지만 좀 더 실효성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듯하다”고 덧붙였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플라스틱컵. 그런데 사실 매장에서 플라스틱컵을 사용하는 건 1994년부터 ‘불법’이었다. 환경부가 자원재활용법(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합성수지컵(플라스틱컵)의 사용은 테이크아웃에 한해서만 허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껏 단속해야 할 지역자치단체도, 관리ㆍ감독해야 할 환경부도 두손 놓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지자체의 감시가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면서 “8월부터 단속을 강화하고 지자체로부터 매주 심사 결과를 보고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고객이 매장 밖으로 들고 나온 플라스틱컵은 어떻게 될까. 밖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컵은 재질이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스틸렌(PS), 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제각각인 데다, 세척이 되지 않아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된다. 컵을 매장으로 되가져와 재활용하는 방법이 현재로선 최선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환경부가 2002년 도입했다가 2008년 폐지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부활시킨다는 방침을 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플라스틱컵 재활용될까

이명박 정부가 규제 완화를 목적으로 보증금 제도를 폐지한 후 1년 만에 일회용컵 사용량은 최대 44.9% 증가했다.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사용한 컵을 매장으로 다시 가져온 고객에게 보증금 50~100원을 돌려주는 제도다. 소비자도 보증금 제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지난해 실시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89.9%가 제도 도입에 동의(찬성 71.4%ㆍ수용 18.5%)했다. 61.8%는 “보증금 제도 도입시 다회용컵을 더 많이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2008년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폐지된 후 일회용컵 사용량이 1년 만에 최대 45% 증가했다.[사진=연합뉴스]
2008년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폐지된 후 일회용컵 사용량이 1년 만에 최대 45% 증가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효과를 거두려면 보완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제도가 도입된 지 6년차이던 2007년에도 환급 비율이 37.2%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었다. 당시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환경부와 업체간 자율협약을 근거로 운영됐다. 미약한 법률적 근거는 제도가 정착하는 데 약점이 됐다. 고객이 찾아가지 않은 미환급 보증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였다. 환경부가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법으로 규정하기 위해 입법절차를 밟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 내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지적받았던 보증금 관리는 제3의 기관에 맡겨 투명하게 관리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맹점 많은 자원재활용법

일회용품 사용을 규제할 근거법령인 자원재활용법에도 맹점이 많다. 무엇보다 연간 사용량 230억개(환경부ㆍ2015년 기준)에 이르는 종이컵은 규제대상이 아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종이컵은 일회용품 규제대상에서 빠졌다. 재활용이 쉽다는 인식에서였다. 이 때문인지 일부 커피전문점에서 플라스틱컵 대신 단속에 걸리지 않는 종이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꼼수를 부린다.

그렇다면 종이컵은 면죄부를 얻을 만큼 재활용이 용이할까. 그렇지 않다. 일회용 종이컵의 재활용률은 1% 안팎으로 추정된다. 황성현 환경운동연합 정책팀장은 “일회용 종이컵은 내부에 코팅처리(폴리에틸렌ㆍPE)를 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면서 “일반 폐지와 섞어 버리면 재활용되지 않고 대부분 소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종이컵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플라스틱컵과 차이가 없다. 올해 초 자원재활용법 시행령 개정 당시 종이컵을 규제대상에 넣지 않은 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일회용컵 2000개를 매립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은 종이컵(1.1tCO2ㆍ환경부)이 플라스틱컵(0.43tCO2)보다 많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4일 발표한 ‘자원순환기본계획’에는 2027년까지 일회용컵, 플라스틱 빨대 등을 단계적으로 최소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면서 “이에 따라 종이컵도 시장조사를 거쳐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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