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2008년 일회용컵 보증금 반환제도 폐지, 2010년 폐기물 부담금 완화, 2013년 테이크아웃 일회용품 규제 폐지. 이후 플라스틱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사그라지면서 한국은 플라스틱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습관적으로 써오던 일회용품을 이제 손에서 내려놓을 때”라고 말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윤순진 교수의 혜안을 담아봤다.  

8월부터 커피전문점과 프랜차이즈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금지됐다.[사진=뉴시스]
8월부터 커피전문점과 프랜차이즈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이 금지됐다.[사진=뉴시스]

✚ 일회용컵 매장 내 사용 규제를 시행한 지 한달이 됐다. 중간 평가를 한다면.
“머그잔 사용 문화가 잘 정착하고 있다고 본다. ‘머그잔 위생상태가 엉망이라 거부감을 느끼는 고객이 많다’ 등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이 보도되고 있긴 한데, 당면한 폐기물 이슈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다.” 

✚ 현장에서 혼란도 적지 않은 듯하다.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에 있다. 2002년 도입됐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당시로선 굉장히 앞서갔던 제도였다. 하지만 2008
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폐지됐다. 규제가 완화하자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졌다. 어느 순간 너도나도 테이크아웃 커피를 손에 들고 다니는 문화를 세련된 것처럼 받아들이게 된 거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일회용품을 많이 쓰는 사람이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폐기물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눈치보고, 당당하지 못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 기업들도 종이빨대나 빨대 없는 컵뚜껑 등을 개발하며 노력하고 있다. 의미 있는 노력인가.
“의미는 있지만 한계도 있다. 빨대 없는 컵뚜껑도 결국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지지 않나. 가장 좋은 건 사용하지 않는 거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게(감량)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그다음이 ‘재이용’ ‘새활용(업사이클링)’ ‘재활용’이다. 우리가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게 재이용이다.”

✚ 재이용이란 용어가 조금 낯설다. 예를 들어달라.
“컵홀더 이야기를 해보자. 과거에는 뜨거운 음료에만 컵홀더를 썼지만 지금은 아이스컵에도 끼우고, 더러 두개씩 끼우는 경우도 있다. 사치이자 낭비다. 한번 쓰고 버리는 컵홀더는 뜨거움을 방지하는 역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재이용이 가능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줄일 수 있는 일회용품 양이 엄청나다.”

✚ 이번 정부 규제가 반쪽짜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플라스틱컵은 규제하지만 일회용 종이컵이나 빨대, 컵뚜껑은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영업하는 분들의 애로사항을 고려했던 것 같다. 올해 초 중국이 폐廢플라스틱 수입을 거부하면서 불거진 ‘플라스틱 대란’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도 주요 규제 대상을 플라스틱컵으로 삼은 듯하다. 앞으로 규제 대상을 점차 확대해 가야 한다.”

반쪽 규제지만 의미 있는 행보

✚ 폐지됐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부활하면 효과가 있을까.
“효과가 있겠지만 과거 사례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당시 일회용컵의 환불 보증금은 50~100원이었다. 환불 보증금이 적으니 사람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소비자의 행위 변화를 이끌어낼 만큼 적정 보증금을 책정해야 한다. 또한 당시 문제가 됐던 미반환 보증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관리하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는 “일회용품을 과다 사용하는 게 부끄럽고, 미안하게 느껴지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윤순진 서울대 교수는 “일회용품을 과다 사용하는 게 부끄럽고, 미안하게 느껴지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 업체마다 사용하는 플라스틱컵의 재질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플라스틱컵의 재질을 일원화해, 구입 매장이 아니더라도 어느 매장에서나 보증금을 환불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플라스틱컵의 재질이 다르면 분리 배출하더라도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생산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해 플라스틱 용기 재질을 단순화하고 있다.”

✚ 플라스틱컵뿐만 아니라 시중에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상품이 넘쳐난다.
“대표적인 게 맥주 페트병이다. 주류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갈색 페트병에 맥주를 담아 판매하고 있다. 이렇게 페트병에 맥주를 판매하는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색 페트병은 재활용이 되지 않아 투명 용기로 바꿔야 하는데 일원화의 걸림돌이 맥주다. 맥주의 경우 외기와 빛을 차단하는 갈색 용기가 아니면 판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체들도 이제 포장이나 가격이 아닌 맛에서 경쟁력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 플라스틱 대체재가 개발되고 있지만 상용화는 아직 어려운 듯하다.
“플라스틱 대비 높은 비용과 낮은 견고함은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대체재 개발 과정에서 기술 발전이 일어나고, 이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플라스틱 규제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는 우려도 있지만 기우杞憂라고 본다. 플라스틱 규제가 오히려 혁신의 장을 마련하고, 여기에서 더 많은 수익이 창출될 수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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