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전향 30대 부부 재무설계 上

여기 10년 가까이 외벌이로 살아온 부부가 있다. 소득이 많지 않아 허리띠를 잔뜩 졸라맨 상태다. 그러다 맞벌이로 전향하면서 수입이 늘었다. 이 돈을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새 수입을 두고 고민하는 이씨 부부의 재무 상태를 살펴봤다. ‘실전재테크 Lab’ 16편 첫번째 이야기다.

새로운 소득을 무조건 저축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새로운 소득을 무조건 저축하는 건 좋은 선택이 아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올해로 39살이 된 이민하(가명)씨는 얼마 전 작은 회사에 취직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지 9년 만의 재취업이었다. 이씨가 처음부터 전업주부였던 건 아니다. 결혼 후 3년 동안은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맞벌이를 했다. 그러다 둘째를 낳으면서 직장을 그만뒀다. 평소 맞벌이를 하는 지인들로부터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아이가 자주 아팠다” “어린 것이 눈치만 늘어 마음이 짠하다” 등의 얘기를 자주 들었던 이씨는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지 않았다. 직접 키우는 게 아이들 정서에도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외벌이 부부로 전향한 만큼 이씨는 지출을 줄이는 데 신경을 썼다. 대부분의 식사는 근처 재래시장에서 식재료를 사와 직접 요리해 먹고 외식을 한달에 1~2번으로 줄였다. 간식비도 아꼈다. 인터넷에 나온 레시피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직접 빵이나 과자를 만들어줬다. 그래도 부족한 돈은 주말 아르바이트로 메웠다. 동갑내기 남편은 이씨의 계획을 잘 따라줬다.

이랬던 이씨가 재취업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둘째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다. “자녀 교육은 부모가 해야 한다”는 게 이씨의 교육 철학이었지만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아들의 수학·영어 성적이 점점 떨어지면서 학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중소기업 ‘대리’인 남편의 월급(230만원)은 온갖 지출로 잡혀 있었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도 한계였다.

이씨는 올해 초부터 이력서를 썼다. 내년이면 마흔인데 그때는 어디에서도 받아줄 것 같지가 않았다. 수십곳에 서류를 보낸 결과, 다행히 한곳에 최종 합격해 9월부터 출근하게 됐다. 급여는 150만원. 주변에선 “그 돈 벌자고 어린 상사 눈치를 봐서야 되겠냐”며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아이들 학원비를 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씨는 가슴이 설렜다.

이씨는 소중한 월급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부부가 재무상담을 신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출내역을 하나씩 살펴보자. 현재 부부의 월 소득은 230만원이다. 이씨가 첫 월급(150만원)을 타면 380만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소비성 지출로는 매월 20만원이 관리비와 각종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자차는 없고 매월 교통비로 9만원을 쓴다. 통신비와 인터넷·케이블TV 요금은 각각 23만원, 2만원이다. 부부의 보험비는 남편 9만원, 아내 3만원으로 총 12만원이다.

가장 지출이 큰 항목은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다. 월 60만원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 용돈은 이씨가 10만원을, 사회생활을 하는 남편이 20만원을 쓴다. 이밖에 전세자금의 대출이자(12만원)까지 더하면 부부는 총 168만원을 소비성 지출로 사용하고 있다. 비정기 지출은 의류·미용비(10만원), 경조사비(10만원) 등 20만원이다.

금융성 상품을 보자. 부부는 대출상환용으로 1년 만기 적금에 가입했다(매월 50만원). 두 자녀 앞으로 각각 4만원·3만원짜리 적금도 들었다. 만일을 위해 비상금 통장에 10만원 저축도 한다. 그 결과, 부부는 매월 255만원을 지출해 23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부부는 금 2돈(35만원)을 자산으로 갖고 있다. “금을 모으는 것도 재테크 방법이다”는 지인의 얘기에 솔깃해 이씨가 구입했다. 부부의 지출내역은 잘 짜여 있었다.

230만원의 소득으로 네 식구가 생활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23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남편의 야근수당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더 줄일 수 있는 지출이 없는 건 아니었다. 부부는 통신비에 23만원이나 쓰고 있었다. 취미가 스마트폰 게임인 부부의 성향상 데이터를 많이 주는 고가 요금제를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완할 점도 눈에 보였다. 지출을 최소화하느라 접어뒀던 장기 계획은 문제였다. 부부는 재무 목표로 ‘자녀 교육비 마련’ ‘노후 준비’ ‘내 집 마련’을 순서대로 꼽았다. 하지만 이들의 지출 구조엔 대출상환용 적금(전세금 대출잔액 5730만원)으로 50만원을 붓고 있는 것 외에는 목표를 달성할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 특히 전세금 대출잔액 변제가 먼저인지, 아이들 학원수업을 위한 비용을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거리는 또 있었는데, 지출을 줄이는 데만 익숙한 이씨의 생활습관이었다. 1차 상담에서 이씨는 취업으로 번 돈을 전부 저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항목들이 있다. 돈을 쓸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보자. 직장생활을 하면 점심을 사먹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씨는 현재 용돈(10만원) 안에서 해결하겠다고 말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무리라고 판단된다. 직장에서 입을 옷도 사야 하고, 동료 직원의 경조사비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맞벌이 부부로 전향하면서 생기는 지출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부부는 자녀들에게 용돈을 주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는 간식비 정도는 줘야 한다. 이씨가 직장생활을 하면 간식을 만들어줄 시간이 부족할 게 분명해서다.

가족의 행복도 빼놓지 말아야할 요소다. 이씨는 평소 자녀들에게 고기반찬을 자주 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소득이 늘었음에도 생활수준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면 가족의 행복지수는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저축에 ‘올인’하는 것보다는 대부분을 저축하되 지출도 조금씩 늘려 예산을 짤 필요가 있다. 이씨 부부의 지출구조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는 다음에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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