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효과의 이중성

삼성전자가 180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 소식에 환호한 건 반도체 산업만이 아니다. 경기도 평택의 부동산 시장도 들끓었다. 기업이 투자하면 숱한 부가가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대기업 효과’인데, 이 효과가 늘 긍정적인 건 아니다. 대기업 효과는 둥지를 틀 때와 빠질 때의 간극이 큰 게 문제다.
 

경기도 평택과 이천은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기도 평택과 이천은 각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워라밸 효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효과’…. 부동산 시장에서 떠오르고 있는 키워드다. 이들은 외면 받던 지역을 부상시키거나 부동산 시장을 호령하던 상품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등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엔 또 다른 효과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대기업 효과’다. 대기업이 투자하면 그 지역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거린다는 점에 근거한 효과다. 

무엇보다 대기업이 투자를 하면 개발의 선순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의  공장ㆍ사업장이 들어서면 인구가 유입되고, 주변 거주지 수요가 증가한다. 그러면 상권 활성화ㆍ교통 인프라 개선ㆍ생활 인프라 확충 등 부차적인 효과가 수반된다. 

최근 대기업의 투자 계획으로 인해 훈풍이 불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은 경기도 평택과 이천이다. 먼저 평택은 삼성전자의 산업단지가 있는 곳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월 평택 반도체 사업장에 2라인을 증설한다고 발표하자, 이 지역 부동산 시장도 크게 들썩였다. 생산라인을 추가 증설하는 데, 약 30조원의 투자액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파급효과도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평택 반도체 사업장이 총 6라인까지 갖출 수 있는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가 18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평택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전례前例가 확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투자하기로 확정한 2012년 7월 아파트 매매가격은 껑충 뛰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겪던 그해 7월부터 연말까지 평택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평균 0.48%에 달했고, 수도권에서 상승세를 보인 건 이천시와 함께 유일했다. 

 

이천시도 대기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대표 지역 중 한곳이다. 이천은 2015년 SK하이닉스가 5만3000㎡(약 1만6000평) 면적의 땅에 반도체 생산라인인 M14 공장을 준공하면서 큰 수혜를 입었다. 여기에 최근 SK하이닉스가 3조5000억원을 들여 새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추가 호재를 맞았다.

특히 새 공장은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차세대 장비에 투자하는 만큼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하이닉스의 새 공장이 2020년 10월 예정대로 완공되면 2026년까지 생산유발 80조2000억원, 부가가치유발 26조2000억원, 고용창출 34만8000명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도 적지 않다. 지역의 경제적 기반이 기업에 좌우되는 만큼 기업이 공장을 철수하거나 어려움을 겪으면 해당 지역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전북 군산시가 단적인 예다. 군산은 현대중공업과 한국GM의 공장이 연달아 문을 닫으면서 지역 경제가 크게 흔들렸다. 부동산 시장에 무조건적인 투자 성공을 보장하는 호재란 없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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