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제로페이로 결제할까

정부가 소상공인을 위한 나름의 ‘묘수’를 짜냈다. 카드 수수료가 없는 ‘제로페이’를 새 결제 방식으로 도입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민간기업도 협조적이어서 진행속도가 빠르다. 그런데, 이 정책을 성공시키는 열쇠는 결국 소비자가 쥐고 있다. 소비자들이 서울페이로 결제해야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줄어드는데, 그럴 만한 유인책이 부족해 보인다. 제로페이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제로페이의 현주소와 미래를 진단해봤다. 

제로페이 이용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로페이 이용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수수료 0%’인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른바 ‘제로페이’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고객이 계좌 이체로 돈을 낸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QR코드를 촬영하면 소비자의 은행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된다. 신용카드를 쓰지 않아 카드사·밴(VAN)사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 말 서울시에서 제로페이를 처음 선보일 계획을 세웠다.

제로페이는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한국은행과 함께 제로페이 전용 QR코드를 제작 중인 이유다. 어떤 결제 플랫폼을 쓰든 전용 QR코드를 찍으면 제로페이로 결제되게 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를 포함한 5개 지자체(부산광역시·인천광역시·전라남도·경상남도)는 지난 7월 25일 은행 11곳, 간편 결제 플랫폼 사업자 5곳과 업무 협약을 맺고 제로페이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제로페이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지난해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8.8%가 월평균 순이익이 100만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인 자영업자는 28.6%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 매출액의 최고 2.3%까지 부과되는 카드 수수료는 소상공인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제로페이는 카드 수수료가 없는 만큼 소상공인들이 적극 이용할 거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참여율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의 이용건수 비중은 전체 결제건수의 50.6%에 달한다. 소비자들은 적립·할인 혜택을 신용카드의 매력으로 꼽는다. ‘신용카드를 쓰는 이유’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63.6%·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트렌드모니터·올해 2월 기준).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려면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쓰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제로페이의 도입으로 인한 소비자의 혜택은 카드 소득공제 40.0%가 유일하다. 이는 1년 지출이 자신의 연 소득의 25.0%를 넘을 경우 초과분의 40.0%를 연말에 되돌려주는 제도다. 연봉이 4000만원인 직장인이 1500만원의 지출 중 500만원을 제로페이로 결제했다면 그중 200만원을 소득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 적극 이용할까

소비자 입장에선 신용카드(15.0%)·체크카드(30.0%)보다 높은 수준인 건 맞지만 전문가들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외상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소득공제만으론 현금을 쓰도록(이체) 유인하는 힘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정석 연세대(경제학) 교수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과거에도 정부가 체크카드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신용카드보다 2배나 많은 소득공제 혜택을 줬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면서 “여기에 10%를 더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결제수단을 제로페이로 바꿀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로페이가 신용카드를 넘어서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제로페이는 수익 모델이 없다. 수수료를 포기한 은행과 기업들도 관심을 쏟을 이유도 딱히 없다. 누구하나 이득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혜택을 신용카드 수준으로 늘리기는 쉽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비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신용카드의 여신 기능을 더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고 말했지만 이 또한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하다. 수수료 0% 제로페이는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시장은 아직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
임종찬 더스쿠프 기자 bellkic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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