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발목 잡으면 부동산도 잡힐까
7% 발목 잡으면 부동산도 잡힐까
  • 김다린 기자
  • 호수 306
  • 승인 2018.09.17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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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3 대책 이후 주택시장

문재인 정부는 참 많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그럼에도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이유는 뭘까. 대책을 들여다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다주택자를 겨냥하고 있었다는 거다. 이번 9ㆍ13 대책도 마찬가지였다. 당장 의문이 든다. 정책 영향을 크게 받는 3주택 보유 가구는 전체 주택 보유 가구의 7.2% 뿐이다. 이들을 옥죄면 시장이 안정화될 거란 발상은 지나치게 순진하다. 부동산 시장이 정책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9ㆍ13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을 내다봤다. 

정부 출범 후 잇따라 나온 부동산 대책에도 좀처럼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 출범 후 잇따라 나온 부동산 대책에도 좀처럼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다.[사진=뉴시스]

A :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로 매물을 등록했던데, 대체 누구죠?
B : 죄송합니다, 급하게 자금이 필요해서….
C :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너무 염치가 없으시네요.
D : 앞으로 또 마피가 올라오지 못하게 대책을 세워야겠어요.

부동산 업계 관계자의 대화가 아니다. 최근 한 아파트 단지 단체 SNS에서 벌어진 대화다. 10억원 단위 고가의 서울 아파트 얘기도 아니다. 수도권, 그것도 300여 세대에 불과한 작은 단지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들이 모인 이 대화방에선 정부의 잇단 규제에도 “여기만큼은 좀 더 오를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오히려 규제 지역을 벗어난 덕에 ‘풍선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집중포화 맞은 다주택자

주택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책이 잇달아 발표됐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상승세는 계속됐다. 집값 오름세의 원인과 정부 대책이 놓친 건 무엇이었을까. 정부는 시장 과열 주범으로 ‘투기꾼’을 꼽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지난해 6월 취임 일성을 들어보자. “최근 집값 급등은 투기수요 때문이며, 6ㆍ19 대책은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부동산 정책은 투기 세력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

투기의 뜻도 확실히 못 박았다. “돈을 위해 서민들과 실수요자들이 집을 갖지 못하도록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이 투기다.” 투기꾼은 다주택자란 얘기다. 다주택자 주택 거래 건수 급증 통계를 증거로도 꺼냈다. ‘갭투자’에 적극 뛰어든 이들도 문제로 봤다. 이전 정부가 “빚 내서 집 사라”며 풀어둔 금융규제로 유행처럼 번진 부동산 ‘갭투자’는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은 주택을 전세를 끼고 구입한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방식이다.

아니나 다를까. 김 장관은 이후 8ㆍ2 부동산 대책과 주거복지로드맵,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대책, 강남 재건축시장 안정화 대책 등을 쏟아냈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2014년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폐기됐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다시 살려낸 거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주택을 팔아 차익을 남길 경우, 세금 부담을 이전보다 많게는 2배까지 늘렸다.

이들의 돈줄을 죄기 위해 대출규제인 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도 강화했다. 덕분에 현금자산이 충분하지 않은 다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담보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대출받아 주택을 구입하는 게 힘들어졌다. 올해 6월 발표된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도 다주택자를 겨냥했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을 0.3%포인트 추가 인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약발이 먹혀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되레 내성耐性만 강해졌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대책이 나올 땐 일시적으로 주춤하고 곧이어 가격을 회복했지만, 최근엔 다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첫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변동률은 0.47%를 기록했다. 8월 마지막 주보다 0.45%보다 0.02%포인트 올라갔다. 서울 종로ㆍ중ㆍ동대문ㆍ동작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난 직후에 얻은 결과다.

9ㆍ13 대책은 먹힐까

시장은 왜 정부의 처방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집값은 모두의 관심사다. 투자도, 투기도 모두 기본적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서 출발한다. 이게 없으면 투자나 투기나 꿈쩍도 안 한다.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겠다는 정부의 시도가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가 대책을 쏟아내는 사이에도 투자자든 투기꾼이든 탐욕에 불을 댕기는 요소가 너무 많지 않은가.” 

정부의 진단이 단편적이었다는 주장이다. 저금리와 주식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린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라서다. “집값 반드시 잡겠다”며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직접 브리핑에 나선 9ㆍ13 대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0.1%~1.2%포인트를 추가로 올리는 게 핵심인데,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청약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가 대상이다. 하지만 정부가 타깃으로 잡은 3주택 이상 보유 가구는 주택을 보유한 전체 1074만 가구 중 77만 가구(7.2%)에 불과하다. 

최근 정부는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며 정책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 역시 효과는 미지수다. 해프닝처럼 택지 개발 후보지로 언급된 과천 선바위역 일대, 의왕 월곶판교선 청계역 일대, 안산 반월역 일대 등에 토지 매입 문의가 빗발치면서 호가가 올랐던 게 그 증거다. 섣불리 공급을 확대하면 개발지 주변의 집값 상승을 부추긴단 얘기다. 분당ㆍ판교ㆍ위례 등 강남 대체지를 꾸준히 공급했는데도 강남 집값이 계속 올랐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애초에 얽히고설킨 부동산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주택자, 투기꾼을 잡겠다”며 대책으로 맞선 결과는 서민 주거난이다. 이젠 다른 진단을 내릴 때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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