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일 위협하는 고용ㆍ집값 참사

고용, 집값 등이 민생고를 심화시키고 있다. 청와대부터 위기의식을 갖고 변해야 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고용, 집값 등이 민생고를 심화시키고 있다. 청와대부터 위기의식을 갖고 변해야 할 때다. [사진=연합뉴스]

답답하고 참담하다. 일상생활인 의식주衣食住 가운데 두 핵심 과제, 식과 주가 위협받고 있다. 8월 고용지표는 외환위기 이래 최악이다. 9월 취업자 증가는 마이너스일 거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일자리를 못 구해서, 일터에서 쫓겨나는 판에 생활물가는 오르니 소득이 줄고 먹는 일이 걱정인데, 청와대는 “경제체질이 바뀌면서 수반되는 통증”이라며 기다리란다.

집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1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16.4% 치솟았다. 평균가격이 7억원을 넘어섰다. 2분기 도시근로자 가구 연평균 소득(6000만원)의 10배도 넘는다. 서울 집값이 뛰며 여파가 수도권으로 확산됐다. 부지런히 일하고 저축하면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앗아갔다. 

종합부동산세 더 올리고 대출 틀어막겠다는 9ㆍ13 대책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벌써 8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재임 16개월 동안 두달에 한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 여기 눌렀다가 아니면 저기 누르는 두더지 잡기식 수요억제책 위주라서 효과는커녕 매물 품귀 현상을 빚으며 집값을 부추겼다.       

고용 쇼크와 집값 폭등으로 먹고사는 일을 한꺼번에 악화시킨 작금의 민생대란은 경기 탓이나 인구변화 등 구조적 문제가 아닌 정책 실패가 핵심 원인이다. 글로벌 경기가 호황이고 미국ㆍ일본 등 주요국 경제는 괜찮은데 한국만 유달리 고용 참사를 겪는 데서 알 수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실패는 50%대로 떨어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외 궤를 같이한다.

상황이 이럼에도 정부 여당 일각에선 여전히 이전 정권 탓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는데도 과거 핑계를 대는 것은 염치없다.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정책 추진의 속도를 조절하거나 정밀한 보완책을 강구하자.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하자는 방향은 맞다. 하지만 시장이 적응하지 못하고 일자리가 줄어 고통을 겪는 국민에게 참고 기다리라고만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서울 강남ㆍ고가주택ㆍ다주택자를 겨냥해 세금을 때리고 대출을 막는 수요억제책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 보유세를 높이는 한편 거래세인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어줘 매물이 나오게 해야 한다. 꽁꽁 묶은 재건축 규제도 완화해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책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새로 조성할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는 아파트만 덜렁 짓지 말고 교통망과 교육 및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춰 사람들이 가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때가 됐다. 자신들만 옳고 야당이나 생각이 다른 편은 그르다는 오만과 청와대 중심의 국정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 1년 4개월 청와대가 모든 일을 틀어쥐고 주도했지만, 결과는 정책 실패가 적지 않았고 민심도 멀어졌다. 주요 경쟁국들이 4차 산업혁명의 길에서 저만치 앞서가는데 한국은 여태 부동산 대책이나 만지작댄다.   

이제라도 ‘청와대 정부’에서 ‘책임장관 체제’로 바꾸고 야당과도 긴밀히 소통해야 할 것이다. 비서실은 대통령 보좌진이지 정책 집행기관이 아니다. 2기 내각 출범과 함께 부처 장관들이 열심히 창의적으로 뛰게 하라. 그래야 관료조직이 움직이고 정책효과도 살아난다. ‘김앤장’ 논란을 초래한 경제팀 컨트롤타워부터 경제부총리로 확실하게 세우자. 고용 참사 및 집값 참사에 관련이 있는 청와대 참모진 교체도 필요하다.  

국가정책에 있어선 정권을 의식한 단기 처방에 급급하지 않는, 인구구조 및 미래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중장기 전략이 요구된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고 경제를 회생시킨 것은 장기 불황에도 ‘넘버 원’이 아닌 ‘온리 원’ 전략으로 기술을 개발한 기업과 “내가 하고 싶은 것과 국민이 해달라는 것과 차이가 났다”고 반성하며 경제에 집중한 아베 총리의 리더십 덕분이다. 

추석 차례상에서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뭘까. 청와대는 3차 남북정상회담 내용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길 바라겠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식구나 친지 입장에선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다. 

대학을 나온 청년들이 일자리를 못 구하고 40대 가장들이 일터에서 떨려난다. 미래 희망을 노래해야 할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은커녕 미친 집값에 절망한다. 역시 민생과 경제가 최우선 과제다. 청와대부터 위기의식을 갖고 변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경제가 괜찮아야 추동력을 얻는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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