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인데 금값 왜 떨어지나

불황기에 금의 인기는 절정이다. 안정적인 가치에 현금화가 쉬워서다. 최근 들어 금 시세가 하락하고 있다. 올 2분기 수요량은 최근 2년 내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단서일까.

▲ WGC에 따르면 올 2분기 금 수요량이 세계적인 약세를 보였다.

지난해 금 시세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만해도 금값은 온스(31.1g) 당 600달러 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온스 당 1920달러를 상회하며 2000달러 고지를 목전에 뒀다.

남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하락을 이유로 투기세력이 몰린 탓이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금값이 금값’이 되면서 실생활에도 변화가 이어졌다. 연인 사이에서 금으로 된 선물은 자제하는 풍조가 생

 
겼고, 돌을 맞은 아기에게 반지 대신 현금봉투를 쥐어주는 일이 늘어났다.

최근 들어 금 시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급등에 따른 숨고르기라고 하기엔 돌아가는 판세가 복잡하다.
8월 16일 세계금위원회(WGC)의 발표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금 수요량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990t을 기록했다. 금 수요가 2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수요량이 감소하면서 온스 당 가격은 1600달러 대로 하락했다.

가격 하락의 주된 이유는 인도의 수요량 급감이다. 인도는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이다. 인도의 올 2분기 금 수입량은 181.3t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포인트 떨어졌다. WGC 관계자는 “올해 인도의 금 수요는 지난해보다 25% 하락한 750t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의 금 소비량 감소는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대신경제연구소에서 8월 20일 발표한 귀금속 관련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올 1월 금과 은의 수입관세를 인상한데 이어, 4월 1일 다시 금 관세를 2배로 인상했다.

이런 인상조치에 반발한 보석상들이 파업을 결의했고 이는 성장 둔화로 이어졌다. 루피화(인도의 화폐단
 
위)도 약세를 보이며 전반적인 구매력이 약해졌다.

금 수요량 전 세계적으로 감소

세계 2위 금 소비국인 중국 또한 금 수요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WGC에 의하면 중국의 2분기 금 수요량은 전년대비 7%포인트 감소한 144.9t에 그쳤다.

대신경제연구소 서지영 연구원은 “중국의 소매판매 지표는 올해 들어 계속 둔화되면서 소비 중심 성장이 느려졌다”며 “그로 인해 (금에 대한) 투자와 보석 부문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수요가 감소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 수요량도 떨어졌다.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줄어든 34t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금의 매력이 떨어진 이유는 경제지표 호전으로 분석된다.

KB투자증권 김현태 연구원은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시장 기대치를 넘어서는 등 예상보다 양호하게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로 인해 QE3(3차 양적완화)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며 “이는 귀금속 가격에는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말했듯 금은 안전자산이다. 경기가 침체할수록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금값이 하락한다는 것은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국내의 금 거래시세는 어느 정도일까. 8월 20일 오전, 종로3가 귀금속 도매시장을 찾았다. 단성사 극장 인근 S도매상가에 들어가 돌반지 가격을 문의했다. 1돈(3.75g)은 22만8000원, 캐릭터 반지는 공임료가 추가돼 23만5000원이었다.

▲ 종로3가 귀금속 도매시장에서의 금값은 안정적인 편이다.


건너편 피카디리 극장 앞 W도매상가에선 일반반지 22만5000원, 캐릭터반지는 22만9000까지도 가능하다고 했다. 흥정을 한다면 더 깎을 수도 있는 분위기였다. 상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일반반지가 26만원 이상으로 거래됐다”며 “최근 많이 내렸다가 얼마 전 조금 올랐다”고 말했다. 반대로 고객이 상점에 1돈짜리 돌 반지를 팔 경우엔 21만원에서 21만5000원 사이에서 가격이 책정됐다.

물론 소매점은 유통가가 높다. 자리를 옮겨 명동 인근의 대형백화점에 문의한 결과, 돌반지 1돈의 구입가는 30만1000원이었다. 백화점 프리미엄을 감안한다 해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다.

최근 들어 하락했다고는 하나 그래도 ‘금은 금’이다. 금 투자에 대한 향후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8월 14일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자료에 따르면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와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이 금 투자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소로스펀드는 지난 2분기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량을 2배 이상 늘렸다. 존 폴슨이 운영하는 폴슨앤코도 금 관련 펀드량을 26%포인트 늘렸다.

그래도 매력적인 ‘金’

금값의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반기 중국의 금 수요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서다. WGC측은 올해 중국의 전체 금 수요량은 전년대비 10%포인트 증가한 850t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인도의 금 수요량 전망치(700t)를 크게 상회한다. 중국이 세계 최대 금 소비국가로 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 또한 향후 수요가 개선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기본적으로 금 선호도가 강한 나라이기 때문
 
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서지영 연구원은 “인도와 중국 양국의 금 선호도를 감안할 때 (현재의 금 시세는) 일시적인 위축으로 생각 된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도 최근 금 매수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또한 재정 위기의 불씨가 있는 만큼 추이에 따라 안전자산인 금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또한 꾸준히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 지난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7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16t(8억1000만 달러어치)이 추가돼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70.4t(29억8000만 달러어치)으로 늘었다.

지난해 11월 15t의 금을 매입한 데 이어 8개월 만에 또다시 구매한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금 보유량은 세계 43위에서 40위로 올라섰다.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0.7%에서 0.9%로 0.2%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은행 운용전략팀 관계자는 “국내 외환시장도 안정돼 있고 외환보유액도 3000억 달러가 넘은 상태로, 전반적인 금 매입 여건이 괜찮았다”며 “금을 외환보유액에 넣어서 운용하면 투자 다변화 효과는 물론 리스크도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Issue in Issue - 급등세 보이는 ‘백금’

금이 하락세인 것과는 달리 백금(platinum)은 최근 강한 상승세다. 8월초만 해도 백금 시세는 온스 당 1400달러 선으로 2년 6개월만의 최저수준이었다. 하지만 22일 기준 온스 당 1500달러를 넘어섰다.
 
▲ 백금을 이용한 고급 쥬얼리
이는 지난 10일경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론민 광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파업 때문이다. 남아공은 세계 백금 생산량의 75%를 차지한다. 론민은 남아공 3대 백금광산 중 하나다.

광산측이 생산규모 축소와 구조조정을 시도했고 이는 노동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강경진압에 나선 경찰이 화기를 동원하면서 16일 하루에만 3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같은 남아공 광산 사건은 백금의 공급우려를 불러 왔다. 물량부족에 따른 백금가격의 급등을 노린 투기세력들이 몰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의 백금급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이야 금보다 시세가 낮지만, 통상적으로 백금은 금보다 월등한 가격으로 거래돼 왔다. 금속 자체의 희소성과 생산원가 때문이다. 백금은 보석이나 재화의 목적보다는 산업용 고급재료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경기가 활황일 땐 백금가격도 오른다. 경기가 불황일 때 시세가 오르는 금과는 반대다.

참고로 백금은 ‘화이트골드(White Gold)’와는 구분된다. 화이트골드는 노란색 금에 니켈·구리·아연 등을 첨가해 은백색으로 표백 처리한 것이다. 금이 첨가된 합금도에 따라 10K, 14K, 18K 등으로 표시된다. 반면 백금은 화학원소가 ‘Pt’로 금(Au)과는 구성 자체가 다르다. 고온에서 가공해야하고, 가공 시 손실되는 양도 많아 제작비용이 높다. 산업재 외에 고급주얼리 재료로도 쓰인다.

유두진 기자 ydj123@thescoop.co.kr|@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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