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가보니 …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11월 고속도로 휴게소 입점 프랜차이즈 18곳에 제휴카드 할인·포인트 적립 등의 할인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휴게소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만 할인이 되지 않는다는 소비자의 원성이 수년간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1년여, 우여곡절 끝에 도입한 할인제도는 잘 운영되고 있을까요? 더스쿠프(The SCOOP) 취재팀이 고속도로 휴게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11월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할인제도를 도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11월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할인제도를 도입했다. [사진=연합뉴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제휴카드(통신사·신용카드) 할인, 포인트 적립, 모바일쿠폰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수년 전부터 문제가 됐던 이야기입니다.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이 할인·포인트 적립제도를 운영하지 않은 탓이었죠. 소비자를 무시한 ‘배짱영업’이라는 비판과 도로공사의 관리·감독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질책이 이어졌습니다. 그럼 지금은 어떨까요?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일단 “할인혜택은 민간기업이 해야 할 부분”이라며 난색을 표하던 도로공사는 입장을 살짝 바꿨습니다. “지난해 9월 시중매장과 동일한 할인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프랜차이즈업체에 해당 브랜드 지정 취소와 주의경고 처분이 가능하다”는 법적 자문결과를 받은 이후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당연하지만 참 우여곡절 끝에 ‘고속도로 휴게소 할인제도’가 도입됐습니다.

“(2017년) 11월 1일을 기점으로 전국 187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18개 브랜드 317개 매장에서 시중과 동일한 할인제도가 운영된다.” 지난 7월 배포한 ‘고속도로 휴게소 이색 피서 서비스 제공’이라는 보도자료에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휴게소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포인트 적립 및 사용, 통신사와 카드사 제휴할인, 쿠폰 사용 등이 가능하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할인제도가 제대로 운용되지 않으면 이를 휴게소 평가에 반영해 운영업체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주의경고 등의 행정 처분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한번 가봐야겠습니다. 더스쿠프 취재팀은 9월 5일과 11일 두차례에 걸쳐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매장 32곳이 할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12곳이 어디냐구요? 좀 길지만 열거하겠습니다.

덕평휴게소·마장휴게소·여주휴게소(강릉)·음성휴게소(통영)·오창휴게소(통영)·천안휴게소(서울)·입장휴게소(서울)·안성휴게소(서울)·죽전휴게소(서울)·시흥하늘휴게소·용인휴게소(강릉)·이천휴게소(통영). 읽으시느라 힘드셨죠? 이제 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18개 브랜드, 317개 고속도로 휴게소 매장에서 전면 시행되고 있다”는 도로공사의 공언은 거짓말이었습니다. 할인제도 운영은 휴게소마다 제각각이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16년 56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고속도로 휴게소 1위를 차지한 덕평자연휴게소에 입점한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나뚜르 등은 “할인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파리바게뜨 매장엔 ‘휴게소 안 점포의 특성상 제휴 할인카드와 상품권은 사용불가’라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종합해 보면, 12곳 휴게소 32곳 프랜차이즈 매장 가운데 할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안내를 받은 곳은 고작 11개뿐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도입됐지만 …

당연히 도로공사에 문의했습니다. “할인제도가 전면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확인해 보셔야 겠습니다.” 도로공사는 “그럴 리 없다”면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근무자가 시행여부를 몰라 잘못 안내했을 수 있다. 할인제도는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더스쿠프 취재팀이 고속도로 휴게소를 다녀온 다음날인 6일엔 ‘현장 점검’까지 했다면서 알려왔습니다. “미스터리쇼퍼로 매장을 방문해 시행여부를 확인했다. 포스기가 고장 난 매장 2곳과 안내문을 비치하지 않은 매장 5곳을 확인하고 개선조치를 했다.”

그래서 고속도로 휴게소를 다시 방문(11일)했습니다. 도로공사의 주장대로 할인제도가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볼 요량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할인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더 많이 들었습니다. 할인제도 안내문을 비치하지 않은 프랜차이즈 매장도 9곳으로 여전히 많았죠. 도로공사의 관리·감독시스템이 허술하기 짝이 없든지, 프랜차이즈 매장이 여전히 고객을 우롱하고 있든지, 이유는 둘 중 하나였습니다.

고속도로 프랜차이즈 할인제도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할인을 받는 건 쉽지 않다.[시진=연합뉴스]
고속도로 프랜차이즈 할인제도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할인을 받는 건 쉽지 않다.[시진=연합뉴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프랜차이즈가 할인대상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할인 대상 브랜드를 18곳으로 정해놨기 때문입니다. 18곳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엔제리너스·투썸플레이스·탐앤탐스·할리스커피·카페베네·망고식스·드롭탑·공차·스타벅스·나뚜루팝·배스킨라빈스·크리스피 크림 도넛·던킨도너츠·파리바게뜨·뚜레쥬르·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 등입니다.

어떤가요? 편의점이 없지요?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에서 ‘할인혜택’을 받지 못하셨다면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선정기준이 분명하고 뚜렷한 것도 아닙니다. 전국 3곳(행담도 휴게소, 공주휴게소 당진 방향, 공주휴게소 대전 방향)의 휴게소에 입점해 있는 공차는 할인 대상 프랜차이즈에 속해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 9곳의 휴게소에 입점해 있는 달콤커피는 할인 대상이 아닙니다. 휴게소에 입점한 달콤커피에서는 적립카드·쿠폰·모바일 상품권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할인제도 시행 천차만별

그러자 도로공사 측은 능수능란하게 해명을 했습니다.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브랜드는 할인 제도가 시행된 이후 입점한 브랜드이거나 선호도 등이 떨어져 대상 브랜드에서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엉뚱한 답변입니다. 달콤커피는 할인제도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영업을 해왔고, 전국에 있는 매장만 180여개에 이릅니다. 

지난해 국감에서 휴게소 입점 프랜차이즈 매장의 할인제도 문제를 제기한 안호영(더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할인 대상을 아마도 휴게소 평가에서 가점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유명 프랜차이즈 위주로 할인 대상을 선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할인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로공사는 할인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휴게소를 대상으로 9월 15~16일 특별점검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어딜 가든 소비자는 소비자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매장만 유독 ‘할인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건 어딘지 모르게 ‘꼼수’처럼 보입니다. 프랜차이즈 본사 사장님, 어떤가요? “모든 매장에 할인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뿌린 도로공사 사장님은 어떤가요?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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