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 모든 것의 병리화, 모든 것의 의료화

알코올 의존증·ADHD·학습장애·발기부전 등 의료화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코올 의존증·ADHD·학습장애·발기부전 등 의료화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 검사를 해봐야 하나?” 자녀가 쉽게 집중하지 못할 경우 부모는 불안감을 느낀다. 아이들만 걱정의 대상인 건 아니다. 대중매체나 대중서의 ADHD 자가진단을 통해 ‘자신의 병’이 의심되는 성인들은 의사를 찾아가기도 한다. 중년 남성들은 탈모에 부쩍 신경이 쓰인다. 머리카락 수가 줄어드는 것과 심리적 영향 외에 별다른 신체적 고통이 없음에도 언젠부턴가 탈모는 남자의 병이 돼버렸다. 또래보다 성장이 늦은 아이를 두고 단순한 ‘저신장’인지 치료가 필요한 ‘성장장애’인지 의문을 갖는 부모도 많아졌다.

피터 콘래드는 의료화(medicalization)에 관한 사회학 연구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의료사회학 분야의 권위자다. 의료화 과정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그에 따라 어떤 사회적 결과들이 나타나는지 꾸준히 연구해왔다.

그가 정의하는 의료화란 기존에는 의학적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던 증상들이 질병이나 질환 같은 의학적 문제로 정의되고 치료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알코올 의존증·ADHD·우울증·수면 장애·노화·비만·불임·학습장애·발기부전·성형수술 등 그 사례는 매우 다양하다.

「어쩌다 우리는 환자가 되었나」는 그가 1975년 이후 30여 년간 연구해 온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사회학자로서 조사한 자료와 연구·분석한 내용들이 충실하게 담겼다.

1부 ‘개념’에서는 의료화의 배경과 변화의 맥락들을 동시대 연구자들의 논의와 함께 살펴본다. 저자는 의료화로 지목된 특정 문제들이 실제 ‘의학적 문제’인지 판결하는 것은 자신의 관심 영역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는 “사회학적 분석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진단의 타당성이 아니라 명명의 타당성”이라고 말한다.

2부 ‘사례들’에서는 남성 발기부전과 탈모, 아동 및 성인 ADHD, 항노화와 성형수술, 경기력 향상과 같은 인간 증강, 동성애 등 의료화·탈의료화한 주요 사례들을 서술한다. 여기서 제시하는 의료화 사례들은 꽤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3부 ‘한계와 결과’에서는 의료화의 한계와 사회적 결과를 논의하고 이를 둘러싼 논란을 살핀다. 저자는 사회의 의료화가 증가했으며 의학 안팎의 강력한 사회적 힘이 이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의학의 확장이 인류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는 의료화가 만연하거나 과잉 의료화라 부를 수 있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우려한다. 저자는 “과잉 의료화가 인간의 다양성을 병으로 바꿔 놓는다”며 ADHD나 성기능장애, 특발성 저신장증 등 인간적 차이를 병리적으로 접근해 질병으로 간주하고 통제 대상으로 삼는 문제들을 고민한다. 아울러 이런 흐름에 저항하는 움직임도 언급한다.


세 가지 스토리

「유튜브 컬처」
케빈 알로카 지음 | 스타리치북스 펴냄


유튜브엔 모든 게 있다. 넥타이를 매는법부터 세계 2차 대전 자료까지 거의 모든 주제에 관한 영상이 매일 수백개씩 유튜브에 기록된다. 그래서인지 유튜브의 힘은 막강하다. 세계 시청자들의 시선을 TV에서 컴퓨터, 스마트폰 앞으로 옮겨놨다. 저자는 유튜브에 존재하는 인기 동영상들을 분석해 유튜브가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지, 현대인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놨는지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지음 | 김영사 펴냄


신기술은 과연 인류를 풍족하게 만들 수 있을까.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저자는 인류가 전례 없는 도전을 맞닥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현대의 기술이 인간의 기본적인 삶의 구조마저 바꿀 것이라고 말하면서,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인류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인공지능으로 사라지는 일자리와 가짜 뉴스, 핵전쟁 등 불확실하고 복잡한 현대 사회를 21가지 테마로 다룬다.

「내 몸이 보내는 이상신호가 나를 살린다」
이시하라 유미 지음 | 전나무숲 펴냄


인간의 몸은 스스로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를 자연치유라 한다. 저자는 성공적인 자연치유를 위해선 자신의 몸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또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자연치유력이 높아져 암조차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몸이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어떤 운동방법이 자연치유에 효과적인지, 우리가 가져야할 생활습관이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설명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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