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걷히지 않은 철강업계  
철강 쿼터 면제 돼도 과제 숱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한차례 국내 철강업계를 흔들었다. 한국산 철강제품에 부여한 쿼터(수입할당)를 면제해 줄 수 있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당장 시장이 출렁였다. 철강주들은 연이어 상승세를 그렸다. 하지만 국내 철강사들은 우려를 접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번 결정이 일시적인 규제완화에 불과해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철강 쿼터 면제의 실익을 취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재 수입규제를 시행한 지 4개월여만에 말을 뒤집었다.[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재 수입규제를 시행한 지 4개월여만에 말을 뒤집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철강업계를 뒤덮었던 먹구름이 조금 걷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현지시간) 서명한 행정명령 덕이다. 내용은 이렇다. “한국ㆍ아르헨티나ㆍ브라질의 철강제품과 아르헨티나의 알루미늄에 부여한 쿼터(수입할당)를 선별적으로 면제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부여한 쿼터는 지난 3년간 평균 수출량의 70%다. 지난해 수출량으로 한정하면 73%이고, 강관류로만 따지면 지난해의 53%다. 미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한 결과다. 처음엔 모든 수입산 철강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지난 3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상한 끝에 쿼터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쿼터제가 미국 수출길을 막는 걸림돌이란 사실이 달라진 건 아니었다. 쪼그라든 수출량에 공장 가동을 멈춘 철강사도 숱했다. 2019년 수출분을 생산하기 시작하는 올해 말까지는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쿼터가 되레 나쁜 선택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품목 쿼터 면제’ 발표 소식에 국내 철강업계가 크게 술렁였던 이유다. 

 

당연히 국내 철강사들의 주가도 춤을 추면서 상승세를 그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일 하루 뒤인 8월 30일 각각 6월 이후 장중 최고가인 34만2000원, 5만5500원(이후 포스코는 하락세, 현대제철은 보합세)을 찍었다. 미국시장 수출비중이 높은 유정용 강관 제조기업 휴스틸은 1만3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수직상승하더니 지난 12일 장중 1만590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한편에선 “낙관론을 펴기엔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품목의 쿼터 면제를 허용한 이번 결정이 전격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라 일시적인 해소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은) 자국 철강재 수요업체들의 피해를 줄여주고, 하반기 인프라투자 확대에 따른 수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임시조치”라면서 “현재 봉형강류ㆍ선재류 등이 예외품목으로 신청됐는데, 상무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사들도 우려를 접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은 한 철강사의 관계자는 “규제 완화 가능성이 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이슈인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예외품목으로 신청한 이후 실질적인 결과가 나오기까지 과정이 매우 복잡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외품목으로 인정되려면 미국 내 자급률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하지만 지금은 워낙 업황에 따른 변동성이 심해서 정확히 가늠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산 철강제품이 쿼터 예외품목으로 인정된다고 해도 반덤핑ㆍ상계관세 문제가 남는다. 가령, 냉연강판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각각 48.93%(반덤핑ㆍ상계관세 합산), 38.22%의 관세를 받았고, 대미 수출량 비중이 99%에 육박하는 유정용 강관은 넥스틸과 세아제강, 현대제철이 75.81%, 6.75% 6.75%의 반덤핑 관세를 받고 있다. 박 애널리스트도 “특히 판재류의 경우 쿼터 상향보다는 대규모로 부과된 관세율을 하향시키는 게 더 중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쿼터 예외품목으로 인정받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숱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따져봐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면서 말을 이었다. “최근 캐나다ㆍ중국 등에서도 국내 철강제품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에 나서고 있다. 미국만 신경쓸 상황이 아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이 감산減産을 늦추면서 철강재 가격마저 하락하고 있다. 업황이 생각보다 나쁘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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