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안 느는 이유❶ 인구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린 결과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문제다.” 매월 고용 동향이 발표될 때마다 설전이 오간다. 정부는 인구감소로 인해 취업자 수 증가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반대편에선 “인구구조는 핑계일뿐”이라며 “잘못된 정부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맞받아친다. 그렇다면 인구와 고용동향은 과연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고용과 인구의 방정식을 취재했다. 

생산가능인구 중 청년층(15~24세)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청년취업자 수도 감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생산가능인구 중 청년층(15~24세)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청년취업자 수도 감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000명 증가.” 12일 통계청이 ‘8월 고용 동향’을 발표했다. 고용률은 전년 동월 대비 0.3%포인트 떨어진 60.9%를, 실업률은 0.4%포인트 상승한 4.0%를 기록했다. 지난 7월 고용 동향 발표 당시 논란이 됐던 취업자 증가수는 5000만명에서 3000만명으로 규모가 더 줄었다.

연이어 기대에 못 미치는 고용 동향이 발표되자 “고용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일자리 전담 부처까지 만들었는데 외환위기(IMF) 이후 최악의 고용 위기를 맞고 있다” “취업자 증가수가 8년 만에 최저치”라는 기사들도 쏟아졌다. 고용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의 핵심은 이렇다.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펼치면서 과도하게 최저임금을 올린 탓에 이를 이겨내지 못한 고용 현장 곳곳에서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고용지표를 향해 비판이 쏟아질 때마다 정부는 “고용 부진은 제조업의 구조조정과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비서관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반 수석은 “‘일자리가 줄었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사실 일자리는 계속 늘고 있다”면서 “다만 그것이 충분치 않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지표가 부진해 보이는 몇가지 요인을 꼽았는데, 그중 첫번째가 ‘인구’다.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감소세가 애초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4월만 해도 3만9000명이 늘었는데, 올해 4월에는 6만6000명이 줄었다. 그러다보니 취업자 증가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분모가 줄어들고 있으니까 분자를 늘리기가 더 어려워진 거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15~2065년)에 따르면 15세 이상 전체 인구는 2033년을 정점으로 감소한다. 이중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 인구는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7년부터 감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더 심각하다. 생산가능인구를 15~24세, 25~49세, 50~64세 3구간으로 분류해보면 장년층을 제외한 나머지 구간에선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점점 줄어드는 생산가능인구 

특히 청년층(15~24세)이 그렇다. 2000년 770만명이었던 15~24세 구간의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650만명으로 줄었다. 25~49세 생산가능인구도 2000년엔 1982만명이었지만 2017년엔 1954만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50~64세 생산가능인구는 619만명에서 1158명으로 두배가량 늘었다. 이 지표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에 따른 노동공급 감소, 생산성 저하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출생지표’를 보면 인구가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한해 출생아 수는 64만명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듬해인 2001년 56만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02년엔 40만명대로 감소했다. 지난해엔 이마저도 허물어지며 36만명으로 줄었다. 출생아 수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고용과 떼놓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면 일할 사람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취업자 증가수가 신통치 않은 것도 인구 감소세와 무관치 않다. ‘취업자 증가’는 신규 취업자에서 퇴직자를 뺀 수치다. 신규 취업자가 줄고 퇴직자가 늘면 취업자 증가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해마다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해마다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게다가 지금은 1차 베이비부머세대가 은퇴하는 시기다. 머잖아 2차 베이비부머세대도 은퇴시점을 맞는다. 지금보다 퇴직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취업자 증가수 역시 줄어들 공산이 크다. 통계청의 말을 들어보자. “취업자 수 증감은 인구효과의 영향을 받는다.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취업자 증가 규모만 보고 고용 상황을 판단하면 잘못된 해석을 내릴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최저임금을 인상한 탓에 고용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최저임금 인상이 상반기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약하다”면서 “그보다는 지난 몇년간 산업 경기가 악화하고 경기침체가 길어진 영향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고용없는 성장의 원인 찾아야 

오마이스쿨 대표강사인 최진기 강사는 8월 27일 ‘고용쇼크? 그 진실은!’이라는 강의를 통해 최근의 비판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취업자 증가 수는 앞으로 계속 줄어들 것이며 이것은 경제가 아닌 인구의 문제”라고 꼬집은 그는 “취업자 증가수가 감소하고 실업자가 증가한 건 맞지만 이건 인구의 문제이며, 다른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언론에서 외환위기(IMF) 이후 최악의 고용 위기라고 보도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IMF 이후 평이한 수준의 고용률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인구 구조다. 생산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니 취업자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까지 들이닥치면 취업자 수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정부 정책의 부작용을 비판하는 건 좋다. 문제는 비판의 잣대가 공정하느냐다. 단순수치만으로 고용시장을 보면 ‘왜곡된 주장’을 펼칠 수 있다. 고용을 장기적 안목으로 봐야 추세가 보일 뿐만 아니라 해법을 찾는 게 가능하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2018년 월별 고용수치만 보면서 정부 탓, 정책 탓을 하고 있진 않은가. 혹시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는 관통한 키워드가 뭔지 기억나는가. 바로 이것이다. “고용없는 성장.”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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