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 변천사

명절선물이 다양화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지갑은 갈수록 닫히고 있다.[사진=뉴시스]
명절선물이 다양화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지갑은 갈수록 닫히고 있다.[사진=뉴시스]

추석선물로 ‘구호용품’이 등장했다. 애경산업은 조명봉ㆍ보온포ㆍ깃발ㆍ호루라기 등을 포함한 재난구호키트 ‘안전담은 감사세트’를 출시했다. 지진과 홍수 등 잦아진 자연재해가 명절선물 트렌드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처럼 명절선물은 당대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변화해 왔다.

전쟁 후 배를 주리던 1950년대에는 쌀ㆍ계란 등 끼니를 때울 먹거리가 주된 명절선물이었다. 물자가 부족하던 1960년대에는 ‘설탕’이 고급선물로 꼽혔다. 1970년대 산업화 시기에는 인스턴트 커피ㆍ치약ㆍ비누 등 공산품 선물세트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1980년대 경제 급성장시기에는 햄ㆍ육류ㆍ통조림 등 명절선물이 고급화했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0년대엔 명절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대형마트 붐과 함께 중저가 실속형 상품이 인기를 끄는가 하면, 백화점에선 인삼ㆍ버섯 등 고급선물이 불티나게 팔렸다. 2000년대에는 웰빙 트렌드에 따라 
건강기능성 식품의 인기가 높아졌다. 2010년대 이후에는 수제맥주ㆍ수입초콜릿 등 소비자 기호에 따라 명절선물도 다양화하고 있다.

하지만 명절선물세트가 이전처럼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건 아니다. 예컨대, 올해 설 명절선물세트 시장 규모는 2597억원(닐슨코리아)로 지난해 설보다 1.8% 감소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 데다, 김영란법 시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추석에도 서민들의 주머니엔 여유가 없을 전망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대‧중견‧중소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48.9%만이 “추석상여금을 지급한다”고 답했다.

이 때문인지 추석선물세트를 구입할 때도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가 부쩍 늘고 있다(명절선물 구입 고려사항 ‘가격’ 32.5%·취업포털 사람인). 선물세트 구입비용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명절선물 관련 빅데이터를 한문장으로 요약한 결과(2017년)를 보면, ‘일주일 전, 백화점에서 3만~5만원대 식료품을 구입해 지인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3만~5만원대 선물 구입을 고려하는 사람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반면, 5만~10만원대 선물 구입을 고려한 사람은 32.9% 감소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지만 서민들에게 한가위는 寒가위일 뿐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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