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 풍경을 재조명하다

❶ 주한 프랑스 대사관, 1960년 설계, 사진 13.1×9.9㎝ ❷ 삼일빌딩, 1969년 설계, 사진 김한용(1970년대).[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❶ 주한 프랑스 대사관, 1960년 설계, 사진 13.1×9.9㎝ ❷ 삼일빌딩, 1969년 설계, 사진 김한용(1970년대).[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지상 31층의 삼일빌딩. 고층 아파트와 건물이 즐비한 지금에야 특별한 관심사가 아니겠지만, 1970년대엔 마천루의 상징이었다. 날렵하게 솟은 검은 유리 건물로 당시 종로구의 명물이 된 삼일빌딩은 여의도 63빌딩이 준공될 때까지 서울 시내 가장 높은 건물로 자리했다. 삼일빌딩의 설계를 맡은 건축가 김중업(1922~1988년)은 모더니즘과 한국의 전통성을 결합한 독창적 작품을 선보인 한국 현대건축 1세대 작가다.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김중업을 조명하는 ‘김중업 다이얼로그’전이 12월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김중업 사후 30주기를 맞아 기획된 특별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 아카이브, 김중업건축박물관의 소장품과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사진, 영상 신작 등 3000여점이 소개된다.

1922년 평양에서 출생한 김중업은 요코하마 고등공업학교 졸업 후 1948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조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전쟁으로 부산에 머물며 예술가들과 교류하던 그는 1952년부터 3년간 프랑스 파리 르 코르뷔지에의 아틀리에에서 일했다. 이후 서울로 돌아와 ‘김중업건축연구소’를 설립하고 부산대학교 본관, 주한프랑스대사관 등을 설계했다.

❸ 바다호텔, 1980, 김중업건축박물관 소장 조감도 ❹ 부산대학교 본관(현 부산대학교 인문관), 1956년 설계, 사진 김익현(2018년) ❺ 주한프랑스대사관, 1960년 설계, 사진 김태동(2018년).[사진=현대미술관 제공]
❸ 바다호텔, 1980, 김중업건축박물관 소장 조감도 ❹ 부산대학교 본관(현 부산대학교 인문관), 1956년 설계, 사진 김익현(2018년) ❺ 주한프랑스대사관, 1960년 설계, 사진 김태동(2018년).[사진=현대미술관 제공]

삼일빌딩은 그의 후기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1970년 당시 서울의 개발을 상징하는 최고층 건축물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김중업은 1971년 광주대단지 필화사건으로 정권의 눈 밖에 나 프랑스로 추방됐다가 1978년 귀국했다. 이전과 달리 그의 작품은 미래주의적 면모를 띠었으나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고, 88 올림픽 기념 ‘세계평화의 문’이 유작으로 남았다.

우리나라에 현대건축의 조형 언어를 소개한 김중업은 ‘한국적 모더니즘’을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평생 예술가로서의 건축가 상을 추구했다. 전시의 도입부인 ‘김중업 매트릭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후기 작업에서부터 전기 작업으로 역순 진행되는 작품 연대기를 사진과 텍스트로 소개한다. 이어 ‘세계성과 지역성’ ‘예술적 사유와 실천’ ‘도시와 욕망’ ‘기억과 재생’ 등 4개 주제의 전시가 이어진다. 김중업의 모든 것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 건축유산의 재생 문제와 획일화돼 가는 도시 풍경을 재고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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