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안 느는 이유➋ 구조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산업의 업황이 신통치 않다. 고용유발계수, 취업계수(일정기간 생산활동에 투입된 취업자 수를 실질GDP로 나눈 수)도 감소세다. 고용탄성치 역시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그렇다고 고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성 취업이 활발한 것도 아니다. 한국경제가 고용이 되려야 되기 힘든 생태계로 변했다는 뜻이다. 한국경제 구조를 밑단부터 바꾸지 않으면 ‘고용 있는 세상’은 글렀을지 모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고용 악순환의 고리를 찾아봤다. 
 

일자리 상황판에 나온 수치에만 집중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게 뭔지 놓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일자리 상황판에 나온 수치에만 집중하다보면 정작 중요한 게 뭔지 놓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이 설치됐다. 일자리 늘리기를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지난 8월엔 청년실업률이 늘었다는 통계가 나오자 문재인 대통령은 “직職을 걸고 일자리를 늘리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대 집권자들이 착각한 게 있다. “일자리를 늘리라”는 영令 하나로 고용률이 개선되기엔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그렇다면 고용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많은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 탓을 한다. 인건비를 올려놨으니 고용을 늘리지 못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주장에는 허점이 있다. 2018년도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된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7월까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수는 414만4000명에서 404만2000명으로 10만2000명 줄었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158만7000명에서 165만9000명으로 7만2000명 늘었다. 최저임금이 고용이 늘지 않는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또 다른 이유로 꼽히는 건 자동차ㆍ조선ㆍ건설 등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부진한 업황이다. 취업유발계수가 상당히 높은 자동차(8.6명), 조선(8.2명), 건설업(13.9명)의 침체가 고용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용유발계수, 취업계수(일정기간 생산활동에 투입된 취업자 수를 실질GDP로 나눈 수) 등 각종 지표는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고용유발계수(10억원의 재화를 산출할 때 직ㆍ간접적으로 창출되는 고용자 수)는 2010년 9.0명에서 2014년 8.7명으로 줄었다. 산업의 고용흡수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는 취업계수도 2007년 20.5명에서 2017년 17.1명으로 감소했다. 

구직자도 외면하는 일자리

산업의 성장이 얼마만큼의 고용을 창출하는지를 보여주는 고용탄성치 역시 최근 3년간(2015~2017년) 0.3 수준(수치가 클수록 여력이 높음, 2009년 -0.52 기록 후 평균 0.47 기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의 상황 자체가 고용을 크게 늘릴 수 없다는 얘기다.

 

일자리의 질質이 썩 좋지 않은 것도 고용지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노동유연화라는 명목 하에 비정규직(특수고용직 등 다양한 비정규직 아닌 비정규직 생성)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서다. 현재 비정규직은 전체 임금노동자 비중은 32.9%(2017년 기준)로 10명 중 3명이 비정규직이다. 

구직자가 원인을 제공한 면도 있다. 가급적이면 안정적이고, 돈은 많이 주며, 사내복지 시스템도 좋은 일자리를 찾고 싶은 게 구직자의 심리다. 이런 일자리가 넘친다면 고용악화를 걱정할 일도 없겠지만 구직자의 눈높이를 맞춰줄 기업은 극소수다.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에 구직자들이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질 나쁜 일자리가 넘치면 이직이 늘어 고용환경이 더욱 악화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설문조사기관들이 내놓는 자료를 종합하면 직장인의 80~90%가 1~2년 내에 이직한다. ‘고용→소비증가→내수증가→기업경기 개선→고용’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고용에서부터 꽉 막혀 있는 셈이다.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50%대를 맴도는 것도 고용률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다. 우리나라 여성고용률은 2000년 50.1%에서 2017년 56.7%로 고작 6.6%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의 여성고용률은 70%대, 영국이나 독일 등은 60% 중후반대다. 흥미로운 건 여성고용률이 높은 이 나라들은 대부분 고용률이 70%대를 넘는다는 점이다. 참고로 이들 나라는 출산율도 우리보다 높다. 

여성고용률 여전히 절반 수준

김성희 고려대(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종합해보면, 고용을 늘리고 실업을 줄이는 건 일자리 문제지만, 사실 고용환경을 개선해주는 요소들은 모두 복지의 영역에 있다”면서 “복지 문제는 통계수치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상황판 수치만 보면서 일자리를 늘리려 하다간 단기 일자리만 늘린 역대 정부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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