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그 옛날 술꾼에겐 참 심심한 시대
[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그 옛날 술꾼에겐 참 심심한 시대
  •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 호수 306
  • 승인 2018.09.28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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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음주문화

늦은 밤, 거리를 걷다보면 만취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손꼽힐 정도로 알코올 소비량이 많은 나라라고 착각하는 것도 이런 풍경을 흔하게 접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있는 그대로의 술을 즐기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있는 그대로의 술을 즐기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의 15세 이상 국민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연간 9.1L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9.0L)과 비슷하다. 그런데 왜 알코올 소비량이 많다고 느끼는 걸까. 그건 음주를 하는 인구 비율때문이다. 19세 이상 인구 중 음주를 하는 인구가 60%를 넘고 폭음을 하는 고위험인구 비율이 14%에 달한다. 이 통계만 보면 우리 사회가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착각이 아닌 사실이다.

한국에서 술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도구다. “차 한잔 어때?” “술 한잔 하자”는 말은 서로 대화를 좀 더 하자거나 좋은 관계로 발전시켜 보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취한 김에 민망하거나 어려운 얘기를 털어놓고, 가슴에 묻어 둔 얘기도 솔직하게 꺼내놓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회식이나 사람이 모이는 각종 행사에 술이 빠지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던 음주문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최근엔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 일명 ‘혼술족’이 늘고 있다. 1인 가구가 많아진 것도 있지만 술을 사람을 만나는 수단이 아닌, 있는 그대로 즐기려는 사람이 많아진 까닭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집이나 여행지, 또는 주점에서 폭음 대신 가볍게 한두 잔을 마시는 분위기가 대세다. 이런 변화에선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회식하면서 여럿이 저녁을 먹고 어울리다 보면 강하고 자극적인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된다. 이때 필요한 술은 빨리 취해 분위기를 띄워줄 소주 또는 입안을 개운하게 해줄 깔끔한 맛의 맥주다. 회식용 폭탄주를 만들 때도 맛이나 향이 강하지 않은 술들이 좋다. 그러나 나 홀로 한두잔 즐길 계획이라면 술 그 자체의 맛과 향이 중요해진다. 젊은 소비자들이 국내 맥주보다 세계맥주를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양한 수입맥주는 홉 향이 강하거나 아니면 나름대로 특이한 맛과 향을 더한 것들이 많다.

어디 그뿐인가. 혼자 즐기는 여성들을 위해서는 더 다양한 대안이 필요하다. 시중에는 소주나 맥주에 과일향을 더하거나 탄산을 더하고, 용량을 줄이거나 온도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든 술들이 다양하게 출시돼 있다. 일본이나 대만의 편의점에서는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과일향을 넣어 술인지 음료인지 애매한 맥주음료들이 많다. 심지어 누가 봐도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맥주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분홍색이나 꽃무늬를 가득 그려 넣은 병이나 캔을 볼 수 있다.

주류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고 있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주류와 음료, 커피시장의 빅뱅이 곧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취하기 위해 술을 마셨던 시대, 그 시대가 점점 저물어가고 있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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