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 리스크

국내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수출시장에서 별다른 힘을 못 쓰는 데다, 내수시장의 실적마저 신통치 않아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수입차 25% 관세”가 현실화하면 한국차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우리 정부가 관세 대상 국가에서 빠질 수 있게 대비책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늦으면 출구가 막힐지 모른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관세 대상 국가에서 빠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정부는 우리나라가 미국의 관세 대상 국가에서 빠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사진=뉴시스]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하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0.6%로 1분기 1.0%보다 0.4%포인트나 감소했다. 고용시장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7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자동차 산업은 큰 위기에 빠졌다. 올해 7월 승용차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한 29억 달러에 불과했다.

업계에 안팎으로 악재가 이어진 까닭이다. 올해 초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법정관리 직전까지 갔던 한국GM은 산업은행이 7억5000만 달러 자금 수혈을 약속하면서 가까스로 경영 정상화에 돌입했지만, 회복이 더디다. 최근엔 심각한 실적 부진에 빠져있다.

업계 맏형 현대차그룹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 계획이 무산됐다. 그룹 차원의 시너지 효과를 꾀했던 지배구조 개선 플랜이 수포로 돌아갔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선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이는 개별소비세 인하의 영향이 크다. ‘고비용ㆍ저생산ㆍ저효율ㆍ저수익’의 1고高3저低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강성노조 등 비효율적인 생산구조는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임단협을 타결하긴 했지만, 언제 또 갈등이 고개를 들지 모르는 상황이다. 

숱하게 많은 위험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다. 여러 국가를 상대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미국발發 무역전쟁은 수출 기반 경제인 우리나라에는 심각한 리스크다. 당장 미ㆍ중 무역전쟁으로 새우등이 터졌다. 중국은 한국산 반도체ㆍ석유화학 제품ㆍ기계류 등 중간재를 수입해서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한다. 미국의 관세 부과로 중국 수출이 타격을 받으면 우리 기업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받게 되는 구조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신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선언은 더 절망적이다.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가 큰 일본과 독일ㆍ유럽ㆍ한국 등이 주요 타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 적자의 이유로 자동차를 꼽고 있다. 실제로 25% 관세부과가 현실이 되면, 현대차 그룹에서만 약 70만대, 전체로 넓히면 최대 100만대 규모의 한국차 수출길이 틀어 막힌다.

이는 우리 경제 전체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산업은 국내 총생산 및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전후방 파급효과가 커서다. 당장 완성차 업체에 묶여있는 중견ㆍ중소 기업들은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 있을 미국 중간선거(11월 6일)의 승리를 위해 무역전쟁의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다.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의 무용론’을 언급하면서 멕시코와의 재협상을 서둘러 매조지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협상에서도 미국 주장이 십분 반영됐다.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가 미국으로 무관세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관내 부품을 의무적으로 75% 이상 이용해야 한다. 미국산 부품 사용률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구조다. 현재 미국은 캐나다에도 같은 기준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다음 차례가 한국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치열하게 싸울 수밖에 없다. 총력을 기울여 미국 집행부를 설득하고 명분을 쌓아 관세부과 대상에서 완전히 빠져나가야 한다. 무기가 될 만한 카드는 있다. 바로 한미 FTA다. 이미 재협상을 통해 국내에 수입되는 미국산 자동차 쿼터 5만대를 수용했고, 2021년 철폐될 예정이었던 화물차에 대한 25% 관세가 추가로 20년 연장되면서 화물차 수출 시장이 막혔다. 한국 입장에선 상당히 양보한 협상이었던 만큼 이 결과를 연계해 관세 리스트에서 빠져야 한다.

우리 자동차 산업의 국내외 환경은 앞으로도 악화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여기서 브레이크를 밟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기차ㆍ무인차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이기도 해서다. 불확실성은 제거하고 가는 게 옳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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