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권력 Z세대 해부

‘Z세대(1995~2005년 출생)’가 소비시장의 미래 권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수는 64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5%에 달한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아날로그 문화를 접해본 적 없고, 기존 어느 세대보다 개성이 강하다. Z세대는 소비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까. 더스쿠프(The SCOOP)가 Z세대를 해부했다.

제품을 선택할 때 취향을 가장 많이 고려하는 Z세대는 한 브랜드의 충성고객이 될 확률이 낮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품을 선택할 때 취향을 가장 많이 고려하는 Z세대는 한 브랜드의 충성고객이 될 확률이 낮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여학생이 앞머리에 헤어롤을 말고 버스에 탔다. 어떤가. 눈살이 찌푸려지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Z세대’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화장이나 머리는 집에서 마무리하고 외출하는 게 일반적인 세대에게 이들의 모습은 낯설지만, Z세대는 다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라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김시월 건국대(소비자정보학)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한 Z세대에게서는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이 모호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동안 우리가 공적인 공간으로 여겨온 버스나 지하철도 이들에게는 ‘내가 있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수 있는’ 사적인 공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으로 보인다.”

Z세대가 ‘개취존중(개인취향존중)’을 넘어서 ‘싫존주의(싫음도 존중)’를 추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어느 세대보다 개성이 뚜렷한 이들은 1995~2005년에 태어난 지금의 10~20대를 가리킨다. 통계청에 따르면 Z세대는 64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5%를 차지한다. 이중 성인은 336만명. 올해 처음 성인 비중이 절반(52.0%)을 넘어섰다. 기업들이 앞다퉈 Z세대를 분석하기 위해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년 내에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에서다. 

Z세대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고 불릴 만큼 디지털 기기와 기술을 다루는 데 익숙하다. Z세대는 밀레니얼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에 속하지만 1995년 이전 출생자들과는 구분된다. 자라면서 디지털 문화를 접한 이전 세대와 달리 Z세대는 디지털 시대에 태어나 아날로그 문화를 접하지 못했다. 실제로 Z세대의 54.0%(IBM기업가치연구소)가 첫 휴대전화로 스마트폰을 사용했을 정도다. 모바일기기는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단이다.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Z세대의 모바일기기 사용 비중은 70.0%로 1989~1994년생의 모바일기기 사용 비중(59.0%)보다 훨씬 높았다.

둘째, 개인주의적 성향이 도드라진다. 홍대에서 만난 대학생 김미나(여ㆍ1997년생)씨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대부분 자기 색깔이 강하고, SNS를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면서 “그렇다고 사회가 우리의 개성을 모두 받아들여주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Z세대가 분명한 자기 색깔을 갖게된 데는 환경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신인류’라 불리던 X세대(1965~1979년생) 부모에게서 자란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신인류’ X세대 부모의 영향

이준영 상명대(소비자주거학) 교수는 “밀레니얼세대의 부모인 베이비부머세대(1955~1964년생)가 획일적 가치관이 주를 이루던 사회를 살아왔다면, X세대는 경직됐던 사회분위기가 해제되고 개인화가 일어나던 과도기적 세대”라면서 “이는 자녀 양육에도 영향을 미쳐, 좀 더 자유롭고 자녀의 개성을 중시하는 가족 문화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 구매력을 갖추지 못한 Z세대가 가족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IBM기업가치연구소 조사 결과, Z세대는 부모가 식음료(복수응답ㆍ77.0%), 가구(76.0%), 생활용품(73.0%), 여행상품(66.0%) 등을 구입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범준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온라인 구매에 능숙한 Z세대는 이미 가정 내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데 발언권과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현재지향적 성향이 강하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자랐지만 경기침체 장기화, 취업난, 4차산업혁명 등으로 불확실한 미래 탓에 현재의 삶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거다. Z세대가 주된 인생모토로 ‘YOLO(You Only Live Once)’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등을 꼽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학생 김주혜(여ㆍ1995년생)씨는 스스로를 ‘욜로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회를 만들어 여행을 자주 하려고 하고, 밥 한끼를 먹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면서 “현재 나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일에 많이 투자한다”고 말했다.

Z세대는 광고보다 소비자 리뷰를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Z세대는 광고보다 소비자 리뷰를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이들이 경제의 주력 세력으로 등장하면 소비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무엇보다 기존 브랜드 영향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오범준 연구원은 “취향이 뚜렷한 Z세대는 남을 따라하는 소비를 지양한다”면서 “기존에 영향력 있던 브랜드들이 브랜드파워를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연히 충성고객은 줄어들 전망이다. 컨설팅업체 액센츄어 조사 결과 “주로 이용하는 의류브랜드가 있냐”는 질문에 밀레니얼세대의 31.0%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Z세대는 16.0%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신생 브랜드들에게 기회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이준영 교수는 “기존 브랜드가 후광효과를 잃을 수 있겠지만 기능성이나 가성비 등 매력을 갖췄다면 신생 브랜드도 다양한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보다 리뷰 선호

기업 마케팅에선 ‘진정성’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Z세대는 윤리소비ㆍ개념소비 등에 관심이 많다. 최근 친환경ㆍ동물복지 제품이 인기를 끄는 게 대표적인 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86.5%가 “윤리적 가치에 추가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기업이 갑질ㆍ성차별ㆍ환경이슈 등 비윤리적 행위를 저질렀을 때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을 경우 적극적인 불매운동도 불사한다. 진정성 있게 소비자와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일방향적인 광고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Z세대는 구입할 때 ‘팩트’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내보내는 광고보다 SNS에 올라온 제품 후기를 더 신뢰하는 이유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 결과, “SNS에서 타인의 제품 후기를 보고 제품을 소비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8.8%였다. 유튜브 이용자 10명 중 6명은 ‘유튜버의 영향으로 소비를 결정한다’(구글트렌드보고서)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참여형 광고나 소비자의 자발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프로모션 활동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시월 교수는 “소비자가 곧 생산자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면서 “소비자와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 하고 맨투맨으로 대응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Z세대는 개개인의 특성이 다양하고 규정하기 어렵다. 이들을 큰 틀에서 유형별로 분류하려 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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