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은 수습 대신 세습을 택했다
박삼구 회장은 수습 대신 세습을 택했다
  • 김다린 기자
  • 호수 307
  • 승인 2018.10.0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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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시나그룹 회전문 인사 논란

올해 여름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던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사태는 발생부터 대처까지 어처구니없는 일 투성이었다. 사태의 원인이 됐던 기내식 업체 교체 사건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여러 정황들이 박삼구 금호아시나아그룹 회장을 지목했지만, 그뿐이었다. 사태 수습은 측근을 해임하고 또다시 측근을 앉히는 ‘회전문 인사’로 해결했고, 그 공백은 자신의 아들로 채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회전문 인사 논란을 취재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기내식 대란을 두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기내식 대란을 두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올해 7월 아시아나항공에 ‘기내식 공급 차질’이란 대란이 발생해자 ‘왜’라는 탄식이 터졌다. 국내 2위 항공사의 일이라곤 믿기 힘든 촌극이었기 때문이다. 전말을 살펴보면 불행한 해프닝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15년간 계약해온 업체와 연장을 포기하고 2016년 말 새 업체와 계약했는데, 이 업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공급 일정이 꼬였다.

금세 잡힐 듯했던 사태의 불길은 계속해서 번져나갔다. 그 사이 수상한 의혹이 제기됐다. 도화선이 된 ‘기내식 업체 변경’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거였다. 새 기내식 업체의 모회사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지주회사에 16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었다. 기내식 업체 교체를 결정한 시기(2016년 12월)와 투자를 받은 시기(2017년 3월)도 엇비슷했다. 

자연스럽게 책임론은 박삼구 회장에게 쏠렸다. 그룹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내식 업체를 무리하게 변경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기내식 대란을 계기로 거리로 나섰을 때 외쳤던 구호가 ‘39 OUT(박삼구 회장 아웃)’이었던 이유다. 박 회장의 과거 갑질 행태들 역시 다시 입길에 오르내렸다.

그런데 9월 들어 기내식이 정상 공급되자 엉뚱한 소식이 들려왔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임기(2020년 3월)를 1년 6개월여 남겨두고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애초 업계 안팎에서는 김수천 사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조종간을 계속 잡으리란 관측이 많았다. 겉으로 봤을 때 기내식 대란은 우발적 사고였고, 깊숙하게 원인을 따지고 들면 박삼구 회장의 책임이 컸기 때문이다. 김 전 사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창업 멤버로 박삼구 회장의 최측근이란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그럼에도 김 전 사장은 “지난 7월 발생한 기내식 사태와 이어진 일련의 상황으로 고객과 임직원에 많은 실망을 드렸다”며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를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최종 책임은 전적으로 사장인 나에게 있다”고 말하며 기내식 대란 사태 수습의 종지부를 찍었다. 직후 한창수 아시아나IDT 사장이 아시아나의 새로운 수장에 올랐다(9월 10일). 

오너 리스크를 총수 ‘박삼구’가 아닌 전문경영인 ‘김수천’이 떠맡은 건 아무래도 찜찜했지만 항공업계는 한창수 사장의 임명을 두고선 적절한 인사라면서 환영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이 깊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 720.2%, 올해 1분기 723.3%, 2분기 793.7%로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통’으로 손꼽히는 한창수 사장이 키를 잡았으니 환영을 받을 만했다. 한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창립 이후 재무와 회계 담당으로 실무 경험을 쌓은 뒤 관리본부장ㆍ전략기획본부장ㆍ경영관리본부장 등을 지냈다.

CEO 뒤에 몸 숨긴 총수 

하지만 “그들만의 회전문 인사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한 사장은 그간 박삼구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전문경영인으로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말 힘겨운 시기를 보내던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진 중에서도 ‘사장 승진’을 명받은 건 한 사장과 김현철 금호터미널 사장 뿐이었다.

한 사장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아시아나IDT 사장에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아시아나항공 전략경영실 사장이 이름을 올린 것도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아시아나IDT는 그룹 내 IT 관련 업무를 도맡아 수행하고 있는 SI업체다. SI는 주로 오너일가의 경영권 승계수단으로 활용된다. 계열사로부터 받은 일감에 힘입어 어려움 없이 성장한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시아나IDT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64.5%가 그룹으로부터 창출됐다. 그룹 내 영향력도 적지 않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세번째 상장사가 될 회사다. 최근엔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은 무더운 여름날에도 목소리를 높여가며 박삼구 회장의 책임론과 퇴진을 주장했다”면서 “하지만 되돌아온 건 오너일가의 3세 경영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소식이었다”며 한탄했다.

그는 왜 책임지지 않는가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 사태를 겪으면서 잃은 게 많다. 아시아나항공을 향한 사회적 반감이 확산되면서 기업 이미지 전체가 타격을 받았다. 피땀 흘려 일해 온 임직원조차 국민의 지탄을 받았다. 각종 송사訟事에도 휘말렸다. 소액주주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고, 한 시민단체는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주가 흐름도 경쟁사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란이 발생하기 전인 6월만 해도 4900원 수준이던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4000원 초반대로 하락했다. 여름 항공업 성수기가 본격화했는데도 반등 기미가 없다.

모든 건 박 회장의 탐욕 때문이라는 지적이 숱하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사태 초반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게 전부다.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알맹이는 빠졌다. 기내식 업체 변경의 문제점 지적을 두고 “모두 오해”라고 부인했기 때문이다. 그뒤 벌어진 회전문 인사는 박 회장의 높은 그룹 장악력만 증명했다. 여론의 질타는 눈을 질끈 감으면 그만이다. 여전히 그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안에서 ‘신성불가침’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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