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의 언어」 차별의 언어를 넘어 상생의 언어로

잘못된 언어 사용은 결국 사고의 혼돈을 불러올 수도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잘못된 언어 사용은 결국 사고의 혼돈을 불러올 수도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인간이 언어를 통해 사고하고 존재한다고 말했다. 언어와 사고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인간의 사고는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 수준을 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잘못된 언어 사용은 결국 사고의 혼돈을 불러올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장한업은 「차별의 언어」에서 언어가 한 개인의 사고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사회적 차원에서 다룬다. 왜 한국인은 ‘우리’라는 표현을 과도하게 사용할까, 왜 이탈리아 국수는 ‘스파게티’라고 부르면서 베트남 국수는 ‘쌀국수’라고 부를까, 왜 ‘다문화’와 ‘타문화’를 동의어처럼 사용할까 등을 질문하고, 이 단어들 속에 담긴 단일민족의 허상과 차별 의식을 지적한다.

저자는 구분하고, 배제하고, 차별하는 ‘우리’에 갇힌 한국인의 언어 풍경을 이야기한다. 한국인이 자주 혼용하는 ‘틀리다’와 ‘다르다’를 예로 들며 이런 언어 습관은 차이를 마치 틀린 것으로 차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자신과 피부색이나 종교가 다른 사람을 틀린 사람처럼 여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라는 단어 역시 자신이 속한 집단 주위로 울타리를 치고 안과 밖의 사람을 갈라놓는다고 지적한다. 이때 울타리는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보호막이 될 수 있지만 밖에 있는 사람에게는 차단막이 돼 차별의 언어가 된다는 거다.

이탈리아의 스파게티는 ‘스파게티’라고 부르고 베트남 쌀국수는 ‘쌀국수’라고 부르는 것 역시 차별의 언어라고 주장한다. 못 사는 듯한 나라에서 온 음식은 음식만 받아들인 채 언어는 받아들이지 않고, 잘사는 나라의 음식은 그 음식과 함께 언어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국제결혼가정’을 ‘다문화가정’이라고 부르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사실에도 주목한다. 다문화를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상태’ 혼성문화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 이를테면 타他문화로 보는 점을 우려하며, 이로 인해 이민자교육 및 정책 역시 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재미동포, 재일동포라는 말은 자주 쓰면서 재중동포라는 말 대신 중국정부가 소수 민족 중 하나의 이름으로 쓰는 ‘조선족’이라 일컫는 세태도 지적한다.

이 책은 무심코 쓰는 일상 언어를 통해 한국인의 지나친 ‘우리’주의와 단일민족·단일문화의 허상을 꼬집는다. 나아가 우리 곁에서 ‘우리가 되지 못한 사람들’을 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이들과 더불어 잘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저자는 현재 다문화사회에 접어든 한국 사회에 가장 필요한 교육이라 일컬어지는 상호문화교육(자신의 문화에 대해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타인의 문화를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인식을 가르치는 교육)을 국내에 도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는 “이제 다문화는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고 그 속에 사는 우리가 다문화인”이라며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고정관념을 새롭게 인식해 누군가를 배척하지 않고 상생하는 언어를 말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 가지 스토리

「나의 뇌는 나보다 잘났다」
프란카 파리아넨 지음 | 을유문화사 펴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타인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겪는다. 이런 감정을 조절하는 건 뇌다. 하지만 오랫동안 뇌 과학은 공동생활을 연구하는 데 별 관심이 없었다. 저자가 펜을 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사회관계 속에서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그로 인해 인간의 감정과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동과 감정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리얼 라이즈」
T.M. 로건 지음 | 아르테 펴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믿는 한 남성의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아내와 아들과 함께 단란하게 꾸려온 자신의 삶이 실은 거짓말로 점철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거짓말을 다룬다. 거짓말은 SNS를 거쳐 현대인의 삶에 뿌리 깊게 침투했다. 저자는 긴장감 넘치는 문체로 SNS로 퍼지는 거짓말의 공포스러움을 묘사한다. 심리스릴러 소설 마니아라면 읽어볼 만하다.

「마르크스 씨, 경제 좀 아세요?」
이완배 지음 | 북트리거 펴냄


“가난한 자들은 빨리 죽어야 한다” “노동은 가난한 사람들에겐 불행만 만든다.” 애덤 스미스, 마르크스, 헨리 조지 등 경제학 거장들의 발언 중엔 오늘날의 관점으로도 이해하기 힘든 주장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왜 그런 파격적인 주장을 한 걸까. 이를 파헤쳐보기 위해 저자가 위대한 경제학자 18명을 현대에 소환했다. 그는 거장들의 황당한 주장을 당시 시대 상황과 엮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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