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전향 30대 부부 재무설계 下

이직·출산 등 대비해야 할 재무이벤트가 많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득이라도 많으면 다행이지만 그마저 부족하다면 하늘이 캄캄할 거다. 이런 사람들에게 필자는 “가로저축을 중심에 넣고 재무설계를 하라”고 조언한다. 가로저축은 다양한 재무목표에 맞게 돈을 분산해 모으는 방식이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이씨 부부와 가로저축 계획을 세워 봤다. ‘실전재테크 Lab’ 16편 마지막 이야기다.

통장을 나눠 저축하면 다양한 재무 목표를 준비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통장을 나눠 저축하면 다양한 재무 목표를 준비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 자녀를 둔 최기성(가명·39)씨와 이민하(가명·39)씨. 부부는 최씨의 월급 230만원으로 알뜰하게 살림을 꾸려왔다. 그러던 중 이씨가 사무직으로 재취업하면서 부부의 생활 방식도 큰 변화를 맞았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부부는 재무상담을 거쳐 지출 구조를 다시 짰다. 지출이 과한 항목(통신비)의 예산은 줄이고 직장생활을 대비해 의류비·경조사비 등의 예산을 늘렸다. 이씨의 새 수입(150만원) 중 25만원도 지출에 보태기로 했다. 자! 지금부터가 진짜 재무설계다.

먼저 부부의 자산을 파악해보자. 최씨 부부의 순자산은 전세자금 1억7000만원과 금 2돈(35만원), 비상금 10만원이다. 대출 잔액 5730만원을 빼면 순자산은 1억1315만원이다.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45만원에 불과하다. 적은 소득에 맞춰 생활하느라 저축까지 신경 쓰지 못했던 탓이다. 전업주부 생활을 하던 이씨가 재취업을 선택한 이유다. 돈 들어갈 곳은 점점 늘어나는 데 부부의 소득은 매년 제자리걸음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대리’로 근무하는 남편 최씨가 언제 퇴직할지 모른다는 점도 걱정거리였다. “현재 중소기업 대리급의 평균 퇴직 연령이 51.6세”라는 설문조사(잡코리아· 2017년 4월 기준) 결과를 빗대보면, 최씨의 퇴직은 11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때는아직 둘째가 대학에 들어가기도 전이다. 부부에겐 미래를 대비할 저축이 필요했다.

어떻게 저축하는 게 이씨 부부에게 효과적일까. 모아 놓은 자산이 거의 없고, 향후 재무 이벤트가 많은 경우엔 ‘가로저축’이 유리하다. 여러 개의 통장에 돈을 나눠 저축하는 방식인데, 다양한 재무목표를 동시에 준비할 수 있다. 장기저축으로 복리효과를 볼 수 있고, 상품에 따라서는 비과세 혜택도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부부는 총 125만원을 가로저축 방식으로 저축하기로 했다. 자금은 단기(20%)·중기(60%)·장기(20%)로 나눴다. ‘비상금’ ‘주택청약저축’은 단기자금으로, ‘전세금 상환’ ‘내 집 마련’은 중기자금, ‘자녀 교육 자금’ ‘노후 자금’은 장기자금으로 각각 분류했다.

부부는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까지는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는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길 바랐다. 등록금 펀드로는 납입액이 다소 작은 펀드(25만원)를 추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자녀들의 비상금용 적금(적금 7만원 중 3만원)은 유지하기로 했다.

교육비 외에 부부가 큰 관심을 가진 건 노후 준비였다. 39세인 최씨는 자신의 퇴직시기를 50세 전후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50만원씩 연금에 붓는다 해도 11년 뒤 원금은 6600만원에 불과하다. 원금으로만 따져도 부부의 노후 준비에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고 당장 큰 금액을 노후연금에 덜컥 납입하는 건 불가능했다. 자녀 교육비와 전세자금 대출상환, 주택마련 등 부부 앞에 당면한 재무 이벤트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일단 부부의 노후연금은 30만원으로 책정했다.

6개월간 재무상황을 지켜본 뒤 금액을 더 늘릴 것인지, 수시로 추가납입할 것인지 판단하기로 했다. 추가납입은 비상금(10만원)과 최씨가 종종 받는 야근수당(약 25만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부부가 ‘내집 마련’을 재무계획에 넣은 이상 주택청약은 필수다. 금액은 여느 가정보다 높은 10만원으로 잡았다. 국민주택의 경우, 납부횟수와 납입금액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40㎡(약 12평) 이상 주택부터는 저축 총액이 많은 사람이 가산점을 받는 것도 고려했다. 민영주택의 청약예치금도 최소금액(경기도 안양시 85㎡·약 25.7평 이하 200만원)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부부는 청약예치금을 따로 마련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청약금액을 높게 책정하는 게 최선이다.

부부는 비상자금이 부족하다. 35만원 상당의 금 2돈과 한달 전부터 모으기 시작한 비상금 10만원이 전부다. 이씨는 “지난해까지 300만원을 비상금으로 갖고 있었지만 아이들 병원비와 경조사비 등으로 모두 소진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비상자금은 꼭 필요하다. 따라서 월 10만원씩 CMA(종합자산관리계좌) 통장에 예치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대출상환용 적금(50만원·1년 만기)은 금액을 90만원으로 늘렸다. 대출이자(월 12만원)를 가능하면 빨리 청산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출 잔액을 우선 변제해 이자를 줄이는 것도 효과적인 재무설계 방법이다.

지출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통장 한개로 수입과 지출을 모두 관리한다는 점이다. 이래서는 어떤 용도로 돈이 빠져나가는지, 항목별로 책정했던 예산이 얼마나 남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이씨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지출을 잘 통제해 왔지만 부부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출 관리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지출관리의 첫걸음은 지출의 흐름과 재무목적에 맞게 통장을 구분하는 것이다. 항목별로 예산을 세우고, 정기지출과 비정기지출로 나눠 통장을 준비한다.

비상금 통장까지 갖고 있다면 더 좋다. 시중금리가 올라 대출상환액이 갑자기 늘었을 때, 전세자금을 예상보다 더 내야 할 때 등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최씨 부부의 지출구조는 세번의 재무상담으로 알차게 바뀌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새로운 소득 150만원도 꼼꼼하게 분배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무솔루션도 갖췄다. 이제 필요한 건 부부의 의지와 노력이다. 맞벌이로 생활 패턴이 바뀐 부부가 예전처럼 알뜰하게 소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계획대로 실천하려는 의지와 노력은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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