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수거 이대로 괜찮나

대형폐기물 수거대행업체들의 막무가내식 수수료 요구에 날선 비판이 쏟아지자, 업체들도 항변에 나섰다. “구청이 정해놓은 수수료로는 인건비를 충당하기 힘들다.” 대행업체들의 주장이 틀린 건 아니다. 구청의 수거 수수료 기준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그렇다고 주민에게 추가비용을 징수하는 등 민간대행업체의 방법이 옳다는 건 아니다. 서울 자치구들이 진행하는 대형폐기물 수거대책, 참 엉망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대형폐기물 대행업체의 문제를 취재했다. 

대형폐기물 수거대행업체들은 수거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대형폐기물 수거대행업체들은 수거 수수료가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대형폐기물 수거대행업체 탓에 속앓이를 하는 주민들이 숱하다. 대형폐기물 수거 수수료 기준에 맞춰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추가금을 달라거나, 터무니없는 기준에 맞춰 수수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해서다. 폐기물대행업체의 입장은 다르다. 대행업체의 한 관계자는 “손해를 보는 건 대행업체”라면서 “구청이 정한 수거 수수료가 현실성이 없는 게 많다”고 반박했다.

대행업체의 주장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서울시 각 자치구가 조례로 수거 수수료를 정해놨지만 (수수료) 원가가 어떻게 산정됐는지 명확한 기준조차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형폐기물 수거에 드는 비용 중 대부분은 인건비가 차지하지만 이를 합리적으로 고려했는지도 의문이다. 

또다른 대행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꼬집었다. “인력이 많이 필요할수록 수수료도 비싸야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금고는 크기가 작아도 무겁기 때문에 2명이상이 들어야 한다. 반면 장롱은 부피는 크지만 가벼워 경우에 따라 혼자서도 들 수 있다. 하지만 금고 수수료가 장롱보다 싸다. 이럴 땐 인건비도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각 자치구의 대형폐기물 수거 수수료 부과기준을 보면 이런 디테일한 부분을 간과한 측면이 많다. 대표적인 게 소재다. 책상이나 식탁 등의 가구는 무엇으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무게가 크게 달라지지만 소재별로 구분하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의문은 또 있다. 수거비용의 기준이 물가 등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조정됐느냐다. 구청 관계자들은 “인건비, 물가 등이 오르면 수거 수수료도 그에 맞춰 조정한다”고 설명했지만,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대형폐기물 수거 수수료 개정날짜를 보면 송파구는 지난해 4월 개정한 반면, 중구는 1996년 처음 수수료 기준을 마련한 이후로 단 한번도 개정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두 자치구의 대형폐기물 수거 수수료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일례로 10㎏ 이상 세탁기의 수거 수수료는 송파구와 중구 모두 4000원이다. 그렇다면 20여년간 인건비가 제자리에 멈춰있었어야 한다는 건데, 1996~2017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1275원에서 6470원으로 올랐다. 대형폐기물 수거 수수료에 인건비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최근 몇몇 자치구에선 이런 문제를 인정하고 원가개선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행업체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서 주민에게 직접 추가비용을 요구하는 등의 행동이 면죄부를 받는 건 아니다. 장상환 경상대(경제학) 명예교수의 일침을 들어보자. “대행업체가 최선을 다해 비용(인건비 등)을 절감했는데도 손실이 발생하면 수익(수거 수수료)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수수료는 공공요금 성격이 강하다보니 함부로 올릴 수 없다. 이때 구청에 요구해야 하는데, 구청은 근거가 타당하면 조정해줘야 한다. 하지만 구청이 조정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대행업체가 함부로 추가 수수료를 거둬선 안 된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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