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 변호사의 ‘알쏭달쏭 부동산 법정’❶ 부동산 가계약금 

자고 일어났는데 호가가 몇천만원이 올랐다. 마침 어제 가계약을 맺은 A씨는 계약금 일부를 집주인에게 보낸 터라 안심했다. 그런데 집주인에게 다음과 같은 연락이 왔다. “가계약금 배액을 줄테니 계약 파기하자.” 언뜻 A씨에게도 불리하지 않은 상황, A씨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동주 변호사의 ‘알쏭달쏭 부동산 법정’ 제1편 부동산 가계약금을 통해 답을 찾아봤다.

부동산 가계약을 해제할 땐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가계약을 해제할 땐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많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시장에 ‘이상기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의 열기는 올여름 폭염보다도 뜨겁다. 정부에서 최근 발표한 9ㆍ13 대책만으로는 이미 한껏 달아오른 시장을 진압하기에 역부족인 모양새다. 여전히 서울은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부르는 게 값이다.

이 때문에 최근 부동산 중개 업계에선 ‘가假계약’이 유행하고 있다. 높아진 집값만큼 계약금(보통 매매가의 10%가량)도 치솟은 까닭이다. 가계약은 계약금 중 일부를 주고 물건을 확보한 다음 추후에 정식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좋은 매물이 있는 데도 당장 현금이 모자라거나, 집주인과 직접 만날 수 없을 때 주로 쓴다.

문제는 이 가계약이 여러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호가가 올랐단 소식에 가계약을 해제하고 싶은 집주인과 계약을 밀어붙이려는 매수인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뛰는 집값을 두고 계약을 해제하고 싶은 건 집주인으로선 당연한 욕심이다. 가계약을 실제 계약이 아닌 임시방편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집주인 마음이라면 마음이다. 하지만 가계약은 그렇게 간단하게 해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대로 해제하지 않으면 매수인으로부터 매수대금을 받고 등기를 이전해 달라는 청구를 당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당할 수도 있다.

가계약을 해제하려면, 먼저 계약이 성립됐는지 여부를 체크해야 한다. 성립조차 인정되지 않는 계약을 두고 해제를 논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서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가계약이 계약으로 성립되는 걸까. 아마 부동산 업계에 물어보면 답변이 제각각 다를 거다. “구두로만 된 건은 처음부터 계약 성립을 인정할 수 없다” “계약금만 주고받으면 계약이다” “중도금과 그 지급일까지 정해지면 계약이 성립된다” “잔금 지급일을 포함한 계약 전 과정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 등등.

혼란스러운 답변이지만 대법원의 입장은 명확하다. “가계약서 작성 당시 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까지 있었다면,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일이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서면으로 된 정식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한다(대법원 2005다39594 판결).” 결국 가계약이나 정식계약의 명칭이 중요한 게 아니란 얘기다. 구두계약일지라도 대상 부동산, 총 매매대금, 계약금 액수, 계약금 지급일, 중도금 액수, 중도금 지급일 등을 합의하면 유효한 계약이다.

계약의 유효성이 인정됐다면, 이제 계약금 반환 문제가 남는다. 많은 집주인은 가계약금의 배액을 배상하면 끝나는 것으로 오해한다. 정식계약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가계약금의 배액만 받으면 계약을 쉽게 포기하는 매수인이 많다. 부동산 중개인도 이런 방식으로 합의를 유도하는 경우가 숱하다.

대법원 판결은 다르다. “약정된 계약금 일부만이 지급된 경우에도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원래(약정) 계약금’의 배액을 반환해야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대법원 2014다231378 판결)”

이는 매수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집주인 입장에선 쥐꼬리만한 가계약금은 계약을 해제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집주인이 언제든 자유롭게 계약을 해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집주인이 계약금 중 일부만 받았더라도, 약정한 전체 계약금의 배액을 상환해야만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가계약을 체결하고도 해제를 고민하는 집주인으로서는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대목이다.

뜨겁게 달아오른 부동산 시장의 열기를 없앨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 이런 갈등은 계속될 공산이 크다. 가계약을 둘러싼 법적 분쟁의 횟수도 빈번할 게 뻔하다. 어떤 경우에 해제할 만한 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것인지, 매도인 입장에서는 얼마를 돌려줘야 해제할 수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볼 일이다. 
이동주 변호사 djlee@zenlaw.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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