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실패한 30대 중견기업 직장인

개미처럼 일해도 서울에 내집 한채 마련하기 힘든 직장인들은 투자의 유혹에 취약하다. 가상화폐, 작전주, 갭투자 등등…. 직장인 김경필(35 · 가명)씨도 한번에 큰돈을 벌고 싶어하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직장에서 빨리 인정받고, 급여도 넉넉했던 김씨. 하지만 좀 더 빨리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화를 불렀다.

한번에 큰돈을 벌려는 욕심은투자의 눈을 어둡게 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한번에 큰돈을 벌려는 욕심은투자의 눈을 어둡게 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빚 내서 집을 구입한 서민들의 가슴이 출렁였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3일 대정부질문에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공감한다”고 밝히면서 집값 폭등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저금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이들의 이자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의료장비 업체에서 근무하는 김경필(35 · 가명)씨는 3년 전 서울 변두리에 아파트 한채를 구입했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에 따라 빚을 내서 주택을 구입하면서 ‘갭투자’를 노렸다. 하지만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끝에 올해 초 주택을 매각하고 말았다. 다시 무주택자가 된 김씨는 월세 80만원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김씨의 투자 실패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모아둔 전세자금을 가상화폐에 투자해 모두 날렸다. 주위의 말만 믿고 ‘작전주’에 투자했다가 ‘깡통’을 차기도 했다. 차곡차곡 모은 적금은 대부분 헛된 투자에 쏟아부었다. 한번에 큰돈을 벌고 싶은 욕심과 주위 말에 쉽게 휘둘리는 팔랑귀가 문제였다. 그 결과, 김씨는 모아둔 돈 한푼 없이 신용대출 3000만원이라는 빚더미 위에 앉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다니는 회사의 미래마저 불투명해졌다. 한때 직장에서 빨리 인정을 받은 데다 수도권에 집 한채까지 있다며 주위의 부러움을 샀던 김씨. 이젠 친구들을 만나는 일조차 꺼려지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뵐 면목도 없다. 그는 “더이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면서 “빚이라도 빨리 해결하고 싶다”고 재무설계를 신청했다.

Q1 지출구조

김씨의 급여는 세후 400만원이다. 아파트에 월세로 거주하는 탓에 지출 중 주거비 비중이 가장 컸다. 월세는 80만원이었다. 이외에 통신비 10만원, 식 · 생활비 20만원, 용돈 60만원, 부모님 용돈 50만원 등 220만원을 쓰고 있었다. 여기에 쇼핑 · 여가 · 경조사 · 휴가 · 자동차보험 등에 쓰는 비정기지출이 연간 330만원으로 월 평균 28만원이었다.

소비성지출은 총 248만원이었다. 비소비성지출은 주택청약종합저축 20만원, 보장성보험(5건) 25만원, 자동차할부금 55만원, 신용대출이자 10만원 등 110만원이었다. 잉여자금은 42만원이었다. 하지만 잉여자금을 지금껏 한푼도 모으지 못했다. 어디에 썼는지도 모를 정도로 통큰 소비를 즐긴 탓이었다. 대출 3000만원은 전혀 상환하지 못했고, 이자만 내는 상황이었다. 김씨의 가장 큰 목표는 대출상환, 두번째 목표는 목돈마련이었다.

Q2 문제점

김씨의 첫번째 문제점은 사라진 잉여자금이었다. 범인은 신용카드였다. 신용카드 사용으로 불필요한 소비가 잦아졌고, 매달 들쭉날쭉한 카드대금을 잉여자금으로 메우고 있었다. 80만원에 달하는 월세도 문제였다. 김씨의 주거지 인근 원룸 월세는 50만원안팎이었다. 아직 결혼 계획이 없는 김씨는 두달 후 월세 계약이 만료되면 원룸으로 이사하기로 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가입한 지 5년이 지났고, 예치금이 1000만원을 넘었기 때문에 1순위 조건에 이미 부합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중도인출이 되지 않는 만큼 더 납입하지 않고 유지만 하기로 했다. 다섯개나 되는 보장성보험도 과했다. 그때그때 필요한 보험을 추가로 가입하다 보니, 중복보장이 많고 보험료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대출상환을 시작해 불필요한 이자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또 결혼 · 육아 · 노후 등 미래에 대비해 목돈 마련을 시작해야 한다.

Q3 해결점

먼저 ‘가계부 적기’ 습관을 통해 잉여자금(42만원)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했다. 5개에 달하는 보장성보험은 축소하고, 무해지 환급형 보험에 가입해 보험료 14만원을 절약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을 중단하면서 20만원 여유자금이 생겼다.

이렇게 모은 76만원으로 재무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대출원금을 매달 36만원씩 갚아나가기로 했다. 두달 후 이사하고 월세 부담이 줄어들면 대출원금 상환액을 늘릴 계획이다. 저축은행적금(30만원)에 가입해 만기시 대출 상환에 활용하기로 했다. 아직 투자 실패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김씨는 매달 10만원씩 적립식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부채 상환이 끝나면 중장기 재무목표에 대비하기로 했다.
강수현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koreaifa@daum.net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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