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공룡까지 뛰어든 HMR 전쟁

20년 전 ‘쌀밥을 누가 사먹니’라던 소비자들은 이제 큰 거부감 없이 국도, 반찬도 가정식대체식품(HMR) 제품을 선택한다. 바야흐로 HMR 시대다. 식품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까지 HMR 브랜드를 출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식품업체와 유통업체가 한판 대결을 벌이는 이 낯선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HMR 대결투를 취재했다. 

식품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도 HMR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다.[사진=연합뉴스]
식품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도 HMR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다.[사진=연합뉴스]

가정식대체식품(HMRㆍHome Meal Replacement)이 ‘엄마 손맛’을 대체하고 있다. 1인가구 증가,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 고령화 등 사회적 요인이 맞물린 데다 외식물가가 치솟으면서 HMR에 손을 뻗친 소비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3년 1조4000억원 규모이던 HMR 소매시장은 지난해 3조원대로 커졌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19.1%(이하 유로모니터ㆍ2017년 기준) 성장한 결과다. 같은 기간 시리얼(-0.2%), 쌀ㆍ면류(-0.6%), 유아식(-1.5%) 등이 역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HMR은 식품산업의 유일한 블루오션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HMR 시장의 성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보다 앞서 HMR 시장이 형성된 일본과 비교해도 성장 여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조상훈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HMR 시장의 성장세가 1990년대 일본보다 3배 이상 빠르다”면서 “외식의 일상화, 1인가구의 증가 등 한국의 사회구조가 일본과 유사한 만큼 국내 HMR 시장은 수년간 고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19조엔(189조8300억원) 규모의 전체 가공식품시장에서 HMR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달한다. 현재 한국의 가공식품시장 규모는 80조원 안팎으로, 이중 HMR의 비중은 4%가량이다. 10년 후에는 HMR 시장이 17조원 규모에 달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식품업체뿐만 아니라 유통업체까지 HMR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든 HMR 시장에서 밥상의 주인은 누가 될까. 가장 앞서가는 건 CJ제일제당이다. 이 회사의 HMR 부문 매출액은 지난해 1조5000억원대로 올해 2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의 가장 큰 강점은 효자 브랜드가 많다는 점이다. 즉석밥 브랜드 ‘햇반’이 대표적이다. ‘쌀밥을 사먹는다’는 인식이 생소하던 1996년 출시된 햇반은 지난해 3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햇반의 즉석밥 시장점유율은 73.7
%(이하 2018년 7월 기준)에 이른다.

앞서가는 CJ제일제당

이어 출시한 서구식 HMR 브랜드 ‘고메’ 한식 HMR 브랜드 ‘비비고’도 시장에 안착했다. 비비고의 국ㆍ탕ㆍ찌개 시장점유율은 2016년 10.9%에서 현재 39.3%로 높아졌다. 냉동만두 시장에서는 전통의 강자 해태 ‘고향만두’도 꺾었다. 비비고의 냉동만두 시장점유율은 44.7%로 1위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해먹거나 사먹는 음식과 HMR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연구ㆍ개발(R&D)을 거듭했다”면서 “2020년까지 국내외 HMR 매출액 3조6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HMR 시장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9.1%씩 성장했다.[사진=연합뉴스]
국내 HMR 시장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19.1%씩 성장했다.[사진=연합뉴스]

그렇다고 경쟁자가 없는 건 아니다. 한발 앞선 건 사실이지만 모든 카테고리에서 1위를 질주하는 게 아닌 만큼 경쟁업체들의 기세도 뜨겁다. 오뚜기는 냉동식품(냉동피자ㆍ냉동밥 등)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냉동피자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오뚜기 냉동피자 매출액은 2016년 185억원에서 지난해 680억원으로 증가했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70%에 달했다. 냉동피자 시장이 2015년 55억원에서 지난해 894억원으로 훌쩍 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뚜기의 성장세는 더 가팔라질 공산이 크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냉동피자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냉동피자는 외식피자 시장을 잠식하며 확대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대상은 ‘안주’ 카테고리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혼술ㆍ홈술족을 겨냥한 ‘안주야’는 1~2인용 소포장 안주제품이다. 2016년 출시 이후 8월까지 누적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했다. 대상 관계자는 “안주야는 안주라는 세분화한 카테고리에서 한정된 타깃을 공략한 제품”이라면서 “안주야 외에도 프리미엄 한식 ‘종가반상’ 서양식 HMR ‘휘슬링쿡’ 등 HMR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공룡까지 뛰어들어

유통업체도 HMR PB(Private Brand)를 내놓고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마트는 프리미엄 HMR을 지향하는 브랜드 ‘피코크’를 종합식품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2016년 ‘피코크 비밀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9월 피코크 전문점 1호점(강남구 대치동)도 오픈했다. 피코크의 지난해 매출액은 22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피코크는 냉동ㆍ냉장ㆍ상온제품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올해 매출액은 2500억~26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2015년 론칭한 ‘요리하다’는 건강한 집밥을 표방했다. 총 제품수는 200여개로, 기존 간편식 브랜드와 달리 전체의 20%가량이 RTC(Ready To Cookㆍ별도의 요리 과정이 필요한 간편식) 제품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요리하다’의 모토는 ‘집밥을 100% 대체하자’다”면서 “나트륨 함량을 낮추고 신선하고 건강한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유통업체까지 뛰어든 HMR 시장의 승자는 누가 될까. 조상훈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내다봤다. “시장이 고성장하고 있어 모두가 승자처럼 보이지만,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다. 브랜드 파워는 물론 제품력, 생산인프라를 보유한 기업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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