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정치 입김 아닌 경제 논리로 결정해야
금리, 정치 입김 아닌 경제 논리로 결정해야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308
  • 승인 2018.10.08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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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한은 총재 ‘금융 불균형 해소’ 발언의 의미
금리는 경제변수이지만 정치적 함의도 적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독립적으로 금리 수준을 결정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할 때다.[사진=연합뉴스]
금리는 경제변수이지만 정치적 함의도 적지 않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독립적으로 금리 수준을 결정하고 있는지 짚어봐야 할 때다.[사진=연합뉴스]

금융은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분야다.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가고, 매일 신용카드를 쓰고, 해마다 자동차보험을 갱신하는 등 여러 형태의 금융을 벗삼아 살아가지만 전문용어 투성이 약관은 머리를 아프게 한다. 이런 금융회사에서 다루는 돈의 값과 양을 결정하는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4일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금융 불균형이 누증되고 있다. 이를 점진적으로 해소하는 등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금융 불균형’이란 저금리 상태에서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에로 자금쏠림 등 부작용을 언급할 때 쓰는 말이다. 실제로 15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정부가 여러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집값은 계속 올랐다. 

이 총재는 최근 공식석상에서 금리인상 고려 요소로 금융 불균형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가 누증된 금융 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하겠다고 밝힌 것은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돈값, 금리수준 결정은 어려운 문제일뿐더러 경제ㆍ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크다. 당장 돈을 빌리는 이와 빌려주는 이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경기변동과 일자리,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경기를 띄우는 게 표를 얻는 데 유리하다고 여기는 정치인들은 금리를 내렸으면 한다.  

이처럼 금리는 경제변수이지만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다. 따라서 어느 나라든 통화정책을 책임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다. 우리가 법으로 한은의 독립성과 한은 총재의 임기(4년)를 규정하고,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을 차관급으로 대우하며 임기도 보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과거 금리결정 과정을 보면 정부나 정치권의 압박을 받고 이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14년 9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 수장으로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한지 한달 뒤 일이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호주 출장길에 이주열 총재와 와인 회동을 가진 뒤 최 부총리가 기자들에게 말했다. “금리의 금자도 말하지 않았지만 척하면 척이지 뭐”라고. 

‘척하면 척’ 발언 다음달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빚내 집 사라”고 권할 정도로 부동산 경기를 자극해서라도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싶었던 박근혜 정부에선 한은이 금리를 낮춰주길 바랐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반대다. 대출 규제 등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자 한은이 금리를 올려주길 바란다. 지난 9월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금리인상 문제를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충분히 됐다”고 답변했다.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유동성 정상화가 부동산 정책에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거들었다.

상황은 복잡다단하다. 미국이 2015년 말부터 지속적으로 정책금리를 올리는데 우리는 오히려 내리거나 조금 올린 뒤 유지(여기서 금리인상 실기失期 논란이 벌어진다)함에 따른 한미간 금리 역전,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격차가 더 커지면 나타날 해외자본 유출 우려를 감안하면 금리인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면 최악의 실업과 투자 부진으로 신음하는 경기를 더 냉각시킬 수 있다. 금리를 올리면 집값이 오른 특정지역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와 다중 채무자 등 취약계층부터 위험해진다. 

금통위 회의는 18일과 11월 30일, 연내 두차례 남았다. 어떤 결정을 해도 경기가 지금보다 좋았을 때 한은이 금리인상을 미적거린 점, 정부가 금리인상을 압박함으로써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금리상승은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이후 연 1.5%를 유지하는데도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대 중반으로 올라 있다. 저금리 파티는 끝났다. 가계는 불필요한 대출 욕구를 자제해야 한다. 특히 빚내 집 사는 행위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확보는 중앙은행 하기 나름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에도 올 12월과 내년 세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터키 중앙은행도 술탄으로 불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지난 9월 금리를 17.0%에서 24.0%로 올렸다. 갑작스러운 통계청장 경질로 ‘통계의 정치화’ 논란이 일었다. 금리결정마저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면? 한국 경제호는 ‘정치인 사공들’ 입김으로 바다가 아닌 산으로 갈 수도 있다. 한은은 오로지 경제만 보고 막중한 책임의식 아래 금리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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