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언론과 기자부터 퇴치해야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를 규제하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튜브 등 1인 미디어를 규제하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같은 제국인데 로마는 1000년 넘게 지속된 반면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은 왜 150년 만에 멸망했을까. 유현준 홍익대(건축학) 교수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라는 책에서 건축문화가 국가의 흥망성쇠를 갈라놓았다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는다. 이집트는 피라미드, 로마는 콜로세움, 중국은 만리장성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몽골인은 유목민족이어서 빠른 이동과 전쟁에는 능했지만 무언가를 남기지 못했다. 거대한 건축물은 내부 반대세력과 적대국에게 감히 범접하지 못하도록 하는 위압감을 주는 장치인데, 몽골제국의 텐트는 아무런 권력의 상징을 보여주지 못해 일찍 망했다고 설명한다.

유 교수는 21세기에는 권력의 상징물이 거대한 건축물에서 미디어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눈과 귀가 연결된 미디어를 장악해야 진정한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방송국 시스템은 현대판 신전神殿이고, 방송국 사장은  제사장祭司長으로 비유했다. 그래서 권력이 바뀔 때마다 지상파TV 사장 자리를 놓고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가 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범정부 차원에서 ‘가짜뉴스와 전쟁’을 선포했다. 이 총리가 사망한 베트남 주석에게 조문하며 쓴 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바치는 글로 바뀌어 소셜미디어에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노회찬 의원 타살설’ ‘문재인 대통령 치매설’ 등 각종 가짜뉴스를 열거하면 한도 끝도 없다.

여당은 1인 미디어를 규제하고 처벌하는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준을 국가 공권력이 일방적으로 마련한다면 또다른 문제점을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과거 좌파 진영의 광우병ㆍ세월호ㆍ천안함 괴담에는 입을 닫다가 지금 나서면 자칫 현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 가짜뉴스 척결을 위해 행동에 나서기 전에 과거 가짜뉴스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부터 선행돼야 한다.

부패한 공화국일수록 법이 많고, 독재국가일수록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법을 많이 가지고 있음은 역사적 진리다(로마시대 역사가 타키투스). 더욱이 글로벌 기업인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를 직접 통제하려 하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될 소지가 있다. 일반 시민들이 동영상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도 감시하는 시대착오적인 규제가 나올 수 있다.

지난 9월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경 없는 기자회’ 자료를 근거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여전히 제도권 언론에 불만이 많다. 군사정부 시대처럼 언론을 체포하는 등 무자비한 탄압은 없어졌지만 제도권 언론은 다양성을 요구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지상파TV 경영진을 내보내기 위해 사장 선임권을 가진 이사들의 법인카드 내역까지 샅샅이 뒤진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는 가짜뉴스의 주된 수요자는 노년층이고, 진원지로는 유튜브와 카카오톡을 겨냥하고 있다. 이들은 지상파TV 보도가 현 정권에 지나치게 찬양일색이라며 고개를 돌린 지 오래다. 뉴스의 풍선효과로 시청자들이 자발적으로 기존 언론에서 1인 미디어로 옮겨간 셈이다. 지나친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엄하게 처벌하되,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태도가 아쉽다.

가짜뉴스를 없애려면 권력이 먼저 공영방송에 더이상 간섭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그래야 제도권 언론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할 수 있게 되고, 국민의 눈과 귀를 다시 불러 올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은 방송에 손을 뗄 생각은 별로 없어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공영방송 사장 임명 시 3분의 2 이상 찬성이라는 ‘특별다수제’를 도입해 정권 입맛대로 임명된 사람이 방송 공정성을 훼손하자는 것을 막자는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정권을 잡자 방송법 개정안을 짐짓 외면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시급한 것은 사이비 언론사와 여기에 기생하는 사이비 기자들을 척결하는 거다. 그들은 끊임없이 기업을 갈취하고 약점을 폭로한다는 핑계로 협박을 해 정상적인 기업경영에 영향을 끼친다. 정권에 비판하는 1인 미디어에 대해 가짜뉴스라는 이름으로 재갈을 물리기에 앞서 공권력이 나서 사이비언론과 기자부터 퇴치할 일이다. 그래야 정상적인 정보 소통이 이뤄지고, 악성뉴스로 인한 사회혼란을 막을 수 있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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