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원가 공개 진짜 이유

소비자가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이유는 하나다. 분양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해 적정한 가격에 주택을 구매하기를 원해서다. 통신비의 원가까지 공개되는 마당에 분양원가를 공개 못할 이유도 없다. 분양원가 공개가 집값을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분양원가 공개의 진짜 이유를 짚었다. 

분양시장이 투명하다면 소비자들도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사진=연합뉴스]
분양시장이 투명하다면 소비자들도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할 이유가 없다.[사진=연합뉴스]

지자체를 중심으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9월 1일부터 2015년 이후 진행된 계약금액 10억원 이상의 발주공사 58건의 원가를 공개했다. 9월 7일엔 경기도시공사가 민간업체와 공동으로 분양한 아파트 공사원가를 공개했다. 원래 민간 아파트의 분양원가는 공개할 의무가 없지만 경기도시공사가 토지를 제공하고 이익을 공유했기 때문에 공익 차원에서 분양원가를 밝혔다. 9월 17일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분양원가 공개항목을 12개에서 61개로 늘리기로 했다. 

공공아파트 전체의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9월 10일 SH와 한국주택토지공사(LH)를 상대로 총 23개 단지의 공공분양ㆍ10년임대ㆍ국민임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요구했다. 최근 모두 비공개 결정이 내려지자 경실련은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지난해 3월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발의한 ‘주택법 개정안’을 검토 중이다. 개정안은 ‘공기업이 공급하거나 공공택지 및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공급되는 모든 주택의 분양원가를 61개 항목으로 나눠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참여정부 때 공개항목이 61개였던 걸 이명박 정부가 2012년 12개로 줄였는데, 이를 되살린다는 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시행령을 손봐서라도 이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집값이 떨어질까. 정치권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한 정동영 대표는 “분양원가만 제대로 공개해도 집값 거품의 30%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의 입장도 정치권과 비슷하다. 

건설업계의 주장은 다르다. “집값은 분양원가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면서 “분양가격이 다소 낮아질 뿐 집값이 내려가진 않을 것”아라는 반론을 편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분위기로 간다면 공공주택 사업에 동참하는 사업에선 원가공개가 불가피하고, 향후 민간 주택사업의 원가를 공개하라는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이유로 시공사들이 공급을 줄이면 집값이 더 오를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집값이 잡히지 않는다면 분양원가를 공개할 필요가 없느냐다. 그렇지 않다.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하는 이유는 집값을 낮추기 위함이 아니다. 공급자인 시공사가 폭리를 취하는 주택시장 구조를 바꾸는 것이 애당초 목적이다. 일례로 시공사가 싸게 불하받은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지어 비싼값에 팔아온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실련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내집 마련을 위해 십수년간 모은 전 재산으로 지어지지도 않은 집을 구매한다”면서 “그것만으로도 분양원가 공개의 당위성이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손해를 볼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건설업계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불투명한 시장을 만든 장본인은 건설업계고, 분양원가 공개는 그에 따른 결과물이다. 집값과 분양원가 공개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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