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집값과 공급

부동산 정책의 초점은 공급적인 측면보단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부분에 맞춰져 있다. “정부가 잘못된 노선을 택해서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지만 혹여 공급량이 부족하더라도 따져봐야 할 게 있다. 누구를 위한 주택공급이냐는 것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집값과 공급의 상관관계를 취재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의 집값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에도 서울의 집값은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에도 시장은 콧방귀를 뀌고 있다. 서울의 집값은 각종 규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도한 상승세를 그렸고, 지난 9월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전월 대비)은 1.25%. 2008년 6월 1.74%를 기록한 이후로 가장 높다. “서울의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의 시그널이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한 셈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정부가 집값 상승의 원인을 잘못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서울 집값의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이유는 공급량이 부족해서인데, 정부가 내놓는 정책은 이를 해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실제로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부동산 대책의 핵심은 세제강화와 대출규제를 통해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것으로, ‘공급량 부족’과는 거리가 멀다. 다주택자가 쥐고 있는 주택을 시장에 풀거나 임대주택으로 돌리고, 투기를 잡으면 집값이 떨어질 거란 게 정부의 계산인 셈이다. 

 

국토교통부가 9월 21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도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나 있다. “최근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 수급은 안정적이며 향후 5년간은 안정적인 수급이 이어질 전망이다. 2022년 이후의 주택 공급 플랜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국토부가 이렇게 판단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15~2017년의 주택공급 증가율이 2008~2017년 증가율보다 높기 때문이다.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2015~2017년 서울의 평균 주택 인허가ㆍ분양ㆍ준공 물량은 각각 9만6000호, 4만3000호, 7만4000호였다. 반면 2008~2017년 10년 평균은 7만6000호, 3만5000호, 6만5000호로 이보다 적었다. 정부가 ‘주택공급량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집값과 공급부족과는 상관관계가 적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공급량 부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다르다. 그들은 “2015년 이후 분양ㆍ입주 물량이 급증한 건 사실이지만 재건축ㆍ재개발 등으로 사라진 재정비 물량을 빼면 실질적인 공급량은 되레 줄었다”고 주장한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서울의 실질 공급량(입주 물량-재정비 물량)은 2015년 -1만5894호로 떨어진 이후 올해(-6883호)까지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정부가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되레 공급 억제를 초래하는 규제정책을 추진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물론 이 주장에도 허점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어떤 주택의 공급량이 부족한 것인지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남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은 “공급량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최근 공급 부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다주택자들이 갈아탈 공급이 부족한 것인가. 서민(실수요자)들이 살 주택이 부족한 것인가. 이 점을 먼저 엄밀히 얘기해봐야 한다. 재정비 때문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건 8~9분위(소득 상위 20~30%)들의 7억~8억원대 아파트 얘기다. 지금 이런 주택을 늘리는 게 맞는 것인가. 서민들을 위한 공급을 늘리는 게 중심 화두가 돼야 한다.” 

실제로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2006년 94.1%에서 2016년 96.3%로 개선됐지만 같은 기간 자가보유율은 44.6%에서 42.0%로 되레 악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작정 공급을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중요한 건 집값의 상승을 막을 수 있는 분양가 상한제 같은 정책과 함께 저렴한 가격에 입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 확대 정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고 꼬집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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