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어디까지 회수했나

대기업들은 줄줄이 부도를 냈고 수많은 사람들이 실직해 거리에 나앉던 1997년, 우리 정부는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를 수습했다. 20년이 흐른 지금 이 돈을 돌려받을 때가 됐는데 공적자금 회수율은 여전히 70%에도 못 미친다. 모두 국민의 세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공적자금의 문제점을 다시 짚어봤다. 

공적자금 회수율이 낮을 수록 국민 부담이 커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적자금 회수율이 낮을 수록 국민 부담이 커진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총 168조7000억원의 공적자금 중 116조1000억원을 회수했다. 회수율은 68.8%로 지난해 말보다 0.3%포인트 올랐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올해 2분기 공적자금 회수현황이다. 3분의 2 넘게 걷혔으니 겉보기엔 양호한 성적표다.


문제는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회수율이 60.0%를 돌파한 건 7년 전인 2011년이다. 올해 2분기 회수율이 68.8%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평균 1.25% 남짓 오른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연평균 회수금 규모가 2008년을 기점으로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998~2008년의 연평균 회수금은 8조4900억원이었지만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의 평균은 2조46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수율이 거북이 걸음인 이유가 무엇일까. 전성인 홍익대(경제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공적자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최소한의 형식적 체계가 갖춰진 것은 2000년 12월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을 제정하고,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법적 기구로 강화된 이후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128조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이 투입된 상황이었다. 투입 시기부터 회수 방안을 고민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회수전략이 엉성할 수밖에 없었다.”

168조원의 공적자금 대부분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 당시 금융기관 부실을 정리하는데 쏟았다. [※ 참고: 1998~2001년 4년간 투입된 공적자금은 전체의 92% 수준인 155조2000억원에 이른다.] 예금보험공사ㆍ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정부 보증으로 채권을 발행해 부실 금융기관의 자본금을 늘려주고, 부실채권을 사들였다. 정부도 일부 공공자금으로 직접 지원했다. 

당시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금융기업들이 문을 닫으면 다른 튼튼한 기업조차 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예금해 놓은 돈이 통째로 날아가는 것도 중요한 리스크였다. 기업이 도산하면 거리로 쏟아질 실업자도 통제하기 힘든 변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더라면 국민경제에 더 큰 피해가 돌아갔을 게 뻔했다는 거다.

감소하는 공적자금 회수율 

어쨌든 정부는 외환위기를 이겨냈고, 공적자금을 거둬들여야 하는 책무를 떠안았다. 정부가 공적자금의 회수전망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건 2000년 9월 ‘공적자금 백서’를 통해서다.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공적자금은 잠재적 부실의 우려는 있으나 회수 가능성이 있는 재원이다. 앞으로 부동산, 부실채권, 보유주식의 매각 및 구상권 행사 등을 통해 투입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부실채권은 시가에 매입했기 때문에 손실 없이 매각할 수 있고, 정부 보유 주식은 액면가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지원액 이상의 회수가 가능하다.”

문제는 이 전망이 지극히 낙관적이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2년 뒤 내놓은 ‘공적자금의 성과와 상환대책’에선 뉘앙스가 달라졌다. 지원된 공적자금 중 69조원가량을 ‘회수불능자금’으로 분류했고, 이를 금융기관과 정부가 각각 20조원, 49조원씩 분담해 갚겠다고 밝혔다. 목표로 삼은 회수 시점은 2027년, 기업 부실을 이 기간 내에 국민의 세금으로 메우겠다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 목표 역시 현실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현재 미회수 금액은 52조6000억원. 최근 연평균 2조원씩 회수 중인데, 이를 남은 10년간 부어도 32조여원이 남는다. 지난 1분기엔 회수액 총량이 오히려 줄어들기도 했다. 한화케미칼이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대우조선 인수 해지에 따른 이행보증금을 돌려 달라며 낸 소송의 결과로 636억원을 반환했기 때문이었다. 

이자비용까지 포함하면…

회수율을 계산하는 방법도 찜찜하다. 20년 전에 처음 투입한 돈이니 눈덩이처럼 이자비용이 불었을 텐데, 회수율의 분모인 원금만 따지고 있어서다. 반면 분자인 회수액에는 이자수입이 포함된다. 올해 2분기 회수한 5718억원 중에서도 보유주식의 배당금 수입(4405억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조대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기존 상환대책이 오래됐으니 현재 경제상황 변화에 따른 효과적인 회수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재정여건, 금융기관별 회수현황 및 상환능력 등을 면밀히 검토할 때”라고 꼬집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20년이 훌쩍 지났지만 시장이나 기업에 투입된 공적자금의 회수는 난제難題로 남아있다. 모두 국민의 세금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