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 vs 랄라블라 희비 쌍곡선

해외 브랜드를 등에 업고 사업을 시작한 두 유통기업이 있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랄라블라의 GS리테일이다. 1990년 일본 훼미리마트와 손잡고 편의점 사업을 시작한 BGF리테일은 2012년 독자브랜드 CU를 론칭했다. 2004년 홍콩 A.S왓슨과 손잡고 H&B스토어 사업에 뛰어든 GS리테일은 3월 랄라블라라는 자체 브랜드를 선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엇갈렸다. CU는 됐는데 랄라블라는 안 된 이유는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CU와 랄라블라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를 취재했다. 

론칭한 지 6개월이 지난 랄라블라의 성과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론칭한 지 6개월이 지난 랄라블라의 성과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 H&B(Health&Beauty) 스토어 시장에 GS리테일이 승부수를 던졌다. GS리테일은 기존에 운영하던 GS왓슨스를 지난 3월 ‘랄라블라(lalavla)’로 새롭게 론칭했다. 이름만 바꾼 게 아니다. 2004년 홍콩 A.S왓슨과 맺은 합작법인 관계도 정리했다. 13년 동안 구축해온 왓슨스 이미지를 탈피해 자체 개발한 브랜드 ‘랄라블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에서였다. 올해 300개 매장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그로부터 반년, 결과는 지지부진하다. 187개 매장을 끝으로 랄라블라는 출점을 멈춘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60여개 점포를 신규 출점해 현재 숨고르기를 하는 상황이다”면서 “랄라블라로 교체 후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이 늘었을진 몰라도 적자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은 올해 랄라블라의 영업적자를 지난해보다 100억원 증가한 280억원으로 추정했다. 왓슨스와 결별한 게 독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랄라블라의 변신은 실패한 걸까.

# 과거 비슷한 모험을 한 또다른 기업이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다. BGF리테일(옛 보광훼미리마트)은 1990년 일본 훼미리마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국내에 훼미리마트를 오픈했다. 편의점이 생소하던 당시 일본에서 인지도와 시스템을 갖춘 훼미리마트를 수입해온 셈이다.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2012년 BGF리테일은 일본 훼미리마트와 결별하고, 한국형 편의점을 지향하는 독자 브랜드 씨유(CU)를 론칭했다.

22년간 쌓아온 인지도를 포기하는 모험을 택한 셈이었다. 당연히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CU로의 전환을 우려하는 편의점주들이 집단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반대가 적지 않았지만, CU는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고 설명했다. CU 매장수는 2012년 7386개에서 2017년 1만2503개로 증가했다. 지난해 이란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에는 몽골시장에도 깃발을 꽂았다. 해외 브랜드를 사용하던 프랜차이지(Franchisee) 기업에서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프랜차이저(Franchisor) 기업으로 거듭난 셈이다. 

해외 브랜드를 등에 업고 출발해, 결국 독자적인 길을 가는 CU와 랄라블라. 이들이 서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든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출발선이 달랐다”고 지적한다. 임왕섭 브랜드 컨설턴트는 “훼미리마트는 국내 편의점 업계 1위 브랜드로, 이미 유통망과 영향력을 갖추고 있었다. 브랜드를 전환할 때에도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었다”면서 말을 이었다. “전국 훼미리마트가 단기간 내에 CU로 전환하는 것 자체로도 홍보효과가 있었다. 반면 CJ올리브영에 밀려있던 GS왓슨스는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CU와 랄라블라 달랐던 출발선

실제로 두 업체 모두 브랜드를 빠르게 전환했다. BGF리테일은 2012년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동안 전국 훼미리마트 매장을 CU로 전환했다. GS리테일도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왓슨스 매장의 간판 교체 작업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파급력은 달랐다. CU는 기존 훼미리마트의 시장점유율(2011년 33%)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이런 추세는 현재까지 이어져 CU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31.8%로 GS25(31.6%)를 따돌리고 1위를 유지했다. 반면 랄라블라와 CJ올리브영의 매장수 차이는 지난해 774개에서 현재 986개로 더 벌어졌다.

BGF리테일은 2012년 일본 훼미리마트와 결별하고, 자체 개발한 편의점 브랜드 CU를 론칭했다.[사진=뉴시스]
BGF리테일은 2012년 일본 훼미리마트와 결별하고, 자체 개발한 편의점 브랜드 CU를 론칭했다.[사진=뉴시스]

랄라블라가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GS리테일은 20~30대 여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사랑스럽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콘셉트로 매장을 구성했다. 아울러 뷰티와 헬스의 균형을 이룬 MD를 추구했다. ‘먹어도 되는 천연 색조 브랜드’나 ‘리사이클링 제품’을 도입한 건 좋은 예다.

하지만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성제품, 생활용품 등을 판매하는 기존 H&B스토어와 큰 차이를 이끌어내는 데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임왕섭 컨설턴트는 “뷰티제품보다 헬스제품을 강화하는 정도의 카테고리 조정으로는 소비자가 큰 변화를 느낄 수 없다”면서 “상품 구성이나 매장 콘셉트를 기존과 180도 다르게 해야 소비자의 눈길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CU는 기존 일본형 편의점을 탈피해 한국형 편의점을 추구했다. 가장 먼저 제품 품목수(SKUㆍStock Keeping Unit)를 조정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당시 편의점 업계는 물건을 많이 구비하는 게 미덕이었다”면서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상권에 맞춰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 위주로 구성을 바꾸고, 줄어든 상품 수만큼 매대를 줄여 편의성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CU와 랄라블라가 몸담고 있는 시장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또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2012년 이후 편의점 시장은 고성장을 거듭했다. 2013년 12조8000억원 규모이던 국내 편의점 시장은 지난해 22조4000억원대로 증가했다. CU가 편의점 시장의 성장세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하지만 랄라블라가 뛰어든 H&B스토어는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레드오션이나 다름없다. 1위 CJ올리브영의 입지가 굳건한데다 후발주자의 공세도 매섭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롭스(LOB’s)는 11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가 론칭한 부츠(Boots)는 대학가 상권을 중심으로 9월 7개 매장을 잇따라 오픈했다. 품목이 겹치는 화장품 편집숍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9월 화장품 편집숍 아리따움 매장을 리뉴얼 오픈했고, 신세계는 시코르(CHICOR) 매장을 14개로 확대했다. 랄라블라로서는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인 셈이다.

랄라블라의 성패를 가늠하기는 이르다는 목소리도 많다. 랄라블라 관계자는 “다양한 생활 편의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8월에 리뉴얼한 모바일용 온라인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7% 증가하는 등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랄라블라는 CU에 이어 독립에 성공한 브랜드로 각인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