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권 판화 전시

❶ 이 산~ 저 산~, 285×88㎝, 채묵목판, 2017 ❷ 청죽, 167×90㎝×3ea
❶ 이 산~ 저 산~, 285×88㎝, 채묵목판, 2017 ❷ 청죽, 167×90㎝×3ea

지난 4월 27일 전세계의 눈이 한반도를 주시했다.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에 서명하던 그 자리에 김준권 작가의 ‘산운’이 걸려 있었다. 목판화로 ‘평화로운 대동세상大同世上’을 염원하는 작가의 뜻이 담겨 있었기에, 그 감동은 더욱 묵직했다. 조국의 산을 수묵판화 기법으로 표현한 그의 작품은 역사적인 현장의 배경으로 충분했다.

산운山韻 김준권 판화전이 10월 28일까지 롯데갤러리에서 개최된다. 한국 판화의 대가 김준권의 2007년 이후 10년간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화제의 수묵목판화 ‘산운’과 최근작인 유성목판화 ‘자작나무 아래, 2017’에 이르기까지 3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김준권은 민중미술 목판화가로서 이채로운 삶을 살았다. 1980년대의 전교조 미술교사, 민예총 임원 등을 거치면서 목판화가ㆍ현장미술가ㆍ미술운동가로 활동했다.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탄핵정국에서 ‘광화문미술행동’을 결성하고 미술인들과 광화문 텐트촌에서 현장미술을 펼치기도 했다.

❸ 가을, 184×77.5㎝, 유성목판, 2017(Ed.16+AP) ❹ 자작나무아래_가을, 101×187㎝, 유성목판, 2017
❸ 가을, 184×77.5㎝, 유성목판, 2017(Ed.16+AP) ❹ 자작나무아래_가을, 101×187㎝, 유성목판, 2017

그의 작품 세계는 ‘국토’ ‘민중’ 등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던 1980년대, 풍경을 통해 국토와 이웃의 삶의 정서를 형상화하던 1990년대, 국토에 대한 전형적 인상을 문인화적 감성으로 표현한 2000년대 수묵 작업, 그리고 대나무라는 대상을 통해 자기 내면을 나타낸 2012년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최근에는 2004년부터 지속하던 수묵과 채묵에 의한 단색조 풍경에서 벗어나 대작 유성목판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김준권은 조국의 땅과 민중 정서를 자신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작품 속에 풀어냈다. 얼핏 단조로워 보이는 그의 그림 속 산하에는 묘한 울림이 느껴진다. 나무와 나무, 산과 산이 포개진 사이에는 조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염원이 어린 듯하다. 그것은 자기 내면의 소리일 수도 있고 민중의 목소리일 수도 있으며 이 땅의 역사적 되울림일 수도 있다. 조국 산하를 수묵판화 기법으로 표현하며 한국 현대산수화의 뛰어난 양식을 만들어 낸 그의 작품은 보는 이에게 남다른 묵직함을 선사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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