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동해사업장, 하물며 창고까지 ‘클린룸’으로 만들다
LS전선 동해사업장, 하물며 창고까지 ‘클린룸’으로 만들다
  • 김정덕 기자
  • 호수 309
  • 승인 2018.10.16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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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전선은 어떻게 해저케이블 강자 됐나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시장의 숨은 강자다. 강자들이 득실대는 유럽시장에 깃발을 꽂았고, 동남아ㆍ남미 등 진출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해저케이블의 생산ㆍ선적ㆍ보관 등 기술력도 빼어나다. 해저케이블 보관창고를 ‘반도체 클린룸’ 수준으로 만들 정도로 투자와 열정을 쏟아부은 결과다. LS전선은 어떻게 해저케이블 시장의 강자로 발돋움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LS전선 ‘동해사업장’에서 답을 찾아봤다. 
 

LS전선 동해사업장에 마련된 턴테이블에 차곡차곡 쌓인 해저케이블.[사진=LS전선 제공]
LS전선 동해사업장에 마련된 턴테이블에 차곡차곡 쌓인 해저케이블.[사진=LS전선 제공]

“인도네시아로 갈 해저케이블입니다. 제품을 최종 검사하고, 2박3일 동안 선적 작업을 진행해야 제품 출하가 끝납니다. 특히 선적 작업을 할 때는 제대로 쉴 수 없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합니다. 출하가 끝나기 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죠. 힘들지만, 자부심이 더 큽니다.” 

지난 9월 방문한 국내 유일의 해저케이블 생산기지인 LS전선 동해사업장. 커다란 턴테이블에 말려 있는 수백t의 해저케이블을 보면서 해저개발생산팀 관계자들은 뿌듯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그럴만 했다. 동해사업장은 LS전선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전초기지이고, 그들은 전초기지의 복판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발주자 LS전선의 승부수

LS전선은 2008년 4월 강원도 동해시에 3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 해저케이블 생산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당시 손종호 LS전선 사장은 “동해사업장은 해저케이블을 중심으로 세계 해양용 솔루션 사업 진출의 전진기지이자 풍력ㆍ원자력발전 등 LS전선의 미래 먹거리인 솔루션 사업 확장의 기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투자 타이밍이었다. 가뜩이나 투자시기가 경쟁업체보다 늦었는데, 투자 직후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9월)까지 터졌다.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결정하고 타이밍도 한발 늦은 만큼 LS전선으로선 승부수가 필요했다. 글로벌 전선업계 1위를 마냥 쫓아갈 수만은 없었다. 독자적인 해저케이블 생산 기술력을 전략의 방점傍點으로 삼았다. 

 

해저케이블의 핵심 생산설비인 ‘수직연합기(전기동을 꼬아 수직으로 끌어올리는 장치)’를 자체 제작한 건 대표적 사례다. 수백t의 대형 수직연합기 제작 과정엔 숨은 이야기도 있다. 동해사업장 관계자는 “어렵게 구한 설비 사진을 참고해 전문가들과 협의해서 만들었다”면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그 모든 과정이 우리에겐 경험과 노하우가 됐다”고 설명했다. 

공장설비들 역시 해저케이블 생산에 맞게 자체적으로 만들거나 주문제작했는데, 그중 하나가 원자재 보관창고다. 별 특별한 것이 없어 보여 지나치기 쉬운 창고지만, 그 안의 공기는 바깥과 확연히 다르다. ‘클래스1000’을 적용한 클린룸이기 때문이다. [※ 참고: 반도체 생산 시 적용하는 최고 수준의 청정도가 바로 ‘클래스1000’이다.] 동해사업장 관계자는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아야 불량률을 줄이고 최상의 해저케이블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혁신을 밑거름으로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생산 기술력은 날로 진화했다. 설비ㆍ보관ㆍ생산ㆍ이동ㆍ선적뿐만 아니라 보수 노하우까지 축적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자 알찬 실적이 따라붙었다. 2008년 해저케이블 사업에 뛰어든 지 1년여 만인 2009년 3281억원 규모의 전남 진도~제주 간 해저전력망 사업을 수주(공사포함 일괄 수주)했다. 2012년 11월 카타르 석유공사에 국내 업체로선 최대 규모인 4억3500만 달러(약 4905억원)의 해저케이블을 공급했다. 

 

2013년 2월과 3월엔 각각 유럽(덴마크 풍력발전업체에 헤저케이블을 공급), 남미(베네수엘라 국영전력공사)에 진출했고, 2015년 2월엔 미국 동부 풍력발전단지에도 해저케이블을 공급했다. 2017년 7월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잇는 해저케이블 공사를 맡아 일본 업체가 강자로 군림하던 동남아 시장까지 진출했다. 해저케이블 생산을 시작 한지 불과 10년도 안 돼 세계시장에 깃발을 꽂은 셈이다. 

“증설로 시장점유율 높이겠다”

그렇다고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사업이 완전무결한 건 아니다. 이 사업은 LS전선의 미래 먹을거리임에 분명하지만 매출 비중이 회사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아직은 노력 대비 알맹이는 적다는 얘기다. LS전선이 현재 수직연합기보다 더 큰 수직연합기를 3기 더 증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추진 중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생산규모를 더 늘려 수주를 늘리고, 이를 통해 해저케이블의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특수 사업용 케이블이나 초전도 케이블 등 고부가가치 제품 다변화에도 적극적이다. 남북관계 개선으로 인해 ‘동북아 슈퍼그리드(대륙과 국가간 전력망 연결)’의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LS전선의 계획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동해사업장 근무자들은 “지금까지 우리는 가능성을 열어왔다”면서 “진짜 공략은 지금부터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격한 위기 속에서 시작한 해저케이블 사업을 성공 반열에 올려놨다는 자부심이 읽혔다. 저 멀리 해저케이블을 선적하는 배 위로 해가 걸렸다. 조그맣게 근무자의 모습이 보였다. 빛났다. 그건 희망이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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