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자영업자 부부의 재무설계 中

당신은 종신보험을 어떻게 알고 있는가. 혹시 연금전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듣고 가입했는가. 그렇다면 민원을 제기해 당장 해지해도 괜찮다.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전환하면 환급률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원금을 제대로 받는 것도 어렵다. 왜 그럴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보험료 때문에 가계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한씨 부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실전재테크 Lab’ 17편 두번째 이야기다.

지출내역을 항목별로 정리해보면 자신이 어느 항목에서 과소비를 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출내역을 항목별로 정리해보면 자신이 어느 항목에서 과소비를 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테크로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는 한미라(47·가명)씨와 박상현(47·가명)씨. 이 부부는 2015년 지인의 소개로 매입했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것을 계기로 부동산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듬해 여름엔 해운대에 급매로 나온 오피스텔(2억4000만원)을 9000만원 대출을 끼고 구입했다. 청과도매사업을 하는 남편의 가게도 2억원을 대출 받아 목이 좋은 곳(5억2000만원)으로 옮겼다.

그러다보니 대출금 부담도 점점 커졌다. 부부의 부동산 자산은 거주지(아파트·현 시세 6억원), 오피스텔, 가게 등 총 13억6000만원이다. 그중 전세를 제외한 대출금이 5억원, 매월 내는 원리금은 166만원에 달했다. 부부가 재무상담을 신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부는 부동산을 이대로 둬야 할지 아니면 정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에도 최근 집값이 전국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덜컥 부동산을 처분하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보다는 대출금을 내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부부에게 더 유리하다. 1차 상담에서 부부의 지출흐름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니, 대출금 외에 다른 항목에서 지출 구조를 개선할 여지가 충분했다. 이에 따라 부부는 다른 지출항목에서 비용을 줄여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8월 18일 진행한 2차 상담은 부부의 재무환경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부부는 청과도매사업 매출 중 800만원과 오피스텔 월세 80만원을 월 소득으로 잡았다. 소비성 지출(846만원), 비정기 지출(80만원) 등 총 926만원을 쓰고 46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상품은 없었다. 1차 상담 때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생활비(130만원)에서 30만원, 여행비(45만원)에서 20만원을 줄였다. 그에 따라 잉여자금도 적자에서 4만원 흑자로 전환했다.

2차 상담에서 가장 먼저 손을 본 건 보험료(194만원)였다. 과도하게 많은 보험료의 주범은 종신보험(사망 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이었다. 재무상담을 받기 한달 전, 부부는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월 130만원(남편 100만원·아내 30만원)의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연금보험 전환이 가능하다”는 보험설계사의 말을 믿은 결과였다.

종신보험에 연금전환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환급률이 연금보험보다 크게 떨어진다. 종신보험의 연금전환을 신청하면 해지환급금(보험해지 시 돌려받는 금액)을 재원으로 연금이 지급된다. 문제는 종신보험의 경우 해지환급금에서 사망보험금 지급을 위한 위험보험료와 각종 비용·수수료 등이 차감된다는 점이다. 10년 이상을 납입해도 해지환급금이 원금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씨는 부동산 외 재태크를 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연금보험을 가입하려고 만난 보험설계사가 ‘안전형 연금보험’이라며 소개하더라구요. 이율을 보장한다는 얘기에 망설임 없이 가입했죠.” 1차 상담 때 필자는 부부에게 해지가 가능한지 알아보라고 권유했다. 다행히 일주일 뒤 한씨는 민원을 제기해 납입금 130만원을 그대로 돌려받을 수 있었다.

나머지 보험도 대대적으로 손을 봤다. 남편 박씨는 기존 보험(33만원·운전자보험 포함)을 해지하고 65세 이후 3000만원을 받는 ‘체감형 종신보험’과 사망 시 2억원을 지급하는 정기보험에 새로 가입했다. 납입액은 두 보험 합쳐서 월 16만원이다.

한씨도 15만원의 정기보험(운전자보험 포함)을 해지했다. 대신 남편과 함께 건강보험(남편 13만원·아내 10만원)에 들었다. 두 자녀의 보험(8만원씩 2명)도 각각 5만원·4만원으로 규모를 줄였다. 그 결과, 부부의 보험료는 194만원에서 48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제 다른 지출항목을 살펴보자. 한씨 부부는 월 35만원을 통신비·인터넷·TV에 내고 있었다. 통신비의 경우 부부는 비싼 요금제(총 16만원)와 각종 부가 서비스에 가입했다. 두 자녀의 휴대전화 요금을 할인받기 위해서인데, 그보다는 자신의 사용량에 걸맞은 요금제를 쓰는 게 더 경제적이다. 일단 부가 서비스는 전부 해지하고, 요금제도 총 16만원에서 10만원으로 6만원 줄였다. 대신 결합상품을 이용해 케이블방송과 유선인터넷 비용을 대폭 줄였고, 총 15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

생활비(100만원)도 줄이기로 했다. 박씨는 대부분의 식사를 가게에서 해결한다. 점심은 법인카드로 시켜먹고, 일이 늦어질 경우 저녁식사도 가게에서 먹는다. 중학생인 두 아들도 점심·저녁을 학교 급식으로 먹는다. 이런 식습관을 감안했을 때 한씨 가족의 생활비는 한 번 더 줄여도 괜찮다고 판단했다. 일단 90만원으로 10만원 줄여 한달간 생활해 보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용돈이다. 부부는 각각 30만원씩 용돈으로 쓰는데, 한씨의 경우 상당부분을 커피값(약 10만원)을 내는 데 썼다. 학부모들과 정보를 교류하기 위해 각종 학부형 모임에 참여한 결과였다.

한씨는 “별다른 정보가 없어 점점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7월부터 거의 참여를 안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 기회에 용돈을 10만원 줄이기로 결정했다. 남편도 같은 금액으로 용돈 줄이는 데 동의했다. 그러자 부부의 용돈은 총 60만원에서 40만원으로 20만원 낮아졌다.

한씨는 자녀들 용돈(20만원)도 줄일 거라고 말했다. 충동적으로 돈을 쓴다는 이유에서였다. 금액이 많고 적음을 떠나 계획을 세워 지출하는 건 어릴 때 배울수록 도움이 된다. 부부는 자녀들이 학교·학원 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는 선까지 용돈을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녀들 용돈은 12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렇게 부부는 최종적으로 소비성 지출 229만원(보험료 146만원·통신비 15만원·생활비 40만원·용돈 28만원)과 비정기 지출 20만원(여행비)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월 46만원 적자를 기록했던 가계 재정도 203만원의 흑자 가계로 탈바꿈했다. 잘못 든 보험비(130만원)를 제외해도 73만원을 아낀 셈이다.

이렇게 소비내역을 항목으로 정리해보면 어떤 항목에서 과소비를 하는 지 쉽게 알 수 있다. 필자가 부부에게 가계부 작성을 조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부부에게 남은 과제는 잉여자금 203만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부부의 재무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미래를 위한 대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잘못 가입한 보험과 대출상환 문제로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없었지만, 지출 줄이기로 잉여자금이 생긴 만큼 금융상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한씨 부부의 재무 솔루션이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는 다음편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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