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쩔쩔매는 면세점ㆍ화장품

최근 날아든 중국발發 뉴스 하나에 국내 화장품업계와 면세업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중국 상하이上海의 푸둥공항에서 귀국(한국→중국)한 승객의 짐을 전수조사했고 구매품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은 따이공代工(중국인 보따리상)은 대거 벌금을 맞았다는 소식이다. 이후 한국의 화장품ㆍ면세업체들의 주가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중국발 뉴스 하나가 불러일으킨 ‘대혼란’, 우리나라 화장품ㆍ면세점 업계 괜찮을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중국 변수에 쩔쩔 매는 면세점ㆍ화장품 업계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추석 연휴 이후 중국 공항에서 따이공 전수조사가 이뤄졌다.[사진=연합뉴스]
추석 연휴 이후 중국 공항에서 따이공 전수조사가 이뤄졌다.[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화장품과 면세업계 주가가 돌연 출렁였다. 중국 최대 뉴스앱인 진르토우티아오今日頭條의 1일자 뉴스가 국내에 전해지고 나서다. 뉴스에 따르면 추석연휴 직후인 9월 28일 중국 상하이上海 푸둥국제공항에서 한국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 승객을 대상으로 대규모 세관조사가 이뤄졌다.

중국은 해외에서 구매한 물건의 총액이 5000위안(약 82만4000원)을 초과할 경우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따이공代工(중국인 보따리상)들은 해외 구매품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입국한다. 이날 푸둥공항에선 이렇게 들여오다 적발된 구매품에 세금을 징수했다. 립스틱 10개에 1800위안(약 30만원), 마스크팩 3상자에 200위안 등의 벌금이 부과됐다. 진르토우티아오는 “푸둥공항의 전수조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면서 “2017년 3월에도 예고 없이 검사가 이뤄져 40여명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다시 짐을 싸서 해외로 돌려보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 뉴스가 국내에 전해지자 화장품 업종의 주가가 흔들렸다. 따이공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품목이 화장품이라서다. 2일 26만4500원이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4일 22만7500원으로 13.9% 하락했다. LG생활건강의 주가도 129만7000원에서 119만7000원으로 7.7% 빠졌다. 잇츠한불(4만1100원→3만7350원),에이블씨엔씨(1만3750원→1만3050원), 코스맥스(16만1500원→14만9000원) 주가도 같은 기간 9.2%, 5.1%, 7.7% 하락했다.


면세점 업계의 주가도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2일 34만7500원이던 신세계의 주가는 4일 12.7% 하락한 30만35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호텔신라와 현대백화점 주가도 각각 7.5%, 5% 하락했다. 
 

문제는 화장품ㆍ면세점주株의 하락세가 ‘단 하루’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2일 이후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급락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20만원대 주가(2018년 10월 11일 19만7500원)가 무너진 건 대표적 사례다.
박신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발 뉴스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국내 면세점이나 화장품 업체들 매출액에 따이공이 기여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공항 세관검사가 얼마나 엄격하게 시행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수조사가 국경절을 맞아 실시한 일회성 조사인지, 아니면 정기적인 것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향후 다른 공항으로 확대될 것인지 등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중국 이슈에 급락하는 주가 

업체들의 마음도 편할 리 없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많이 하락해 회사 차원에서 긴장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겠지만 기업 입장에선 좋지 않은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물론 과도한 우려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발發 뉴스 하나가 여기저기 확산되면서 시장에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거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아직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9~10월 면세점 매출을 보면 양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지나친 우려를 경계했다. “입국 항공기 전수조사는 매년 정기적으로 있는 일이며, 특별히 따이공을 규제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당연한 검역 절차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불안감은 기우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면세점ㆍ화장품 업계의 과한 중국 의존도 탓에 이슈 때마다 주가가 출렁인다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면세점ㆍ화장품 업계의 과한 중국 의존도 탓에 이슈 때마다 주가가 출렁인다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ㆍ면세업계로선 중국발 이슈에 흔들리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손성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주임연구원은 “이번 일은 화장품 산업 전반에 번지고 있는 위기감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우리나라 업체들의 중국 의존도가 워낙 높다보니 아무래도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중국의 작은 이슈에도 흔들리지 않을 대안은 없을까. 가장 근본적인 대안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출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손 연구원은 “그나마 다행인 건 최근 태국ㆍ베트남 등으로의 수출이 많이 늘었다는 점”이라면서 “러시아ㆍ프랑스 등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5~6년 이후엔 중국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수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영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의 구체적인 규제 정책이 나오지 않은 만큼 단기적인 불확실성에 휘둘리기보다는 업체별로 경쟁력을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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