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하이프사이클 In & Out 기술

하늘을 나는 자동차, 아이언맨 로봇, 우주 엘리베이터…. 현실과 동떨어진 기술들이 가트너의 2018 하이프사이클에 올라탔다. 대중의 관심이 몰리기 시작했고, 실제로 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도 적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2018 하이프사이클에 새롭게 등재되거나 빠진 기술들을 탐구해봤다.

영화 아이언맨의 슈트처럼 신체를 강화하는 외골격 로봇이 올해 하이프사이클에 진입했다.[사진=뉴시스]
영화 아이언맨의 슈트처럼 신체를 강화하는 외골격 로봇이 올해 하이프사이클에 진입했다.[사진=뉴시스]

신기술이 처음 등장하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기업들의 러브콜과 투자금은 마치 전리품처럼 신기술로 흐른다. 하지만 대중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신기술은 금세 고꾸라진다. 미디어들은 야유를 퍼붓고, 투자도 멈춘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괜찮은 제품이 나오면, 그제야 시장이 형상되고, ‘진짜 박수’가 쏟아진다. 

가트너의 하이프사이클은 이런 신기술의 생애주기를 담은 그래프다. 매년 2000여개 신기술 중 주목 받는 기술을 30~40여개로 추려 기대 수준과 가능성을 분석한다. 올해는 총 35개의 기술을 뽑았다. 처음 진입한 기술도 있고, 지난해 사이클에 올랐다가 올해는 빠진 기술도 있다. 이런 기술들을 보면 우리 미래를 두고 몇개의 시나리오 정도는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하이프사이클 2018’을 분석했다.

■추가된 기술들 = 올해 새로 뽑힌 기술들은 대체로 낯선 이름이 많다. ‘인공지능 서비스형 플랫폼(AI PaaS)’이 대표적이다. PaaS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개발할 때 필요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다. 여기에 AI가 더해진 AI PaaS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AI를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이 기술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소규모 회사나 개인에게 적합하다. 자체 AI 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AI PaaS로 쉽게 빌려 쓰면 될 일이다.

탄소나노튜브도 올해 처음으로 하이프사이클에 진입했다. 탄소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원통(튜브) 모양의 신소재다. 강철보다 100배나 강하면서도 무게는 5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구리만큼 전기 전도율도 좋아 ‘꿈의 신소재’로 꼽힌다. 가볍고 전기가 잘 통해 현재 2차전지는 물론 항공기 동체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낯설지만 신통한 기술들

탄소나노튜브가 유명세를 탄 건 우주 엘리베이터의 소재 후보로 꼽히면서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지구에서 우주의 특정 지점까지 케이블을 연결하고, 여기에 승객이나 화물을 실어나를 컨테이너를 설치해 로켓 없이도 우주를 왕복하는 개념이다. 우스꽝스러운 이 발상은 얼마 전 첫걸음을 떼기도 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가 올해 9월 이 기술을 시험할 위성을 쐈다.

하이프사이클에 처음 진입한 기술은 또 있다. 자율비행이다. ‘자율주행차의 성장도 신통치 않은데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니냐’고 꼬집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율비행 기술에 역량을 쏟는 기업은 생각보다 많다. 에어버스, 벨헬리콥터 등 글로벌 항공기 및 헬기 제조업체들은 2020년을 상용화 시점으로 못 박았다. 카셰어링 업체 우버는 올해 비행택시 ‘우버에어’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자율비행 기술이 하이프사이클에 올해 처음 진입했다.[사진=뉴시스]
자율비행 기술이 하이프사이클에 올해 처음 진입했다.[사진=뉴시스]

혼합현실(Mixed Reality) 역시 올해 처음 하이프사이클에 올라섰다. MR은 현실에 있는 지형지물과 사물 위에 가상의 이미지나 영상을 현실처럼 덧씌우는 기술이다. 구글과 퀄컴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낸 스타트업 매직리프의 실험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6년 이 회사는 실제 체육관에서 거대한 고래가 바닥에서 뛰어 오르는 3차원 입체 영상을 현실처럼 보여줬다. 고래와 함께 흩어지는 물살과 물거품뿐만 아니라 그 큰 덩치가 바닷물을 가르는 소리, 그 여파로 크고 작은 물결이 흩어져 철썩거리는 소리도 생생했기 때문이다.

■빠진 기술들 = ‘2017 하이프사이클’에는 모습을 보였다가, 올해는 빠진 기술도 있다. 이유는 가지각색인데, 대표적인 기술은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s)’다. 기술이 후퇴했기 때문이 아니다. 단계가 세분화된 탓이다. 자율주행기술은 등급에 따라 0~5단계로 나뉘는데, 스스로 장애물을 감지해 회피하는 수준의 3단계 자율주행은 이미 상용화 수준까지 올라섰다.

4단계는 수동안전 모드가 있긴 하지만 안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다. 5단계는 인간의 개입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한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뜻한다. 탑승자가 차에 올라타 목적지를 말하거나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면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이동하는 형태다. 올해 하이프사이클엔 4단계 자율주행과 5단계 자율주행이 구분돼 올랐다. 반면 3단계 이하의 자율주행기술은 ‘신기술’이라는 꼬리표를 뗐다. 

사라지는 유망 기술들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강화하는 증강휴먼(Augmented Human) 기술은 외골격 로봇(Exoskeleton)으로 변경돼 ‘하이퍼사이클’에 등재됐다. 외골격 로봇은 게나 곤충처럼 딱딱한 기계 안에 사람이 들어가는 구조다.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며 세계적 유명세를 타고 있는 ‘아이언맨’을 떠올리면 쉽다.

머신러닝의 일종인 강화 학습(Reinfor cement learning)도 올해 사이클에서 내려왔다. 아직 구체적인 사례가 부족하다는 게 이유로 꼽혔다. 그러면서도 가트너는 “사이클에서 빠졌다고 이 기술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기술 혁신에 따라 언제든 시장의 관심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밖에 상업용 드론, 머신러닝, VR 등이 빠졌다. “빠르게 성숙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기술들이란 얘기다. 올해 새롭게 사이클에 들어선 낯선 기술도 10년 뒤엔 못 볼 가능성이 높다. 10년 전에는 스마트폰도 낯선 존재였듯 말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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