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사업 성공하려면…

판교와 광교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2기 신도시는 실패한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의 주택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거다. 이유는 무엇일까. 입지 등이 열악한 데다 교통망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통망이 좋은 판교는 뜨고, 교통망이 신통치 않은 파주가 못 뜬 건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 발표된 3기 신도시가 성공하려면 ‘주ㆍ판(파주와 판교)’을 잘 튕겨봐야 하는 이유다. 더스쿠프(The SCOOP)가 3기 신도시 사업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을 살펴봤다. 
 

2기 신도시가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하지 못한 건 열악한 입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2기 신도시가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하지 못한 건 열악한 입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3기 신도시’다. 국토교통부가 9월 21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의 청사진이 담기면서 불씨가 타올랐다. 골자는 이렇다.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의 대규모 택지 4~5곳에 20만여호, 중소규모 택지에 6만5000여호의 주택을 2021년부터 순차적으로 공급하겠다.”

수도권 신도시 개발계획이 나온 건 2003년 2기 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된 지 15년 만이다. 1ㆍ2기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시켜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게 목표다. 그런데 시장 안팎에선 벌써부터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안일한 계획으로 개발한 신도시는 서울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기는커녕 멀쩡한 지역을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높은 데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나친 우려가 아니다. 2기 신도시의 경우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데 실패했다. 실제로 김포 한강, 파주 운정, 양주, 화성 동탄, 평택, 위례, 판교, 광교 등 2기 신도시 12곳 가운데 판교와 광교, 위례를  비롯한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수요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2기 신도시들 간에 시세 변화의 격차가 큰 것도 수요의 쏠림현상 때문이다. 일례로 KB부동산시세에 따르면 판교 신도시 백현동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3분기 3.3㎡(약 1평)당 2881만원에서 올 3분기 3607만원으로 25.2%가량 뛰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김포 한강 신도시 장기동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83만원에서 1016만원으로 3.4% 오르는 데 그쳤고, 양주 신도시 옥정동의 상승률은 3.5%였다. 옥정동은 지난 5월 이후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2기 신도시가 서울 주택수요를 흡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입지’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판교ㆍ위례ㆍ광교 등이 강세를 보이는 건 서울 생활권이 가능한 지역이기 때문인데, 이들 지역은 오히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반면 서울과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김포ㆍ파주ㆍ양주ㆍ화성 등은 수요자들의 선호도에서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리적 거리만 봐도 2기 신도시의 서울 접근성은 확연히 떨어진다. 1기 신도시와 서울의 평균 거리가 20~25㎞인 반면, 2기 신도시는 25~50㎞에 달한다. 물리적 거리가 멀다면 교통 편의성이라도 높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유정석 단국대(도시계획ㆍ부동산학) 교수는 “직주職住가 분리된 수요자들에겐 입지만큼이나 교통 인프라가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선 신도시를 개발할 때 교통 인프라 구축 문제가 입주 이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실수요자는 직장이 서울에 있는 사람들일 공산이 크다. 광역교통망이 확충되기 전까지 수요를 확보하기 힘든 이유다.”

부실한 자족기능도 입지 문제와 맞물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족기능이 부족하면 서울 출퇴근자 위주로 수요를 흡수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선 입지와 교통 인프라가 뒷받침 돼야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김포ㆍ파주ㆍ양주 등은 2기 신도시 중 자족기능이 좋지 않은 곳인데, 이들 지역은 입지와 교통망도 좋지 않다.

 

자족기능을 갖추고 있더라도 수급 균형이 맞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지역도 있다. 김은진 팀장은 “동탄은 서울 수요권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자족기능을 갖추고 있다”면서 “다만, 동탄1 신도시 물량 외에 2신도시 입주시기가 도래하고 있고, 화성ㆍ평택 등 경기남부권에 물량이 워낙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동안 공급 부담이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 첫 이슈로 돌아가보자. 그럼 3기 신도시는 이런 우려를 해소하고 정책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입지 선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수요의 형태가 처음 1기 신도시를 개발할 때와는 달라졌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유정석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자. “1기 신도시를 개발할 때는 주택의 절대량이 부족했던 시기다. 지금은 선호지역의 공급이 부족하다. 문제는 대다수가 원하는 지역(재건축 수요지역)은 규제에 막혀 공급을 늘리는 게 어렵다보니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에 신도시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거다. 이는 수급의 문제라기보다는 선호도의 미스매치에서 비롯되는 문제다.”

입지 선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택지 보상 문제가 걸린다. 신도시 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 토지가격이 올라 보상비 부담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아울러 주변 지역의 반대도 거셀 가능성이 높다. 미분양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공급이 늘면 집값이 떨어질 거란 우려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기 신도시 후보지 발표와 함께 교통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3기 신도시 후보지 발표와 함께 교통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사진=뉴시스]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피한다고 해도 지자체와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유 교수는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더 나은 입지를 위한 선택지로 최근 그린벨트 지역이 떠오르고 있는데, 이 경우엔 지자체와 부딪힐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광명시가 3기 신도시의 후보지로 떠오르자 광명시장이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은 광명시에 교통난을 안기고, 서울의 베드타운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3기 신도시를 둘러싼 우려가 쏟아지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3기 신도시 후보지를 발표할 때 교통 문제를 해소할 대책도 포함하겠다”고 말했다. 과연 신도시 개발정책을 둘러싼 회의적인 시각과 우려를 씻어낼 수 있을까. 시장의 반응은 아직 ‘글쎄올시다’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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