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 배송 서비스 지속가능할까

배송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날로 가팔라지면서다. 하지만 눈을 번뜩이게 할 만한 배송 서비스를 찾기는 어렵다. 좁은 국내시장에서 차별화를 얼마나 꾀하겠느냐는 생각에서다. 설사 획기적인 배송 서비스더라도 비용 탓에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진화하는 배송 서비스의 빛과 그림자를 취재했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한국판 아마존’을 표방하며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차별화를 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사진=연합뉴스]
국내 유통업체들이 ‘한국판 아마존’을 표방하며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차별화를 꾀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사진=연합뉴스]

배송 서비스가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즉시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배송 서비스는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마케팅 업체 워커샌드(Walkersand) 조사 결과(2018년)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을 하는 주요 요인으로 ‘익일 배송(40.0%ㆍ복수응답), 당일 배송(39.0%)’이 꼽혔다.

배송 서비스에 가장 공을 들이는 업체는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론칭하며 속도경쟁에 불을 지폈다. 로켓배송은 1만9800원 이상 구입시 자체 택배기사 ‘쿠팡맨’이 당일 배송한다. 로켓배송 가능 품목은 쿠팡이 직매입하는 상품 350만종이다. 자정까지 주문한 상품에 한해 다음날 받아볼 수 있다. 로켓배송 누적 이용건수는 도입 4년 만에 10억건(2018년 9월)을 넘어섰다.

10월부터는 배송비 부담을 덜어주는 회원제 서비스 ‘로켓와우’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월 4500원 유료 회원제로, 서울 서초구에 한해 가격 제한ㆍ횟수 제한 없이 로켓배송 상품을 무료배송한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을 자주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멤버십 서비스를 개발해 왔다”면서 “일반적인 유료 회원 서비스 이상의 혜택을 제공해 고객 로열티를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도 한번의 배송비로 여러 상품을 함께 포장해 발송하는 ‘스마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 동탄에 있는 스마일 배송 전용 물류센터에 입점해 있는 물건에 한해 고객 주문에 따라 한데 묶어 배송한다. 무료배송 상품이 포함된 경우에는 모든 상품이 무료로 배송된다. 소비자로선 배송비를 절약하고, 지마켓으로선 다양한 상품 구입을 유도할 수 있다.

또다른 이커머스 업체 티몬은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배송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티몬의 ‘슈퍼마트’는 직접 장보기 어렵거나, 상품을 직접 수령하기 힘든 바쁜 직장인을 타깃으로 했다.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무르기 쉬운 신선식품 등을 3만원 이상 구매시,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오전 7시~오후 10시)에 배송해 소비자가 직접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물류창고에서 직매입 상품 1만5000여종을 배송한다. 티몬 관계자는 “서울 전역과 과천ㆍ고양ㆍ구리 등 경기도 11개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지정시간 배송률이 93.0%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회원제 배송 서비스 도입한 쿠팡

이마트도 온라인 이마트몰에서 4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무료로 배송하는 ‘쓱배송’ 서비스를 강화했다. 예약 배송 가능 최초 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전 6시로 앞당겼다. 오전 시간대 배송 수요가 많다는 판단에서다. 영등포•용산지역에 한해 제공하는 ‘쓱배송 굿모닝’ 서비스는 4만원 이상 결제시 2000원의 배송료가 추가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강화해온 결과, 올해 1분기 온라인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4.6% 증가한 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와 접촉을 꺼리는 1인가구나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서비스도 있다. 롯데홈쇼핑은 ‘여성 안심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주거지 근처 무인 택배함을 통해 상품을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다. 무인 택배함으로 배송을 주문하고, 전송받은 인증번호를 택배함에 입력하면 상품을 48시간 내에 수령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송 서비스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온라인 쇼핑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송 서비스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서비스 도입 후 이용률이 50% 이상 증가했다”면서 “전국 21개 도시로 운영지역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품 가격이나 배송 단가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렵다”면서 “소비 트렌드에 따른 다양한 배송 서비스가 소비자의 구매를 유도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송 경쟁은 해외 유통시장에서도 활발하다. 가장 앞서간 건 미국의 이커머스 업체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연회비 119달러(약 13만6000원)를 지불하면, 미국 전역에 2일내 무료배송을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배송의 경우 5~8일이 소요된다. 미국 내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 중 75.0%(시장조사기관 알파와이즈ㆍ2017년)가 ‘무료 2일 배송 때문에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했다’고 답했을 만큼 서비스 지지도가 높다.

실제로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 수는 2013년 2800만명(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ㆍ6월 기준)에서 올해 9500만명으로 급증했다. 배송 서비스 차별화로 이베이ㆍ월마트 등 경쟁사를 앞지른 아마존은 미국 온라인 소매 시장 규모의 40%(2016년 기준)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한국판 아마존’을 표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좁은 국내시장에서 배송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마존의 경우, 기존 5~7일 이상 소요되던 미국의 배송 시스템을 2일 내 배송으로 획기적으로 줄였다”면서 “하지만 이미 당일ㆍ익일 배송이 보편화한 좁은 한국시장에선 배송 서비스로 차별화할 여지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드는 비용 대비 소비자가 체감하는 만족도가 미미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조사 결과(2016년)에 따르면 소비자의 70.0%가 ‘저렴한 문전 배송’을 선호했다. ‘즉시 배송(1~2시간 이내)’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2.0%, ‘정해진 시간 내 안심 배송’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5.0%에 그쳤다.

아직은 넘사벽 아마존

획기적인 배송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도 얼마나 지속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자체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쿠팡맨’을 도입한 쿠팡이 대표적이다. 2013년 설립한 쿠팡은 지난해 2조6846억원을 기록하며 덩치를 키웠다. 2014년 이후 총 14억 달러(약 1조5590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하지만 적자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2014년 1215억원이던 영업적자는 지난해 6889억원으로 급증했다. 쿠팡에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마존은 8년 동안 적자를 감수하며 경쟁자가 쫓아올 수 없는 물류시스템을 갖췄지만 쿠팡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는 거다. 이정희 중앙대(경영학) 교수는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제품을 수령할 만큼 배송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선 물류 방식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문제는 비용인데, 로켓배송을 도입한 쿠팡이 적자의 늪에 빠져있는 가운데, 리스크를 감수하고 뛰어들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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