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사람이 아니라 ‘어린 시민’입니다

아이들은 현재를 사는 ‘어린 시민’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들은 현재를 사는 ‘어린 시민’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게 잔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다 널 위해서야.” 어른들은 흔히 말한다.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아이가 가장 올바른 것처럼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주입한다. 아이들이 어리고 미숙하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묻혀있는 것이다.

신간 「어린 시민」을 펴낸 작가 아거는 “아이들이 미성숙하다는 담론은 그것을 내세워 아이들을 통제하려는 목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필자가 세 아이를 키우며 했던 말과 행동을 반성하고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기 위해 고민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와 사회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과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하는 말 사이에 숨겨진 억압의 문제도 지적한다.

“얼른 좀 일어나!” “학생의 본분은 공부잖아” “하지마, 그건 좀 곤란해”…. 어른들은 이런 표현들이 아이를 위해서,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하는 것이니 언제든 해도 된다고 여긴다. 어른들 말 잘 들으라는 말, 공부 못하면 저런 사람이 된다는 말, 능력을 결과로 증명하라는 말 등이 모두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그 안에 아이를 생각하는 진심이 분명 담겨 있을 것이고, 본인들이 살아오면서 세찬 현실을 경험했기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필자는 그런 말들이 정말 괜찮은지 질문한다. 어른들이 ‘교육과 보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억압하고 있으며, 이것이 지속되는 한 우리의 미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어른에게 말대답하면 안 된다’고 배운다. 필자는 민주주의는 다른 의견을 허용하는 체제라고 하며, 얼마든지 누군가를 말로 설득할 수 있고, 반대로 설득당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 역시 말대답하는 아이를 꾸짖지 않고 이제는 그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미성숙하다는 담론을 내세워 무조건적 통제를 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미래의 시민이라는 명분에 기대 현재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아동·청소년에게 시민의 권리를 돌려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현재를 사는 ‘어린 시민’이라는 인식이 분명해지고, ‘어른 시민’과 ‘어린 시민’이 동등한 자리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어린 시민’의 미래는 조금이나마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면 의외로 어떤 문제가 쉽게 풀린다”고 말했다. 그는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아침잠 문제를 아이와 대화로 쉽게 해결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부모라고 해서 항상 옳은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아이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아이를 나쁘게 하고 있었다며 반성한다.

이 책은 가정, 학교, 사회에서 어른들이 ‘널 위해서야’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무심코 했던 말들이 아이들을 진짜 시민으로 서지 못하게 하고 있음을 서술한다. 일기 검사, 두발 및 복장 제한, 체벌과 벌점, 청소년 노동 차별, 청소년의 투표권 제한 등의 이슈를 다룬다. 학부모, 교사뿐 아니라 일반 성인, 청소년 모두가 읽고 자신과 주변의 모습을 돌아보며 더 나은 관계를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세 가지 스토리

「병원에 안 가봐도 괜찮을까?」
이케타니 도시로 지음 | 아우름 펴냄


현대인들은 매일 바쁜 일상을 보낸다. 그러다보니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도 병원에 방문하기가 쉽지 않다. 때론 무심결에 증상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이 책은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우리 몸의 이상 증상들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러 케이스를 비교해 제시하면서도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제공한다.아울러 우리 몸이 작용하는 기본 원리도 익힐 수 있다.

「커피 세계사」
탄베 유키히로 지음 | 황소자리 펴냄


이 책에서 세계사 무대의 주인공은 커피다. 저자는 학교에서 배웠던 동서양 역사를 기반으로, 인류 문명사의 큰 줄기마다 나름의 역할을 해냈던 커피를 집중 조명한다. 유럽 식민지 개척시대에 도적질로 커피나무가 유럽에 전파되는 과정, 냉전시대에 커피 생산을 장려하던 미국의 전략 등 커피를 중심으로 한 세계사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스타벅스 이후 한국·일본이 이끄는 최신 커피 트렌드도 다룬다.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백영옥 지음 | 아르테 펴냄


책이나 영화, TV에서 우연히 본 글귀가 유독 가슴을 때릴 때가 있다. 자칭 ‘문장수집가’로 불리는 저자도 그랬다. 그는 독서와 자신의 일상 속에서 위안이 되는 문장들을 찾아내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은 마음을 흔드는 글귀를 찾기 위해 시와 소설, 산문집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담았다. 저자는 독자가이 책에 담긴 문장들을 읽으며 일상에서 위로를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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