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집값 안정기로 봐도 무방할까요?
지금을 집값 안정기로 봐도 무방할까요?
  • 고준영 기자
  • 호수 310
  • 승인 2018.10.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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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가격 전망

“1억원을 낮춰서 내놨는데도 안 팔린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소에서 들려온 얘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열 우려가 쏟아지던 서울 아파트 시장이 관망세로 접어들었다는 거다. 정부가 꺼내든 부동산 규제와 공급대책이 시장 분위기를 바꿔놓은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관망세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조정기’로 이어질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울 아파트 시장의 앞날을 내다봤다.
 

9ㆍ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집값의 가파른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사진=뉴시스]
9ㆍ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서울 집값의 가파른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사진=뉴시스]

뜨겁게 달아올랐던 서울 아파트 시장의 열기가 사그라들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주간 상승률이 지난 9월 3일 0.47%(전주 대비)로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8일엔 0.07%까지 떨어졌다. 

매도자가 주도하던 아파트 시장 분위기도 매수자 위주로 돌아섰다. KB국민은행의 매수우위지수(100보다 클수록 매수자가 많고, 작을수록 매도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를 보면, 지난 8일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96.9로 내려갔다. 두자릿수 아래로 떨어진 건 7월말 이후 11주만이다. 시장이 ‘매수자 위주’가 됐다는 건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서울 아파트 시장에 변화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감정원은 최근 아파트가격동향 통계를 발표하면서 “일부 개발ㆍ교통호재가 있는 지역과 가격 상승폭이 낮았던 저평가 지역에서 매매가격이 상승했지만 9ㆍ13 대책과 9ㆍ21 공급대책의 영향으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관망세로 접어들면서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부동산 시장의 수요가 위축되면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는 얘기다.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9ㆍ13 대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9ㆍ13 부동산 대책은 정부가 지난해 꺼내들었던 8ㆍ2 대책을 잇는 강력한 정책으로 꼽힌다. 9ㆍ13 대책의 주요 내용은 ▲종부세 강화 ▲주택담보대출ㆍ전세대출 제한 ▲임대사업자 세제 강화 ▲30만호 택지공급 등이다. 

 

이런 맥락에서 시장 안팎엔 “서울 아파트 시장이 하향 안정화(조정기)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그널은 숱하게 많다. 무엇보다 집값 상승곡선의 기울기가 완만해지고 있다. 시장 분위기도 매수자 우위로 전환됐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부동산 시장의 수요를 위축시킬 만한 변수들이 더 많다”면서 말을 이었다. “기준금리 인상 부담과 더불어 무주택 실수요자 청약 우대, 공공물량 확대 예고 등으로 인해 주택 수요가 대기 수요로 전환되고 있다. 시장이 다시 매도자 위주로 바뀌긴 어려워 보인다.”

부동산 시장의 하향 안정화를 부추기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 18일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은 11월에는 다른 스탠스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미국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부동산 수요자와 투자자의 심리를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물론 변수는 있다.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이 어느 정도 현실화하느냐다. 정부가 계획대로 주택물량을 시장에 공급하면 부동산 시장이 조정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문제는 정부의 대책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놓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고, 3기 신도시 후보지로 떠오르는 지자체와의 조율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이 과열된 건 ‘지금이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불안심리가 추격매수를 이끌었기 때문”이라면서 “주택입주까지 시차가 있긴 하지만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확실한 시그널을 주면 불안요소를 잠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다주택자들이 쥐고 있는 물량이 시장에 얼마나 풀릴 것이냐는 거다. 다주택자들의 매도 물량이 늘어나지 않는 한 가격이 떨어지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은 워낙 수요가 많은 시장이어서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강남 등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에서 가격을 내려서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착시효과에 불과하다. 그동안 과도하게 끼었던 거품을 조금 걷어낸 것일 뿐이라서다. 가령, 한달 전에 8억원에 거래된 아파트가 정상적으로는 8억2000만원에 나와야 했지만 시장이 과열되면서 9억원을 호가했다. 지금의 상황은 여전히 9억원을 호가하는 가운데 급하게 팔려는 사람들이 8억2000만~8억5000만원에 내놓고 있는 것이다.”

 

매도 물량에 따라 가격 조정폭이 좌우될 거라는 건데, 문제는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다주택자들이 물량을 얼마나 풀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김 연구실장은 “양도세 부담 탓에 퇴로마저 막힌 상황이라 다주택자들이 내놓을 물량은 풍부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2년 이상 장기거주자가 이사하는 경우나 물량이 나올 수 있는데, 그때에도 저가로 내놓진 않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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