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자영업자 부부의 재무설계 下

여기 돈을 모으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안전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윤이 낮은 저축과 리스크가 있지만 수익률도 높은 펀드다. 중요한 건 어떤 방식이 자신의 상황에 합하는지를 파악하는 거다. 가령, 말 많고 탈 많은 변액연금보험도 각자의 상황에 맞춰보면 좋은 노후대비책이 될 수 있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한씨 부부의 재무설계를 도왔다. ‘실전재테크 Lab’ 17편 마지막 이야기다.

자신의 재무 이벤트가 멀지 않았다면 저축보다 투자가 더 유리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신의 재무 이벤트가 멀지 않았다면 저축보다 투자가 더 유리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5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청과물도매사업을 시작했던 박상현(47·가명)씨.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남부럽지 않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월 800만원). 아내 한미라(47·가명)씨가 지난해 건강상의 이유로 피아노 학원 강사를 그만뒀지만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도 부부는 매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46만원 적자). 부동산 재테크를 한답시고 빌렸던 대출금의 상환(월 166만원)과 각종 보험료(194만원)에 적지 않은 금액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2차 재무상담에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 그 결과, 부부의 월 지출은 926만원에서 677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부부가 상담에서 세웠던 재무목표는 부동산 대출상환(5억2300만여원), 자녀 교육비 마련(3000만원), 노후준비다. 부동산 대출금만 해도 규모가 상당하다. 부부는 대출금 상환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싶어 했다. 하지만 부부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재무 이벤트는 너무 많았다. 따라서 상환 금액은 늘리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제 남은 건 자녀 교육비와 노후준비다. 두 목표를 달성하려면 부부에게 어떤 재무솔루션이 필요할까. 먼저 부부의 현재 상황을 다시 점검해보자. 박씨와 한씨의 나이는 곧 50대에 접어든다. 다시 말하면 은퇴 이후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부부는 부동산 재테크로 노후를 준비하려 했다. 급매로 나왔던 해운대 오피스텔(시세 2억4000만원)을 구매해 세를 놓은 것도, 남편의 가게를 좀 더 목이 좋은 곳으로 옮긴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오피스텔 임대료(월 80만원)만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게다가 임대사업은 변수가 상당히 많은 업종이다. 임차인의 경제 상황에 따라 임대료 수입이 늦어지거나 중단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뿐만이 아니다. 건물·시설물은 주기적으로 유지·보수를 해야 한다. 세입자도 관리해야 하지만 관리자를 두기엔 부부의 임대 수입이 그리 많지 않다. 부부는 부동산 외의 노후 준비가 절실했다.

특이한 점은 이 부부가 저축을 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부동산 대출금을 갚는 데 잉여자금을 집중한 탓으로 보였다. 2차 상담에서 많은 잉여자금(203만원)을 확보한 만큼 이제 저축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가장 먼저 두 중학생 아들의 교육비(월 100만원)를 설계했다. 부부는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무럭무럭 자라는 자녀들의 사교육비와 대학교 등록금을 빨리 마련하고 싶어 했다. 이를 위해 월 70만원 정기 적금(3년 만기)에 가입했다.

금리가 오른 결과인지 최근 이자율 4%대(기본 3.2%에 우대금리 0.8%)의 상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부부도 우대금리 혜택을 받아 최고 이윤을 받았다. 돈을 되찾는 시점은 고등학교 3학년으로 맞췄다. 적립식 펀드에도 가입했다(50만원). 저축기간이 짧으니 좀 더 이윤을 높이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다. 투자방법은 분산투자를 택했다. 정기예금보다 높은 배당을 주는 고배당 펀드에 35.0%, 주가지수에 투자해 위험부담이 다소 낮은 인덱스 펀드에 40.0%, 리스크가 있지만 수익률이 높은 해외펀드에 25.0% 비중을 뒀다.

연금이 보장되는 금융상품(변액연금보험 월 50만원)도 추천했다. 가입시기가 늦은 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비과세 등 세금 혜택도 감안했다. 필자가 추천한 변액연금보험은 여러 종류의 펀드로 묶여 있는 상품이다. 펀드간의 자금 이동이 언제든 가능하고, 중도인출도 할 수 있다(수수료 없음). 비과세는 덤이다. 남들보다 준비 시간이 짧은 부부에게 일반적인 노후준비 상품은 충분하지 않다. 다소 리스크가 있더라도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부부는 비상자금을 한푼도 모으지 않았다. 비상금은 재무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돈이 급하게 필요할 경우 비상금이 없다면 신용카드를 쓰거나 금융상품을 해지해야 하는데, 그럴수록 재무목표에서 한걸음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부부가 월 30만원의 비상금통장(CMA)에 가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단 4개월간 상황을 지켜본 뒤 여유자금이 생기면 비상자금에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비상금은 향후 특별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면 연금보험의 자금으로도 일부 활용할 예정이다.

필자는 부부에게 목적별로 통장을 만들라는 조언도 건넸다. 자영업자가 흔히 간과하는 문제는 매장과 가정의 소득·지출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통장 하나로 모든 자금의 유입·유출을 관리하면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사업자 통장과 가정용 통장을 따로 만들고, 매출의 일정 부분을 소득으로 잡고 가정용 통장에 이체하면 지출내역이 섞일 일이 없다.

가능하다면 가정용 통장도 정기 지출·비정기 지출·금융상품 등 목적별로 만드는 게 좋다. 통장별로 월 예산을 책정해 미리 이체해 두면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하는 걸 사전에 막을 수 있다. 46만원 적자였던 부부의 재무환경은 세차례 상담으로 크게 변화했다. 부부는 대출상환·자녀 교육비·노후 준비 등 다양한 재무 이벤트를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이제 남은 건 새로운 지출계획을 얼마나 성실하게 지키느냐다. 넉넉하게 살아왔던 이들 가족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재무설계의 전제는 ‘장기플랜’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조금씩 소비습관을 고쳐나가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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