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과 패러디의 미묘한 차이

‘Nice’와 ‘Just Buy it’. 어딘가 낯설면서도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 스포츠 브랜드 Nike와 Nike의 슬로건 ‘Just Do it’의 패러디다. 패러디는 짝퉁과 다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담겨 있어 소비자들에겐 즐거움을, 기업에는 홍보 기회를 준다. 그렇다면 패러디와 짝퉁의 차이는 무엇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학을 분석해보자.  

짝퉁은 그저 베끼는데 그치지만 패러디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변형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짝퉁은 그저 베끼는데 그치지만 패러디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해 변형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한때 우리나라는 짝퉁 브랜드로 유명세를 치른 적이 있다. 샤넬이나 루이비통 같은 유명 브랜드의 디자인과 로고를 진짜와 비슷하게 흉내 낸 짝퉁 브랜드가 서울의 대형 전통시장 노점에 판을 쳤다. 짝퉁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짝퉁 브랜드를 들고 다니는 것이 소비자로서의 자부심과 진실성에 흠집을 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어 소비는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다. 

짝퉁과 비슷하지만 다른 개념으로 ‘패러디’가 있다. 패러디는 원작을 표절하거나 단순하게 카피하는 것이 아니다. 원작의 성격과 패러디 작품의 성격을 모두 갖는다는 게 패러디의 의의다. 브랜드에도 패러디가 있는데, 유명 브랜드를 약간 변형하거나 일부를 카피해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디자인은 물론 로고나 슬로건도 패러디의 대상이 된다. 패러디 브랜드의 목적은 크게 세가지다. 

첫번째 목적은 유명 브랜드를 좋아하는 소비자의 호감도를 이용해 상업적 이익을 얻는 것이다. 베트멍(Vetements)이라는 프랑스 유명 패션 브랜드가 있다. 이 브랜드를 패러디한 베트밈(Vetemes)은 오리지널 브랜드와 거의 흡사한 제품을 만들어 훨씬 싼 가격으로 팔았다. 베트밈은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하이엔드 패션’을 표방하는 동시에 베트멍과 비슷한 브랜드명을 사용해 품질의 우수성을 표현했다.

패러디 브랜드의 두번째 목적은 기득권을 향한 냉소와 저항이다. 이들 브랜드는 오리지널이 아님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권위를 가진 기존 브랜드를 놀림감으로 만든다. Nike를 Nice로 바꾸고, Puma를 Dama로, Starbucks를 Ctarbucks로 바꾸는 것 등이 그 예다.

패러디 브랜드의 세번째 목적은 패러디를 통해 기발하고 창의적인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즐기는 것이다. ‘Just Do it’이라는 Nike 슬로건을 그림과 더불어 ‘Just Buy it’ ‘Just Eat it’ ‘Just Touch it’으로 패러디한 옷을 입는 것은 소비자에게 놀이이자 새로움이다. 

특히 세번째 유형은 브랜드 업체 입장에선 환영할 만하다. 자사의 브랜드나 로고, 슬로건이 다양한 패러디에 이용되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고 소비자들의 호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전문적이고 엄격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하는 은행이나 카드사ㆍ병원ㆍ건설사 등의 브랜드라면 더 그렇다.

단, 짝퉁과의 경계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법률적으로 베끼거나 모방한 내용이나 디자인 때문에 소비자가 브랜드를 오인하거나 혼동할 여지가 있으면 짝퉁, 그렇지 않으면 패러디로 구분하지만 현실적으론 그 구분이 쉽지 않다. 샤넬이나 루이비통 같은 유명 브랜드들이 오랫동안 짝퉁 때문에 문제를 겪고 있지만 아직도 완전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개인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시대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싶다면 일단 좋은 제품을 만들고 핵심 혜택을 분명하게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소비자들이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면 소비자 스스로 패러디를 통해 기업과 브랜드를 홍보해줄 것이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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