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정책매장 부진한 이유

정부가 우수 중소기업의 판로를 열어주겠다며 주도적으로 중소기업제품 전용 판매장(정책매장 아임쇼핑)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어째 갈수록 매장도, 매출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중소기업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소극적이다 보니 소비자의 발길을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매장, 과연 정책은 있는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중소기업 정책매장이 부진한 이유를 취재했다. 

중소기업 정책매장인 아임쇼핑이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중소기업 정책매장인 아임쇼핑이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락앤락은 어디 있어요?” “고객님. 여긴 중소기업 제품들만 판매합니다.”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행복한백화점 4층에서 고객과 점원이 나눈 대화다. 밀폐용기를 사려는 고객에게 점원이 다른 제품을 안내했지만 고객은 제품 몇개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다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이 백화점 4층은 중소기업 제품만 판매하는 정책매장 ‘아임쇼핑’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가 우수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2015년 9월 오픈한 중소기업 전용 판매장이다. 하지만 취지와 다르게 아임쇼핑 매장은 점점 하락세다. 2016년 47억원이던 매출이 2017년 44억원으로 조금 줄어든 행복한백화점의 아임쇼핑은 그나마 양반이다. 중소기업을 위해 전국에 마련된 ‘아임쇼핑’은 매장 수도, 매출도 모두 줄어들고 있다.[※참고: 아임쇼핑은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만든 ‘정책매장’이다. 목동 행복한백화점, 면세점,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입점해 있다.] 

이용주(민주평화당)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0개까지 늘었던 아임쇼핑 매장은 지난해 7개 매장이 문을 닫으며 13개로 줄었다. 현재(2018년 8월 기준)는 거기서 1개 더 줄어 12개만 남았다. 당연히 매출도 감소했다. 2016년 133억원을 기록했던 전체 아임쇼핑 매출은 지난해 107억원까지 줄어들었다.

 

면세점에 입점한 아임쇼핑 상황을 보자. 2015년 12월 문을 연 갤러리아 면세점의 아임쇼핑이 2016년 매출 4억4000만원을 올리며 기세를 떨쳤지만 고작 1년 후 매출이 2억24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2016년 3월에 입점한 신세계센텀의 아임쇼핑 매장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첫해 3억16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지만 2017년엔 1억4000만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워커힐 면세점에 입점한 아임쇼핑 매장은 부진한 매출 탓에 오픈 1년 만에 폐점했다. 매장을 오픈한 2015년 2억4200만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16년 1~5월엔 매출이 2700만원에 그치면서 페점을 피하지 못했다. HDC신라면세점의 아임쇼핑 매장도 2016년 2억3500만원의 매출을 올린 후 1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문 닫는 정책매장들 

고속도로 휴게소 4곳(화성ㆍ경주ㆍ칠곡ㆍ금산)의 아임쇼핑 중 현재 남은 것도 화성휴게소 하나뿐이다. 나머진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다 폐점했다. 왜일까. 정부가 주도적으로 중소기업들을 돕겠다고 나선 정책매장인 아임쇼핑은 왜 이토록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드는 걸까.

이용주 의원은 “중기부가 무엇이 문제인 줄 알면서도 뒷짐만 지고 방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이 지적한 ‘문제’는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으로 오프라인 매장 전체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데, 정부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시적인 온라인 상품기획전 지원에 그치지 말고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 정책매장인 아임쇼핑이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중소기업 정책매장인 아임쇼핑이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물론 이것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아임쇼핑으로 대표되는 정책매장에 ‘정책’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아임쇼핑 매장 대부분은 입지 환경이 신통치 않다. 목동 행복한백화점은 백화점 특성상 4층 전층을 정책매장(아임쇼핑)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민간 백화점에 입점한 정책매장은 구석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의 아임쇼핑을 예로 들어보자. B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아임쇼핑 매장은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인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예산을 이유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민간기업은 임대료가 비싸서 좋은 입지 환경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예산이 한정돼 있어 지속적으로 매장 리뉴얼을 하기 힘든 것도 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최초 매장을 구성하는 비용은 지원하지만 리뉴얼 등의 비용은 매장 자체 수익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수익이 뜻대로 발생하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일반 매장과의 차별성을 두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비용 없이 추진하는 덴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뾰족한 답 없는 정부

정책매장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문제도 있다. 바로 브랜드 인지도다. 목동 행복한백화점 4층에서 만난 장영순(가명ㆍ67)씨는 “동네 주민이라 운동하러 나왔다가 잠깐 구경하러 들렀다”면서도 “구경은 하러 오는데 막상 구입하려면 망설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장씨는 “브랜드 인지도와 애매한 가격대”라고 꼬집었다. “그래도 브랜드 인지도가 좀 있어야 믿고 살 수 있는데 여기 제품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약하다보니 자꾸 주저하게 되더라. 가격도 좀 애매하다. 남대문시장에 가면 비슷한 제품들이 있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또 싼 편도 아니다.”

 

이는 매장에서 근무하는 점원들도 느끼는 고충이다. 패션잡화를 판매하는 점원은 “간혹 알려진 브랜드 제품들을 찾는 손님이 있는데 그럴 땐 근처 현대백화점으로 가시면 있을 거라고 안내해드린다”고 말했다. “이곳 고객들 대부분은 중소기업 제품 전용매장인 걸 알고 오시는 40대 이상 단골고객들이다.” 이 말을 역으로 돌려보면 중소기업 제품을 알리고 신규고객을 끌어들이는 마케팅 정책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라리 오프라인 매장을 없애고 온라인에 집중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그나마 있는 정책매장들도 매출 부진에 허덕이다 머잖아 사라질 거라는 거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불리한 입지 환경, 마케팅 부족 등으로 정책매장인 아임쇼핑의 매출이 부진한 걸 알면서도 내놓는다는 개선책이라곤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로의 전환, 투입한 예산 대비 성과가 부진한 매장을 지속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것뿐이다.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출발한 ‘정책매장’의 정책이 결국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축소하고 있는 셈이다. 심각한 아이러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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