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남주하 서강대 교수의 금리단층 해소법

정부가 중금리 대출의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지만 개선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유명무실해진 중금리 대출시장 탓에 어쩔 수 없이 고금리로 내몰리는 중신용·중소득의 서민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남주하 서강대(경제학) 교수는 “중금리 대출시장을 키우기 위해선 획기적인 자극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금리 대출 시장을 흔들 ‘메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남주하 교수에게 금리단층 해소전략을 물어봤다.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공급부족을 중금리 대출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절대적인 공급부족을 중금리 대출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사진=연합뉴스]

✚ 금리단층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금리 시장은 없다. 이는 저축은행·카드사·캐피탈 등 서민금융회사들이 중신용자의 신용위험에 비해 과도한 대출금리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그 부작용으로 중금리대출이 사라지는 금리단층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정부는 나름 중금리 대출 확대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확산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중금리 대출을 늘리라는 정부의 설득만으론 고금리 대출에 익숙해져 있는 금융회사가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중금리 대출을 늘리는 시늉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금리 대출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해 실질적인 편익이 금융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얘긴가.
“정부가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최근에는 개선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양적인 면에서 부족하고 질적인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있다. 정책금융으로 금리단층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적 확대와 함께 대상을 특정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금융은 대상을 넓히는 쪽으로만 가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정책금융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선 대상의 기준을 신용등급 7등급 이하, 연소득 2000만원 이하 등으로 좁혀야 한다. 진짜 돈이 없는 저신용·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 서민금융전담은행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중금리 대출시장의 공급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수십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서민금융전담은행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시장의 반발도 심해 쉽지 않다. 문제는 금리단층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양적으로 충분하고 획기적인 자극이 필요하다.”

✚ 어떤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우체국예금보험을 활용하는 방안을 살펴봐야 한다. 우체국은 예금기능만 있고 대출은 없다. 지난해 기준 70조원에 이르는 예금을 국공채 매입 위주로 운용하는 탓에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대에 이바지하고 있지도 않다. 70조원의 예금 중 30%에 해당하는 20조원가량을 중금리 대출시장에 활용하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관련법을 만들면 관리·감독도 가능하다.”

✚ 우체국예금보험을 활용하면 어느 정도 금리 수준의 대출이 가능한가.
“3~7등급 중·저신용자에게 비교적 낮은 4~13% 금리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높일 수 있는 금융소비자의 편익은 약 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아울러 중금리 대출시장의 경쟁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 대출금리를 4~13%로 설정한 근거는 무엇인가.
“우체국의 조달 및 업무원가는 물론 신용등급별 불량률·시중은행의 평균 순이자마진(NIM) 등 공급자의 이익까지 포함해 계산한 결과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 우체국예금보험을 차치하고라도 중금리 대출시스템을 개선할 점은 수두룩하다.
“그렇다. 무엇보다 대출시장을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개선해야 한다. 돈 빌릴 때가 없는 서민은 고금리를 적용받아도 항의하기 어렵다. 신용등급체계를 점수화하는 등 세밀하게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 신용정보가 더 다양해지고 세분화돼 신용점수에 따른 리스크가 명확해진다면 돈을 빌리는 사람도 신용점수에 맞는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당장 공급자 중심의 시장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조금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