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하게 치장된 ‘공중누각’ 수소경제의 한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정부의 혁신성장 밑그림이 나왔다. 데이터경제, 인공지능(AI), 수소경제 등을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거다. 이중에서 수소경제가 선정된 걸 두고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이 있다. 수소가 인류가 사용할 궁극의 연료로 각광받는 건 사실이지만, 현재 시점에선 실체가 분명하지 않아서다. 요란하게 치장됐지만 수소경제는 아직 ‘공중누각空中樓閣’에 불과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수소경제의 자화상을 그려봤다. 

정부의 혁신성장의 3대 전략으로 미래 전망이 뚜렷하지 않은 수소경제를 꼽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혁신성장의 3대 전략으로 미래 전망이 뚜렷하지 않은 수소경제를 꼽았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득주도 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3대축이다. 이들이 쳇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J노믹스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셋 중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표되는 소득주도 성장만 도드라졌다. 기업들은 “혁신성장이 구호만 남은 게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경제 활력을 북돋우겠다는 혁신성장의 성과는 찾기 어려웠다.

여론의 풍파를 맞자 J노믹스는 혁신성장을 당면 과제로 삼고 밑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정작 올해 고용지표가 신통치 않은 영향도 컸다. 그리고 올해 8월, 혁신성장의 3대 전략투자 분야가 선정됐다. 이 분야에만 2019년 5조원을 투입해 혁신성장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주인공은 데이터경제, 인공지능(AI), 수소경제다.

데이터경제는 데이터를 공유ㆍ유통하고 활용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산업구조다. 이 분야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는 구글ㆍ아마존ㆍ텐센트ㆍ페이스북ㆍ알리바바 등이 증명했다. 빅데이터ㆍ클라우드ㆍ블록체인 등 관련 기술의 시장 전망도 밝다. AI는 두말할 것도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요체로 통한다.

혁신성장 3대축에 이름을 올린 수소경제의 다른 이름은 ‘에너지혁명’이다.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원소인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쓰자는 전략이다. 고갈 우려도 없고, 연소를 시켜도 산소와 결합해 다시 물로 변하기 때문에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는다. 꿈의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왜 하필 수소경제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있는 데이터경제와 AI와 달리, 수소경제의 청사진은 아직까지 모호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소 연구원의 설명을 들어보자.

“수소경제가 허황된 수사修辭만은 아니다. 생태계만 갖춰진다면 에너지혁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시장 우위를 점령하기 위한 각국 경쟁이 치열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 여부를 자신 있게 장담하긴 어렵다. 현재 축적 기술 수준으로 볼 때는 의문점이 많다. 성과도 없기 때문에 방향을 잡는 것도 어렵다. 수소경제의 장점만 부각할 때가 아니다. 냉정하고 차분한 접근이 필요하다.”

실제로 수소경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숱하다. 수소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어야 하고 값싸게 저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먼 이야기다. 친환경 에너지원의 위상을 둘러싼 논란도 많다. 수소가 궁극적인 친환경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선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뽑아내야 한다. 하지만 이 기술은 경제성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는 석유화학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나 액화프로판가스(LPG)를 깨서 수소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모순점을 안고 있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건 맞지만, 내실 있는 장기연구와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거다. 당장 수소경제의 첨병으로 불리는 수소차를 우선순위로 두고 개발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 한곳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막대한 관심은 긍정적이지만,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해 외면 받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은 있다”면서 투자의 연속성을 걱정했다.

정부는 혁신성장 3대 전략 기술 선정 기준을 ‘지금 바로 투자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되거나 도태될 우려가 있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전망한 ‘자동차 4~5대 중 한대는 수소를 연료로 달리는 시대’의 도래 시점은 2050년이다. 아직 32년이나 남았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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