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특약(23) 커피와 블록체인의 만남

커피 한 모금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은 숱하게 많다. 하지만 이중에서 커피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커피는 대표적인 노동 착취 상품이다. 아침마다 기쁨을 주는 커피가 노동력을 착취당한 아동과 농민, 농장주의 배만 불린 현실 등에 숨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업계가 도입하는 기술이 있다. 블록체인이다. 더스쿠프(The SCOOP)와 한국IBM이 커피와 블록체인의 만남을 살펴봤다. 

커피의 이면에는 저임금 노동에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눈물이 스며들어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커피의 이면에는 저임금 노동에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의 눈물이 스며들어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512잔. 지난해 대한민국 국민 1인당 마신 커피의 양이다. 우리나라는 커피 소비량 글로벌 6위의 ‘커피공화국’이다. 길에는 수없이 많은 카페가 둥지를 틀고 있고, 편의점 매대는 커피 음료가 점령하고 있다. 수많은 직장인들이 아침에 눈을 뜨고 제일 먼저 찾는 것도 커피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이 커피가 어디서 온 제품인지 잘 알지 못한다. 제품 겉면에 ‘아라비카 100%’라고 적혀있지만, 이는 원산지를 표기한 게 아니다. 아라비카는 커피 품종을 뜻한다. 에티오피아 남동 고산지대에서 주로 생산되지만 브라질ㆍ콜롬비아ㆍ멕시코 등 남아메리카 지역에서도 나오기도 한다. 결국 ‘아라비카 100%’는 우리가 신는 구두가 ‘브라질 어딘가에 있는 소의 가죽으로 만든 것’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커피는 노동 착취의 산물

 “커피가 맛만 있으면 됐지 원산지가 뭐가 중요한가”라고 따져 묻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는 커피가 누군가에겐 ‘착취의 열매’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커피는 국제 무역시장에서 석유 다음으로 많은 양이 거래되는 품목이다.

문제는 유통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는 점. 수많은 다국적 기업과 중간상인을 거친다. 이중에서 커피 재배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소비자 가격의 1%도 되지 않는다. 헐값에 산 커피 원두를 높은 가격에 팔아 폭리를 취하는 탓이다. 이는 우리가 지불하는 커피값이 밥 한끼와 맞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노동자들이 ‘코요테’라고 부르는 중간거래업자들은 가난한 농부들에게서 시장 가격의 반도 안 되는, 때로는 생산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원두를 사간다.

더구나 이런 커피농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노동자는 아동들이다. 이들은 종일 땡볕 아래서 저임금과 노동력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 작업 현장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휴일 없는 농장도 흔하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제도가 ‘공정무역커피’다. 공정무역커피는 친환경 공법으로 제작한 제품을 제값을 주고 사는 방식이다. 아동 노동력을 착취해 만든 제품은 거래하지 않는다. 세계 공정무역 인증기구는 2002년부터 조건을 충족한 제품에 인증 공정무역 로고를 붙여준다. 생산자의 일자리 기회를 창출하고,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보장하고, 어린이 노동으로 수확한 원료를 쓰지 않는다는 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중간거래상, 수출업자, 수입업자, 커피콩 가공회사, 소매업자 등으로 복잡하게 형성돼 모든 원두의 출처를 일일이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커피 유통과정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아동착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커피 유통과정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아동착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커피업계는 최근 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냈다. 커피가 어떤 환경에서 생산되고, 어떤 유통 과정을 거쳐 매장까지 들어오는지 실시간으로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 덕이다. 생산과 유통 전 과정에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면서다. 공공거래 장부라고도 불리는 이 기술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의 컴퓨터에 거래 내역을 남겨 가장 안전한 보안 기술로 꼽힌다.

방법은 이렇다. 우선 커피 원두 포장지나 운송 용기에 무선인식(RFID) 태그를 부착한다. 여기엔 원두의 종류, 가공 방법, 등급 등의 기본 정보가 담긴다. 이뿐만이 아니다. 커피 농장 노동자들의 계약서도 새겨진다. 월급 조건과 근무 시간, 생산량, 계약 기간 등이 담긴 계약서다.

이런 자료는 유통과정을 거치는 모든 PC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블록체인은 중앙 서버가 아닌 네트워크상에 있는 모든 컴퓨터에 같은 복사본을 만들어 저장하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 참여한 누구나 이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

기존엔 이런 정보를 문서로 남겨뒀다. 노동 착취를 하는 농장주들은 단속이 나올 때마다 관련 자료를 흔적 없이 지우곤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이런 꼼수가 불가능하다. 수많은 유통 관계자들이 가진 복사본을 한꺼번에 조작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부당한 착취 막는 블록체인

최근 상당수의 커피 농민들이 유통과정에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차별화된 커피 원두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데이터를 정확히 검증할 수 있다면, 소비자 역시 안심하고 죄책감 없이 커피를 소비할 수 있게 된다. 땀 흘려 일해도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삶도 개선된다. 블록체인의 놀라운 힘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도움말 | 마지혜 한국IBM 소셜 담당자 blog.naver.com/ibm_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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