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뱀파이어, 뻔하지 않은 변주곡

뮤지컬 배니싱의 장면들.[사진=네오프로덕션 제공]
뮤지컬 배니싱의 장면들.[사진=네오프로덕션 제공]

뱀파이어는 극의 소재로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늙지도, 죽지도 않고 인간의 피를 빨아먹어야 하는 존재. 그래서 뱀파이어와 인간의 만남은 여러 장르에서 변주된다. 창작 뮤지컬 ‘배니싱’은 뱀파이어와 인간이 서로 다른 존재임을 인정해 가는 이야기다.

‘배니싱(vanishing)’은 ‘사라지는’이란 의미다. 사라지지 않는, 사라지고 있는, 사라지기 두려운 인물들이 서로 얽히면서 영원과 소멸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1925년 경성을 배경으로 의학도 ‘의신’과 ‘명렬’이 뱀파이어 ‘케이’와 우연히 만나면서 영원의 삶과 순간의 삶에서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배니싱’은 한국 콘텐츠진흥원 콘텐츠 청년창작지원사업 선정작이다. 2016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인 뒤 지난해 11월 정식 공연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초연 창작진과 배우들이 전원 참여하고 새로운 캐스트들이 합류해 캐스팅 공개 당시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배니싱’은 사라지지 않는 뱀파이어 ‘케이’와 사라지고 있는 의학도 ‘의신’ 그리고 사라지기를 두려워하는 ‘명렬’ 세사람의 이야기다. 케이는 염세적이고 이기적이지만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도 가지고 있다.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 같은 의신과 만남이 이어지자 ‘나와 같은 사람이 있으면 외로움이 없어지리라’는 기대를 갖기 시작한다.

의신은 이성적이고 머리가 좋으며 공부밖에 모른다. 의학도로서 사람을 전부 이해하고 싶어 하며 아픈 사람을 구하고 생명의 신비를 풀겠다는 이상을 품고 산다. 케이를 만나 관심을 갖고 연구하다 케이에 의해 뱀파이어가 된다.

명렬은 성공지향적이다. 의신의 고향 동생으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다. 의신과 친형제처럼 지내며 의신을 존경해왔고 그처럼 멋진 의사가 되기 위해 경성의전에 입학했다. 나중엔 의신에 대해 질투와 동경의 혼합된 감정을 갖게 된다. 각기 다른 성격의 인물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지키고자 하며 한편으로는 실망하고 배신한다. 슬프고 아름다운 극의 결말은 관객들에게 긴 여운으로 다가온다.

‘배니싱’은 배우들의 환상적 조합과 열연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의신 역에는 김도현ㆍ에녹과 함께 2016년 트라이아웃 공연 당시 의신으로 열연했던 정민이 무대에 오른다. 뱀파이어 케이 역은 이주광ㆍ주민진ㆍ김종구가 맡았고, 명렬 역에는 이용규ㆍ기세중ㆍ유승현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11월 25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