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장 철수의 의미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의 중국꿈이 깨졌다. 중국 진출 2년 만에 오프라인 매장을 폐점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패션부문·옛 제일모직)은 “에잇세컨즈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면서 장밋빛 전망을 내비쳤지만 에잇세컨즈의 상황은 신통치 않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중국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한 에잇세컨즈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에잇세컨즈의 중국 법인이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에잇세컨즈의 중국 법인이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국내 1위 패션기업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중국시장에서 쓴잔을 마셨다. 2016년 9월 상하이上海 패션중심지 화이하이루淮海路에 3630㎡(약 1100평) 규모로 문을 연 에잇세컨즈 플래그십 스토어가 중국 진출 2년여만인 지난 7월 폐점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 여파가 컸다”면서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전략을 수정한 것이지 사업 철수는 아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2012년 브랜드 론칭 때부터 중국시장을 겨냥한 에잇세컨즈로선 오프라인 매장 철수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실제로 ‘8초 안에 고객을 만족시킨다’는 의미를 가진 에잇세컨즈의 네이밍은 중국인이 선호하는 숫자 ‘8’을 활용한 것이다. BI를 붉은색으로 만든 것도 중국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

중국 진출 작업도 ‘돌다리를 두드려가듯’ 준비했다. 애초 2015년을 디데이로 삼았지만 1년 후로 미룬 것은 대표적 사례다. 중국 내에서 패셔니스타로 인기가 높은 지드래곤과 콜라보레이션을 꾀하고,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많이 찾는 명동에 대형 매장(명동 2호점)을 연 것도 중국사업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에잇세컨즈 중국 현지 법인의 실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에잇세컨즈 상하이ㆍ에잇세컨즈 상하이 트레이딩은 지난해 각각 -46억6200만원, -73억5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유아동 전문 이커머스 업체 ㈜키우다 이현학 대표는 “중국 SPA시장은 글로벌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데다, 1~2년 전부터 중국 로컬 브랜드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중국인들이 더 이상 한국 브랜드라는 이유로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에잇세컨즈의 국내사업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2004년 유니클로, 20 09년 자라에 이어 SPA시장에 뛰어든 에잇세컨즈는 ‘자라보다 30%가량 저렴하고, 유니클로보다 트렌디한 제품’을 추구했다. 하지만 연간 매출액이 1800억원가량인 에잇세컨즈가 유니클로(에프알엘코리아ㆍ2017년 매출액 1조2376억원), 자라(자라리테일코리아ㆍ2017년 매출액 3550억원)를 쫓아가기엔 갈길이 너무 멀다.

소비자 선호도 역시 신통치 않다.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2018년)에 따르면 47. 8%를 지지를 받은 유니클로가 구입 의향이 있는 SPA 브랜드 1위에 올랐고, 29.4%를 얻은 자라는 2위를 차지했다. 반면 에잇세컨즈는 이보다 훌쩍 뒤처진 6위(13.8%)에 머물렀다. 국내 SPA시장이 레드오션에 접어들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조정윤 세종대(패션비즈니스학) 교수는 “SPA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면서 “유니클로마저 최근 세컨브랜드 GU를 론칭했을 만큼 강력하고 새로운 전략이 없으면 생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9월 기준 에잇세컨즈의 매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0 % 증가하고, 영업적자가 120억원 감소했다”면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면서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에잇세컨즈 주변엔 장미보단 ‘먹구름’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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