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우리는 초협력적인 존재가 됐는가

서로 협력하는 사회가 강한 국가를 만들고 번영하는 경제를 이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로 협력하는 사회가 강한 국가를 만들고 번영하는 경제를 이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삶을 개선하려면 실패한 국가와 실패한 경제를 바로잡고 다시 시작할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인류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피터 터친은 ‘협력’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는 사회가 강한 국가를 만들고 번영하는 경제를 이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협력하는 능력을 발전시켰을까. 수십명으로 구성된 수렵채집사회로부터 수백만 혹은 수천만명이 집단을 이루는 현대사회까지, 인간은 어떤 진화 과정을 겪어 왔을까. 피터 터친의 「초협력사회」는 큰 무리를 지어 낯선 사람들과 협력할 줄 아는 초사회성(ultrasociality)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밝혀냄으로써 인간사회의 역사를 조명한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전쟁과 협력’ ‘문화와 전쟁’이라는 다소 배치되는 키워드로 풀어간다. 인간을 협력하는 존재로 만들어 놓은 것, 대규모 국가를 만들면서 극도의 불평등 시대를 연 것, 또다시 평등한 권리가 모든 이들에게 확대되기 시작한 것을 ‘전쟁’을 통해 설명한다. 전제군주가 다스리는 고대국가를 만든 것도, 그것을 무너뜨려 더 평등한 사회로 만든 것도 전쟁이었다는 이론이다. 한마디로 전쟁은 파괴하면서 동시에 창조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개념에 빗대어 전쟁을 ‘파괴적 창조’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초사회성의 진화를 추진하는 것이 서로 전쟁을 하는 사회이고, 폭력을 줄이는 것 역시 초사회성이라는 것이다.

문화진화론은 경제ㆍ정치ㆍ사회적 하부조직의 집합체가 아니라 서로 잇닿은 통합체로서의  사회를 분석하는 도구다. 저자는 이런 문화진화론적 분석을 통해 협력과 전쟁이 소규모 사회에서 대규모 사회로 이행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또한 어떤 집단의 등장ㆍ융성ㆍ 쇠락ㆍ 소멸 과정은 개체들 간의 경쟁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집단 간의 경쟁을 분석하는 것이 간극을 메워준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전쟁이라고 말한다. 국가는 전쟁의 압력에 반응하면서 진화했고, 협력의 규모가 커진 국가를 결속하는 힘은 제도와 문화 양쪽에서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전쟁으로 인간사회의 진화를 분석하지만 그렇다고 저자가 전쟁을 지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인간사회의 진화가 진행된 방향에서 전쟁의 역할을 세밀하게 지적하고 분석할 따름이다. 전쟁과 협력은 언뜻 이질적인 단어 같지만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어서 전쟁이 협력의 규모를 키웠고 그렇게 커진 사회의 규모로 인해 폭력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도 전 세계적인 규모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의 탁월한 협력 능력은 전쟁에 의해 추동됐다”면서 “인류 역사의 궤적을 추적해 전쟁이 협력하는 인간사회의 진화를 이끌고, 그렇게 규모가 커진 인간사회가 궁극적으로는 전쟁을 줄일 수도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한다. 또한 ‘협력의 과학’을 이용한 효과적인 정책 개발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세 가지 스토리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강민선 지음 | 임시제본소 펴냄


고요한 도서관의 이면에는 무엇이 숨어 있을까. 서울 구립도서관에 일했던 저자가 도서관을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펜을 들었다. 그는 자신의 꿈이 도서관 사서였지만 막상 사서가 되고나니 기대했던 것과 다른 점이 많았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도서관의 모든 포스터와 안내물을 직접 만들고, 제자리에 꽂혀 있지 않은 책을 찾아 도서관을 헤매는 등 저자의 이색 경험담이 담겨 있다.

「비관주의자를 위한 낙관주의 수업」
델핀 뤼쟁빌 외 1명 지음 | 가지 펴냄


나는 낙관주의자일까, 비관주의자일까. 저자는 두 개념으로 나누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낙관적인 면과 비관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은 인생을 즐겁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 데는 낙관주의가 더 이롭다는 것을 밝힌다. 저자는 낙관주의가 ‘무조건 긍정’이 아니며,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조선을 읽다 서울을 느끼다」
이상배 지음 | 역사인 펴냄

당신은 서울에 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25년간 서울의 역사를 연구한 저자는 우리가 몰랐던 조선시대 서울의 모습을 담아냈다. 조선시대 정치의 중심지였던 궁궐의 흥망성쇠,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근무환경과 휴가문화 등 조선시대의 이모저모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다. 당대 최고의 전문 통역사였던 역관의 삶과 애환을 다룬다는 점에서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어 볼 만하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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