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비토권 알고 보니 ‘부러진 도끼’였네
산은 비토권 알고 보니 ‘부러진 도끼’였네
  • 고준영 기자
  • 호수 311
  • 승인 2018.10.29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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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산은 견제장치
법인분할 안건 주총서 통과
GM “법인분할은 일반결의”
법의 보호 못 받는 비토권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숱한 논란 끝에 한국GM의 법인분할 안건이 주총을 통과했다. 이를 가만히 지켜만 봐야했던 산업은행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고, 비토권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한국GM을 견제할 주요 무기라던 비토권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했다. 왜일까. 답은 별다른 게 아니다. 산은이 갖고 있는 비토권에 한계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몰랐던 걸까 알았는데 모른 척했던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산업은행 비토권의 실체를 취재했다. 

지난 10월 19일 열린 한국GM 주총에서 법인분할 안건이 통과됐다. 산은은 아무런 견제도 하지 못했다. 사진은 국감에 참석한 임한택(왼쪽) 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 최종(가운데 위) 한국GM 부사장, 이동걸(오른쪽) 산업은행 회장.[사진=연합뉴스]
지난 10월 19일 열린 한국GM 주총에서 법인분할 안건이 통과됐다. 산은은 아무런 견제도 하지 못했다. 사진은 국감에 참석한 임한택(왼쪽) 금속노조 한국GM지부장, 최종(가운데 위) 한국GM 부사장, 이동걸(오른쪽) 산업은행 회장.[사진=연합뉴스]

10월 19일 인천 부평에 있는 한국GM 부평공장에서는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다. 주총에선 “한국GM을 생산ㆍ판매를 전담하는 존속법인과 연구ㆍ개발(R&D)을 담당하는 신설법인(가칭 GM테크니컬센터 코리아)으로 분할한다”는 내용의 안건이 상정됐고, 이 안건은 단시간에 통과됐다. 

마지막 고비였던 주총을 끝내고 9부 능선을 넘은 한국GM은 최종 목표인 법인분할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을 게 분명하다. 남아 있는 세세한 절차를 마무리하고 나면 오는 12월께 법인분할이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한국GM의 법인분할 절차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데는 숱한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구조조정과 법인 철수를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라는 우려와 비난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한국GM에 철수 문제가 예민한 이슈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우려와 의문은 산업은행의 책임론으로 이어진다. 2대 주주이자 국책은행으로서 한국GM을 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산은이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산은은 “한국GM의 법인분할을 막을 수 있다”며 호언장담했지만, 한국GM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데는 실패했다.  

 

무엇보다 산은은 한국GM의 주총이 열리는 걸 막지 못했다. 한국GM이 이사회(10월 4일)를 열고 법인분할을 결의하는 데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고 뭇매를 맞자, 산은은 뒤늦게 주총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산은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은 당연히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인천지방법원은 “주총을 개최한다고 산은 측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거란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참고 : 지난 10월 22일 열린 국감에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은 법인분할이 비토권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산은이 한국GM을 꼼짝 못하게 만들 무기라고 여겼던 비토권(거부권)도 믿기는커녕 ‘부러진 도끼’에 불과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0월 10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주총에 참여해 비토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국GM 노조가 주총이 열린 부평공장을 점거하면서 산은은 주총에 참석하지 못했고, 비토권도 행사하지 못했다.

산은이 주총에 참가했다고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GM은 법인분할 문제를 ‘일반결의’ 사항으로 봤다. 당연히 산은의 비토권은 행사될 여지조차 없었다. 비토권은 한국GM과 산은이 정한 주총의 ‘특별결의’ 사항에서만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때는 85%의 주주가 찬성해야 통과되기 때문에 17.02%의 지분을 가진 산은이 반대하거나 참석하지 않으면 안건을 가결할 수 없다. 한국GM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놓고 봤을 때 법원이 산은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주총에서 안건이 결의됐다는 건 (절차ㆍ목적 등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방증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손발이 다 잘린 산은이 한국GM의 폭주를 막아낼 방법은 ‘법인분할 문제가 특별결의 사항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 뿐이다. 산은이 법적 소송을 검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현재로선 산은이 승소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한국GM의 결정이 주주들의 지분사항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 특별결의 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번 한국GM의 법인분할 과정에서 주주들의 지분이 그대로 유지된다(인적분할)는 점을 감안하면 “법인분할은 특별결의 사항”이라는 산은의 주장에 힘이 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비토권의 한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권성은 변호사(법무법인 전문)의 말을 들어보자. “비토권은 법으로 인정하는 권리가 아니라 주주간 계약을 체결하면서 생기는 권리다. 가령, ‘이런 권한 줄 테니 투자해라’ 하는 식인 거다. 이 경우 계약을 위반했다고 해서 이미 이뤄진 결의를 되돌릴 수는 없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만 할 수 있다.” 한국GM이 손해배상을 감수하고서라도 비토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산은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얘기다. 산은이 한국GM을 완전히 견제할 수 없는 진짜 이유다. 

 

한국GM 노조와 정치권이 한국GM의 법인분할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구조조정 및 철수 가능성’이다. 한국GM의 부인에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무런 방어무기도 갖고 있지 않다. 예컨대, 한국GM 측이 총 자산의 20% 이상을 매각할 땐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자산 매각 절차를 되돌릴 순 없다. “우리에겐 비토권이 있다”며 호언장담했던 그들, 대체 어디서 무얼 하는가.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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